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친구들과 보낼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를 갖고 파타야에 도착했습니다. 영로터스 지원팀의 다정한 환영인사와 친절한 안내를 받았고, 다른 12개국에서 온 젊은 광고인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처음엔 서로가 수줍어했지만, 설레는 마음도 서로 같았는지 우리는 금세 친해졌습니다. 유난히 방콕,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서로 닮은 점이 꽤 많았습니다. 광고인으로서 보내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과 경험들이 서로 닮은 부분을 찾아가며, 대화를 이어나가게 해주었습니다.
이틀 뒤, 본격적인 영로터스 컴페티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Work and Life Balance’라는 주제와 24시간이라는 제작 기간. 이 또한 우리에겐 좋은 기회였습니다. 강효정 프로와 저는 평소에도 일과 삶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출근 전에 함께 아침운동을 하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것을 함께 시각화해내기에 24시간이면 충분했지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시간이 좀 남아서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깜찍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청중의 주목을 받을지 고민하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고, 우리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아 파이널리스트 4팀으로 꼽혔고, 전체 행사 마지막 날에는 Adfest에 온 모든 광고인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며 우리는 밥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스크립트를 외웠고, 만들어낸 영상을 재생하는 순서까지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떨리는 마음을 다잡을 길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준비한 만큼 귀엽고 깜찍하게, 욕심 낸 만큼 제대로 분명하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순서가 끝났다고 해서 또 다른 파이널리스트 팀인 홍콩, 대만, 뉴질랜드 친구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맘 편히 볼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은 심정이었을 테니까요. 얼마나 욕심이 날지, 그래서 얼마나 떨릴지를 정확히 같은 마음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해주었기 때문에 대만, 홍콩 친구들과는 후에 각별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마지막 수상 세션에 심사위원 대표가 무대에 올랐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로터스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올해는 2개의 수상 팀이 있습니다. 한 팀은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뽑았구요, 한 팀은 여기, AdFest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투표로 뽑았습니다. 그 투표 결과를 먼저 발표하겠습니다. 최다득표상. 서울에서 온 강효정, 박솔미.” 설마 기억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저는 그 순간이 정말로 좋았나 봅니다. 이렇게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외워지는 걸 보면요.
참 기뻤습니다. 사실, 말로 표현하기 쑥스러울 만큼 아주 행복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알아봐주는 사람들, 축하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너희들에게 투표를 했다며 눈을 찡긋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다시 그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들을 되새겨보게 되니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좋은 기회는 혼자 덩그러니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내가 그것을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그것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이를 두고 ‘좋은 기회’라고 일컫나 봅니다.
더불어,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12개국의 광고인 친구들, 그리고 아낌없이 응원하고 축하해준 회사 선배, 동기, 후배님들, 멀리서도 시시각각 용기를 불어넣어준 소중한 이가 그 시간들 사이에 함께 있어주었기에 저는 그 때를 오래오래 좋은 기회로 기억할 것입니다. 다음 영로터스에는 어느 회사의 어떤 분들이 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미리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이렇게 멋지고 좋은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도, 또 언제나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멋지게 즐겨보세요, 멋진 기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