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박윤진(CR6팀 차장)
나는 사람들과 하루에 25억 번의 키스를 한다. 나는 1,400년 전 호기심 많은 염소들에 의해 발견됐다. 그 후로 수많은 사람이 나와 사랑에 빠졌다. 세상에는 나로 인해 몇 번의 전쟁이 일어났고, 바흐는 나에 대한 연모를 음악으로 노래했다.
발자크는 나 없이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으며,황제를 꿈꾸던 나폴레옹도 스스럼없이 나를 황제라고 했다.나는 악마처럼 검다. 세상의 모든 색이 내 안에선 빛을 잃는다. 나는 지옥처럼 뜨겁다. 희미한 정신을 일깨운다.
하지만 때론 키스보다 황홀하고 때론 사랑만큼 달콤하다. 이것이 당신이 내게 빠져드는 이유이며 나에 대한 인류의 사랑이 유효한 까닭이다.
광고1 잠을 깨워주는 아르헨티나 보나피드(Bonafide)사의 블랙커피
모터홈(캠핑카) 편 트럭 운전사 편
내가 가장 참기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졸음을 쫓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다. 스르르 동공이 풀리고 눈꺼풀이 내려오며 시야가 흐려지는 사람의 얼굴은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바쁘게 움직이는 걸 미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나는 때로 있는 힘껏 뺨을 때리기도 한다. 오해 마시라. 진정 그들이 원해서다.
광고2 일본 ‘가까움을 즐기는 사람의 네스카페’ 캠페인
붕어빵 편 슈크림 빵 편
사람들을 넘어 이제 붕어빵과 슈크림 빵까지 나를 찬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커피 잔 2개. 두 사람 사이에서 같은 향기를 떠올리는 것은 2개의 기억이 아니라 같은 기억이라서 좀더 행복해. 두 사람 사이에 향기가 가득 찬다.
‘가까움을 즐기는 사람의 네스카페’ ‘포근포근 부들부들 부드러운 말들, 어느 쪽이 먼저 태어났는지는 몰라도 커피에서 그 말은 먼저 태어났다. 아~ 부드럽구나. 가까움을 즐기는 사람의 네스카페’.
광고3 아침을 깨우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로마 커피광고
내가 가장 바빠지는 시간은 아침, 그리고 점심 식사 후. 더러는 밤에도 사람들은 곧잘 나를 찾는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양손을 뻗으며 ‘아아~함’ 등 나를 부르는 특유의 신호를 보낸다. 나를 담는 잔이 동그란 이유도 입 모양에서 연유했다는 설이 있다. 그냥 설일 뿐이다.
광고4 이탈리아 라바차 커피의 ‘당신 스스로를 표현하라’ 캠페인
스트롱 걸(Strong Girl) 편 타이거 레이디(Tiger Lady) 편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때로 자신을 표현하는 무기로 나를 사용한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매혹적인 자태, 그 모습이 나를 닮았다.
광고5 무료 커피 프로모션을 위한 캐나다 맥도널드의 가로등 변형광고
여기 이렇게 나를 하나의 조형물로 만든 곳도 있다. 나를 잠시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알리기 위해(나는 원래 그렇게 싼티 나는 존재는 아니다) 거리의 가로등을 하루 만에 나의 형상으로 둔갑시켰다. 보기만 해도 당장 손에 넣고 싶지 않은가. 나는 그런 존재다.
광고6 일본 네스카페의 ‘좋은 아침입니다’ 캠페인
이제 나를 알겠는가? 누군가는 말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게 좋은 이유는 나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내가 어울리는 이 계절, 나는 당신의 아침과함께할 것이다. 어린아이 얼굴을 한 채 잠이 든 당신 곁을 지키고 있다가 눈을 뜬 당신에게 밤새 그리워한 향기를 전할 것이다. 몇 년 전 그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한 광고 한 편을 마지막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아침의 릴레이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의 꿈을 꾸고 있을 무렵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뉴욕의 소녀가 꿈결에 미소 지으며 몸을 누일 무렵
로마의 소년은 기둥을 물들이는 아침 해에 윙크한다
이곳 지구에선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아침을 릴레이한다
경도에서 경도로 그렇게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잠들기 전 살며시 귀 기울여보면
어딘가 멀리로부터는 알람 시계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 확실히 전해 받았다는 증거다
- 타니카와 순타로(谷川俊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