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오래도록 자세히, 지켜보며 따뜻이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3.10.29 09:46 조회 2857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빼먹은 준비물을 챙겨 가기 위해 오전 중에 집으로 되돌아온 나는 마루에서 잠이 든 엄마를 보고 ‘낮잠은 자도 되고 학교는 안 가도 되는’ 주부의 삶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던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전기세를 아끼려고 여섯 식구의 빨래를 손으로 빤 뒤, 소금에 배추를 절이거나 털실로 뜨개질을 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는 것을….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녹초가 돼버린 그녀가, 오후에도 그만큼의 집안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며칠 전 TV에서 ‘그때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광고 한 편을 만났다. 동아제약 박카스 ‘아줌마 편’이 그것이다.

광고는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 아줌마의 ‘엄청난 하루’를 짧지만 제대로 보여 준다.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이른바 ‘웃픈’ 광고인 셈이다. 광고 속 아내가 ‘웃겨서 더 슬픈’ 현실을 연출한다면, 광고 속 남편은 ‘얄미워서 더 고마운’ 상황을 이끌어낸다. “아줌마, 자냐?”, “아줌마, 또 자?” (힘든 일과에 치여) 소파에서 졸고 있는 아내에게 ‘그따위 말이나’ 건네던 남편은 광고가 끝날 즈음 뜻밖의 멘트를 아내에게 건네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내가 다 알지.” 아내의 처지를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그 말은 아내에게 건네는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한 위로의 언어임에 틀림없다.

“들여다보면 서로의 피로가 보입니다.” 이 광고의 카피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문장이다. 누군가의 삶을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삶의 피로가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서로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며 그 곁에 가만히 머물러 주는 것.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아내는 결혼 사진 속의 그녀처럼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광고 속의 부부가 바야흐로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삼십대의 7년을 귀농자의 이름으로 살았던 나는 ‘내 피로를 알아주지 않는’ 도시인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었던 경험이 있다. 시골 생활은 ‘축복’의 나날에 가까웠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 자연 덕분에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도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었고, 종일 땀 흘려 일하고도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이웃들 덕분에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시골에서의 삶은 결코 ‘한가하지’ 않았다. 작은 흙집이지만 우리 부부의 힘으로 직접 짓느라 여간 애먹지 않았고, 2000평의 논밭에 불과하지만 손으로 일일이 풀을 매느라 이만저만 힘들지 않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순간이 새털 같이 많았는데, 도시에서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가해 보이는’ 우리 부부를 부러워했다. 그 가운데 두엇은 이런 말로 내 속을 긁기도 했다.

“이것저것 하다가 안 되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살지 뭐.” 50년 넘게 농사를 짓고도 ‘할 때마다 처음 같다’고 말하는 게 농부들이다. 농사는 농부만의 일이 아니라 ‘자연과의 동업’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이좋게 농사를 지어도 ‘널뛰기’를 해대는 농산물 값 때문에 가슴을 앓는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이 나오나 싶어 부아가 치밀었다.

그 무렵부터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이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오래 전에 은퇴한 아버지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남편을 잃은 이웃 아주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계절을 나고 있는지,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되는 친구가 어떤 희망으로 이 달을 버티고 있는지, 이따금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그 때문일까.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나는 이제 ‘전보다는 자주’ 그 말을 쓴다. 타인에 대한 이해력. 시력도 기억력도 점점 나빠져 가지만, 그것만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기고가_박미경 pazudaek@hanmail.net
사람에 대한 글을 주로 쓴다. 인터뷰 칼럼을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앎을, 여행 칼럼을 통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과 한숨을 전달한다. 삼십대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서툰 귀농인’으로 살았고, 사십대인 지금은 소도시에서 ‘어설픈 도시인’으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같이 왔으니 같이 가야지예>가 있다.
박미경 ·  내가 본 광고 이야기 ·  오래도록 자세히 ·  지켜보며 따뜻이 ·  제일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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