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단위로 진화하는 AI 영상 제작
DXE·한국프로스포츠협회,
KBO·K리그 관람객 폭염 안전 캠페인
글 이유겸 크리에이티브 팀장 | DXE

작년 OpenAI가 Sora 프리뷰 데모 영상을 공개했을 때, 그 순간은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시각적 충격과 상상력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프롬프트 한 줄로 현실감 있는 고화질 영상이 생성되는 것을 본 순간, AI 영상의 미래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와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곧 광고시장 전반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AI 기술(Text-to-Image, Image-to-Video 등)이 쏟아지듯 등장했고,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 또한 수많은 솔루션을 직접 테스트하고 비교했으며, 특히 브랜드 영상의 관점에서는 일관된 비주얼과 내러티브 전달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당시만 해도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인상적이었지만 브랜딩 전략에 필요한 영상의 흐름, 감정선 같은 세밀한 요소를 구현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특히 롱테이크 구조나 감정 중심의 연출에서는 일관성 부족과 불안정성이 자주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기술은 ‘현재’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용 AI 솔루션의 대부분은 랜덤 기반의 프리셋 모델(Preset Model)*과 학습 데이터를 활용한 구독형 서비스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 때문에 하나의 톤앤무드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는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오히려 오픈소스 기반의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개발형 솔루션에서 기존 플랫폼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세밀한 디렉팅과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오픈형 시스템은 일관성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컨트롤 도구를 제공했으며, 톤앤무드에 따라 다양하고 세분화된 모델과 학습된 데이터가 창작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됐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환경 덕분에 시네마틱 AI 영상 제작을 위한 스터디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단순 정보 전달 넘어 감정적 공감대 강화
CJ ENM 계열의 광고대행사인 DXE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로부터 여름철 무더위에 대비하여 KBO와 K리그 관람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폭염 대응 캠페인의 영상 기획과 제작을 맡게 됐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감정적인 공감대까지 형성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기존 공익 캠페인에서 흔히 보이던 정형화된 동물 캐릭터나 단순 의인화 연출 대신 폭염과 열에 실제로 취약한 동물을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픽사(Pixar) 스타일의 고퀄리티 캐릭터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지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정적 영상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안전 수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함으로써 관람객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픽사(Pixar) 스타일의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
노드 기반 AI 워크플로우 엔진으로 구현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식이 아닌 ‘노드 기반 AI 워크플로우 엔진*’을 중심으로 제작 됐다는 점입니다. 먼저 영상 컨셉에 맞춰 다양한 노드를 설계하고, 제작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동했습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앵글과 소품(안경, 마이크, 넥타이 등)을 상황에 맞춰 세밀하게 제어하고, 의도한 색과 질감까지 고품질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적의 베이스 모델 선정
픽사(Pixar) 스타일과 가장 유사한 시각적 톤을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딥러닝 기반 캐릭터 생성 모델을 테스트하여 최적의베이스 모델을 선정했습니다.
? LoRA* 믹싱(Mixing)을 통해 스타일 일관성 확보
강아지, 토끼, 기린 캐릭터 각각에 대해 스타일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LoRA 및 텍스처 레이어를 학습시켜 적용했습니다.
? 멀티뷰 인페인팅(Inpainting) 기술을 활용한 유니폼 구현
캐릭터에 KBO, K리그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인을 정밀하게 입히기 위해 멀티뷰 인페인팅 기법을 활용, 전면·측면·후면 각도에서 동일한 퀄리티의 유니폼을 구현했습니다.
? 정교한 표정 맵핑(Pose & Facial Mapping)
실제 배우의 참조 영상을 통해 표정과 입 모양, 시선 등을 추출한 후 이를 캐릭터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맵핑하여 감정 표현과 메시지 전달력을 동시에 강화했습니다.
? 크로마키 기반 애니메이션 출력
캐릭터를 크로마키용 초록색 배경 위에서 다양한 포즈로 애니메이션화하고, 후반 작업에서 실제 경기장·관중석 환경과 자연스럽게 합성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에 활용된 노드 기반 AI 워크플로우 구성도
이처럼 노드 기반의 AI 워크플로우는 광고주 니즈에 맞춰 노드를 확장하거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AI 크리에이티브를 반복 생성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협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학습시킨 전용 LoRA를 개발하여 어떤 조건에서도 완벽한 스타일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층 고도화된 AI 워크플로우를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비용과 시간 절감한 고효율의 3D 애니메이션
이 캠페인 영상은 모든 KBO, K리그 구장에서 송출되어 관람객이 실제로 방문하는 공간에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캠페인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정된 예산에서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60초 분량의 영상 두 편을 전략적으로 기획·제작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3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 대비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영상의 완성도와 메시지 전달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픽사(Pixar) 스타일로 구현된 캐릭터는 고해상도의 디테일, 섬세한 움직임, 매력적인 액션을 통해 관람객의 주목을 효과적으로 끌어냈고, 공공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몰입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후속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AI 영상 제작의 초점을 ‘감정 전달의 깊이’로 옮겨 기술적으로 섬세한 연출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향후 캠페인에서는 표정 연기와 몸짓, 동작 등을 통한 감정의 지속성을 극대화하고, 이러한 감정선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 시네마틱(Longtake Cinematic) 리얼리즘 무드 연출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AI 진화 속도에 발맞춘 크리에이티브 확장
최근 AI 영상 제작 기술은 사람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영역으로 확장된 아이데이션과 창의성 구현에 적극적으로 포커싱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강한 시각적 자극을 주는 크리에이티브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적 자극이 단순한 ‘와우 포인트(Wow Point)’를 넘어 정서적 몰입과 서사를 통한 감정 전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AI 영상이 인상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이끄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처럼 DXE는 ‘시각적 창의성’과 ‘감정적 지속성’이라는 두 축을 아우르는 진화된 AI 영상 제작을 통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