제작업계 현황,
“제작비는 줄고, 편수는 늘었다”
글 편집부
2024년 CF 제작 편수는 총 7,574편으로 전년보다 177편이 늘었다. 14개 업종 중 11개 업종에서 제작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가장 제작된 업종은 ‘전기전자’로 908편이 제작됐으며, 전년보다 228편이 늘어났고, 전체 물량에서 12%를 차지했다. 다음은 ‘식품/제과’로 777편이 제작됐으며, 구성비 10.3%로 2위에 올랐고, ‘정보통신’ 757편(10%)’, ‘관공서/단체/공익/기업PR’ 737편(9.7%),‘제약/의료/복지’ 723편(9.5%), ‘패션/스포츠’ 557편(7.4%), ‘음료/기호식품’, ‘금융/보험’ 각 504편(6.7%), ‘화장품’ 475편(6.3%), ‘출판/교육/문화’ 447편(5.9%), ‘자동차/정유’ 428편(5.7%), ‘서비스/유통/레저’ 412편(5.4%), ‘생활/가정용품’ 292편(3.9%), ‘아파트/건설’ 53편(0.7%) 순이다. (표1)
특히, ‘출판/교육/문화’ 업종은 전년보다 703편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출판/교육’보다는 ‘문화’로 분류되는 업종에서 경험/체험 마케팅 트렌드 확대로 인해 팝업, 이벤트, 프로모션 행사 등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유통/레저’에서도 42편이 줄었는데 같은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증가 업종은 ‘관공서/단체/공익/기업PR’이다. 다른 업종의 증가세는 ‘23년에 감소했던 물량이 다시 회복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소위 정부 광고로 분류되는 ‘관공서/단체/공익/기업PR’ 업종은 코로나나 경기침체 등의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비슷한 물량으로 제작되면서, ‘24년에는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으로 이동한 광고 캠페인 물량이 수치 파악이 어려운 반면 정부 광고는 TV 매체 집행률이 높아 집계에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TV에서 온라인으로 물량 이동 뚜렷
‘TV/극장’과 ‘디지털/온라인’을 구분하여 업종별 제작 편수도 살펴봤다. TV/극장은 줄고, 디지털/온라인 매체는 증가했다. 제작 물량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4년 제작 편수가 증가한 것도 어찌 보면 스토리, 릴스, 쇼츠 등 숏폼 영상의 인기로 디지털/온라인에 집행되는 광고 캠페인들이 시리즈가 많아졌기 때문도 영향을 미친다. TV/극장에서 가장 많이 제작되는 업종은 ‘관공서/단체/공익/기업PR’와 ‘제약/의료/복지’고, 디지털/온라인에서는 ‘전기전자’와 ‘정보통신’으로 나타났다. (표2)
상위 20위권 광고회사와 프로덕션은 최근 3년 동안 제작 물량이 감소 추세다. 디지털 광고시장이 확대되면서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작 수요가 늘고 있지만 광고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빌링액이 적어, 규모가 큰 대행사나 제작사보다는 20위권 밖의 중소 규모의 디지털 광고회사들이 제작할 확률이 더 높은 걸로 보인다. 감독별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3)
임지영 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 회장은 최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광고 영상 제작 단가는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인건비와 장비 비용 등은 매년 상승하고 있어, 전체 제작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와 광고주의 콘텐츠에 대한 기대치는 오히려 훨씬 더 높아졌다.
TV 광고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면서도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사례들이 많아져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광고주 입맛에 맞는 퀄리티 수준을 맞추기 위해 상위 인기 감독들의 물량은 더 늘어나고 있다. 한편으론 쏠림 현상으로 인해 영상물의 크리에이티비티나 완성도는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델·스태프 인건비 문제 여전, 대행사 결제 구조 바꿔야
제작업계에서는 모델과 스태프(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이 계속해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제작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모델과 스텝 비용을 광고주가 부담하지 않고 대행사나 프로덕션의 제작비에 포함해 버리거나 스태프들이 광고 편수, 광고 매체, 매체 집행 국가에 따라 예술이라는 영역 아래에, 저작권이라는 명목으로 금액을 측정하며, 하루 촬영 기준 천만 원 단위를 호가하는 때도 많다는 것이다.
광고영상제작사협회는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로 광고주, 광고회사, 프로덕션 사이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여전히 갑을관계나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렇다 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에게 기획서 제안 시, 모델과 스태프 비용이 함께 포함된 견적 옵션을 통해 광고주가 제작비와 별도로 모델비를 부담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제작비 선급금 수급 문제나 작업 완료 후 비용 지급 지연 사례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임지영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광고 제작비는 후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광고가 송출된 이후 60일 이내에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작사에는 매우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광고대행사의 이러한 결제 구조가 신생 회사나 중소 광고회사의 존속에 큰 영향을 미쳐서, 광고 계약 시에 선급금 지급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결제도 30일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광고주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선지급이나 비용 지급 지연 사례 등은 비단 제작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작 업무 범위나 표준계약서 작성, 계약 위반 시 대응 등 제도 마련을 비롯해 광고계 건강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