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부대? 소녀 팬? 이들보다 더 열성적인 팬클럽이 있다. 미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긴 누나 팬들은 이미 10대들의 그것을 압도하는 팬덤(Fandom) 문화를 형성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적게는 열 살, 많게는 서른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하의 스타를 동경하는 팬들의 활동이 눈에 띄는 것이다. 이모 팬, 아줌마 팬, 주부 팬 등으로 불리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가고 있는 그녀들이 있다.
슈퍼주니어, 김현중, 이민호, 박유천(JYJ), 승리(빅뱅), 비, 이승기, 장근석 등은30~40대 여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샤이니 인피니티 등 평균 연령대가 10대인 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방에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혼자 사랑을 키워왔던 30~40대 팬들이 집 밖으로 나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 열풍의 중심에는 ‘미소년’과 ‘꽃미남’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보이 콘텐츠’라고. 미디어에서는 온통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런 현상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두드러져 보인 것은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가 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SBS는 남장한 여성이 아이돌 밴드 일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남이시네요>를 방영해 ‘꽃미남 드라마’의 원산지인 일본으로 역수출하는가 하면 KBS는 <성균관 스캔들>로 ‘성스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케이블에서는 여성 타깃층을 좀 더 세분화해 10~20대 초반을 겨냥한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비단 현대극에만 머물지 않고 장르를 넘나들고 출연진의 세대를 확장해나갔다. 정통사극인 SBS<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배우 송중기가 청년 이도(세종)를 맡았고,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은 집현전의 꽃미남 학사로 출연했다. 판타지 퓨전사극 MBC <해를 품은 달>이 김수현(이훤)과 정일우(양명)를 앞세우자 ‘이훤앓이’, ‘양명앓이’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률 42.4%로 막을 내렸다. 요즘 유행하는 나꼼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물학적 완성도’가 높은 그들이 우리에게 감탄을 자아내며 설레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상파에서 ‘꽃미남’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해를 품은 달> 후속작인 <더 킹 투 하츠>에서는 가수 이승기가 왕제로 출연한다. 또 KBS <사랑비> 연출을 맡은 윤석호 감독은 일본에서 여심을 흔들며 한류 열풍을 일군 배우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를 전격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SBS <옥탑방 왕세자>에선 ‘성스폐인’의 주인공 박유천과 <해를 품은 달>의 이민호가 뭉쳐 눈길을 끈다.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시대 왕세자가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시대로 넘어와 펼치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이처럼 꽃미남을 다룬 콘텐츠는 여러 번의 검증을 거쳐 성공 가능성을 높여왔다. ‘꽃미남’에 대한 찬사와 경배를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은 방송가에 ‘보이 콘텐츠’을 확대·개척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를 눈치 챈 CJ E&M, 매니지먼트계의 베테랑들이 모여서 ‘오! 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드라마와 매니지먼트, 연기 아이돌의 배출과 육성, 출판, 음원 등 다방면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박성혜(42) ‘오! 보이 프로젝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잘난 젊음’을 그리고 싶었어요. 보면 너무 잘나서 부러운 애들 있죠. 외모만 잘생겨서는 안 돼요. 자신감 넘치고 자기 주관과 철학이 뚜렷하고 열정이 넘치는, 또 자기 자신을 확실하게 책임질 줄 아는 그런 젊은 남자들 말이죠. 그래서 성별과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저희는 25세 이하 남자의 이야기만 해요.” tvN에서 방송된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는 꽃미남 연기자를 뽑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여기서 최종 우승자로 뽑힌 유민규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배우 발탁부터 육성, 캐스팅까지 연계된 시스템인 것이다.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K-pop 열풍을 주도한 아이돌 그룹을 포함하여, 새로운 문화 현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꽃미남이라는 시각적 요인 외에 귀엽거나, 자상하거나, 재미있거나, 멋있거나, 웃기는 등의 성격적 특성을 더한 ‘보이 콘텐츠’는 이제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권력이다. 그들은 로망이다. 로망은 로망에서 끝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편견 없이 그리고 주위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솔직하게 그들을 바라보자. 어느 샌가 그들의 싱그러움이 활력을 주고, 따라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