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아서
시작한 일
글 오수빈 아트디렉터 | 제일기획
공모전이 정해준 광고라는 길
대학교 1학년, 아직 진로를 정하기엔 이른 시점. 그 시점의 저는 광고라는 길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학생 때 스펙 이라도 쌓아보려고 도전한 여러 공모전 중, 유난히 저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긴 건 바로 광고 공모전이었습니다. 하다 보니 어쩌다 50개가량의 공모전 수상이란 이력이 생겼고, 이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한번 좋아하면 미친듯이 하는 스타일이구나. 그래, 광고를 하자.’
천직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과였기에 아트디렉터라는 직무에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광고대행사에 왔습니다. 공모전보다 더 큰 광고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이제는 진짜 현업에 종사하는 어엿한 광고인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첫 촬영장에 갔을 때 두근거리던 그 마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모전에선 컨셉 아이디어로 그쳤다면, 현업에선 실제작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에 감탄했습니다. 계속 입을 벌리고 촬영 내내 지켜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행복하고 설레던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광고대행사.. 소문을 익히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예상보다 업무 강도도 세고 야근도 잦았습니다. 가끔 매너리즘이 찾아오기도, 정시 퇴근을 하는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몹시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와 다름없이 새로운 일을 받아 아이데이션을 하게 됐습니다. 아예 처음 해보는 카테고리였습니다. 새로운 발상법으로 접근하니, 이게 또 재밌어지는 겁니다. 이후 제작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회의실에는 처음 보는 프로님들이 많았습니다. 낯선 사람들의 색다르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 스파크 튀는 제작회의. 감탄과 감탄의 연속. 광고에서 얻은 매너리즘이, 광고로 치유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이러니까 광고를 좋아했지 참!’
우리 업은 이렇게나 매력적이구나
이번에 칸라이언즈에서 열리는 영라이언즈 디지털 부문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되어, 칸에 다녀왔습니다. 운 좋게(물론 밤새워 열심히 했습니다!) GOLD를 수상했습니다. 금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 선배인 박선미 프로님과 “해냈다!!해냈어!!!해냈다고!!!!!”라고 외치며 벅차오르던 순간을 절대 잊을 수가없습니다.
몇백 명의 영 라이언즈 출전자들이 광고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묶여서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축하를 전하고, 서로의 작업물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을 건네던 그 순간들은 무척이지 황홀했습니다.칸에서 광고의 세계가 새삼 매우 넓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광고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고, 광고라는 주제로 말하며 모두 하나가 되는 경험들이 제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습니다.
광고 이야기를 할 때 눈에 스파크와 열정이 튀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오로지 광고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세션들의 향연을 보면서 우리 업은 이렇게나 매력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를 합니다
한국광고아카데미 6기 동기들과 가끔 술자리를 가집니다. 그때마다 언제나 안주는 광고 얘기입니다. 광고하면서 이래서 힘들었다, 저래서 힘들었다곤 하지만 끝에는 항상 광고만 한 일이 없다고 결론이 납니다. 광고가 힘든 이유는 100가지라지만,좋아하는 이유는 101가지라고들 합니다. 이 말이 광고인인 저를 더 힘내게 합니다. 한광아를 비롯하여 함께 광고를 하며 만나는, 진심으로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저를 더 설레게 만듭니다. 제가 만든 광고를 보며 감명받았다고 진심으로 전하는 반응들이 저를 기쁘게 합니다.
우리 업은 어쩌면 이렇게 매력적일까요. 광고라는 일을 하는 저는 참 복이 많습니다.광고를 하면서 가끔 힘들고, 가끔 지치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좋았던 것 천지입니다. 업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개성 있고 멋진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그 생각을 서로서로 디벨롭해 내가는 과정이 좋습니다.
광고 업계 선배이자 인생의 멘토로 진정성 있게 다가와 주시는 선배들이 좋습니다. 언제나 든든하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동기, 그리고 친구들이 좋습니다. 멋진 꿈을 말해 주며 저의 열정을 다시금 불태우게 만드는 후배들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