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I`m Mac’캠페인 소개에 이어 이번에는 MS의 반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8년 9월, MS의 광고담당부서와 ‘잘 나가는’ 광고대행사 크린스핀 보거스키(CP+B)의 긴급 미팅에서 아마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
MS : ‘I`m Mac’광고에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이는 말은 뭐죠?
CP+B :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측되는 이 시기에는 PC의 저렴한 가격과 높은 호환성이 매력적인 포인트에요.
MS : Mac이 얼마나 PC를 비꼬았는지 아세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돼요.
CP+B : 경기 때문에 올해 Mac 판매량이 17%나 줄었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해졌다는 증거죠.
MS : 아닙니다. PC를 쓰는 사람들이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CP+B : 알겠습니다. 새로운 화법을 찾아보겠습니다.
MS : 대세감을 말합시다. Mac처럼 세련된 등장인물들이 너도나도 PC를 쓴다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I`m PC(난 PC를 써요)’ 광고 캠페인은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 광고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PC는 Mac의 독창적인 프레임을 그대로 모방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이게 뭐야? 혹시 맥광고 패러디?’였다. Mac은 크리에이티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었고, PC는 그것을 흉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Mac 캠페인의 아류로 전락해 버렸고,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광고는 ‘I`m Mac’광고에 싹 흡수되어 버렸다.
또 다른 실수는,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말 대신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 자랑은 근복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최대한 부드럽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슈거코팅 해야한다. 하지만 PC는 “이렇게 쿨한 나도 PC를 써! 다들 그래!”라고 윽박지른다.
이쯤되면 반박 광고보다는 반박성명에 가깝다. Mac이 유머러스한 비꼬기로 소비자를 무장해제 시켰다면, PC의 나이브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날카로운 바람과 같아서 소비자들은 옷깃을 더 단단히 여미었다.
Mac과 PC의 광고대전 1라운드는 Mac의 완승으로 끝났다. MS는 Mac의 핵심 크리에이티브를 따라함으로써 광고의 정체성을 상실했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소비자의 메시지의 수용도도 떨어졌다. MS는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급할수록 더 고민해서 단단하고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고, 자기자랑을 하고 싶을수록 직설적이기보다는 부드럽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 지난 달부터 MS와 CP+B가 새로 시작한 ‘Laptop hunters $1000’캠페인을 검색해보라, 이번엔 그들이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