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박윤진(CR6팀차장)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여라. 이 한 문장에 예술과 광고의 경계가 있다. 마음대로 더하고 뺄수록 멋진 예술 작품은 태어나지만, 멋진 광고는 더는 뺄 것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후에 즐기는 마름모꼴 박하사탕 광고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박하사탕을 입에 넣은 뒤 내뱉을 결정적 한마디가 필요하다. 카피라이터는 한껏 멋을 부려 ‘아, 푸른 깃발이 입안 가득 펄럭이는 상쾌한 기분이야!’라고 쓰고 싶다. 하지만 ‘아! 상쾌해’라는 한마디가 더 쉽게 전해진다면? 사랑해 마지않던 이전 카피는 과감히 ‘삭제(delete)’의 단두대에 오르게 해야 한다.
늘 첨예한 논쟁의 떡밥을 제공하는 광고와 예술의 경계. 이번에 소개할 광고는 차라리 예술이라 하고 싶은 광고인의 혼이 빛나는 작품들이다.
광고 : : 1 기막힌 소비율을 초현실주의로 그려냄

디디비 베를린(DDB Berlin)은 폭스바겐의 친환경적인 5인승 차량 ‘더 폴로 블루모션(The Polo BlueMotion)’ 광고에서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스타일을 이용한 시리즈를 선보였다. 단순히 그림 기법만을 차용한 것이 아니다. 왜곡된 시계라든지 연속적 무늬의 구름, 공중에 떠 있는 모자 등 달리와 마그리트의 전형적 스타일은 최적의 연료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자랑하는 제품의 컨셉트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독일의 예술 잡지에 게재됐을 당시 그 반응은 더 뜨거웠다.
광고 : : 2 열정적 서비스를 예술로 승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열정이 깃들어 있다는 카피처럼 벨보이에서 청소부, 요리사까지 서비스 정신에 불타오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광고 : : 3 위기의 지구를 동양적 색채로 표현

) 광고다.
JWT 상하이(JWT Shanghai)에서 제작한 이 광고 시리즈는 환경 파괴 속에 쌓아 올리는 현대적 도시가 우리가 그리던 진정한 미래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광고 : : 4 광고와 예술이 만나 큰 감동을 선사

2007년 칸국제광고제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BBDO가 제작한 네드 은행(Ned Bank) 광고인 세계 최초의 태양열 광고판에 그랑프리를 수여했다. 올해 애드 페스트(Ad fest) 역시 광고의 공익성에 기여한 오길비 베이징(Ogilvy Beijing)의 뉴 시티즌 프로그램(New Citizen Program)에 옥외부문 대상을 주었다. 구부러진 철사와 깨진 유리 조각들 가운데에 책 한 권이 놓여 있는 이 설치미술품은 수백만 중국 이주 노동자 자녀가 학업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950여 학생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다니, 새삼 광고의 긍정적 힘을 느끼게 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광고와 예술이 서로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고고하고 엄격하던 예술계는 전통적 위치에서 걸어 내려와 더 많은 관객과의 소통을 갈구한다. 광고계는 더 뛰어난 아트워크와 놀라운 기술력으로 예술의 경지를 넘나든다.
지금까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건 한 편의 그림, 한 곡의 노래,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이제는 한 편의 광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우라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새 익숙한 감탄사로 등극한 ‘예술이야!’라는 말이 더 많은 소비자의 입에서 더 많은 광고 제작물을 향해 쏟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