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솔루션을
지치지 않고 하는 법
디크리에잇(DCR8)
박현희, 황원하, 조민준 공동대표
취재·글 송한돈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왼쪽부터) 조민준, 박현희, 황원하 공동대표
최근 클라이언트의 IMC 캠페인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필름, 소셜, 오프라인 팝업 등 각 영역에 맞는 대행사를 선정하기보다 통합적으로 관리·집행할 수 있는 에이전시를 원한다. 2019년에 설립되어 나이키, LG전자, 아워홈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맡아 경계 없는 솔루션을 제시하며 2024 앤어워드에서 그랑프리 3관왕을 한 디크리에잇(DCR8)이 주목받는 이유다. 디크리에잇은 세 명의 공동대표 박현희, 황원하, 조민준으로 모두 15년 이상의 광고 베테랑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독특한 점은 모두 포스트비쥬얼 출신의 CD로, 자유롭고 유연한 포스트비쥬얼의 정신을 잇고 자 서대문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고 한다. 좋아하는 광고를 즐겁게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디크리에잇의 세 명의 대표를 만났다.
Q. 디크리에잇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황원하 16년간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살면 되는 건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즐거운가?’ 루틴이 된 뻔한 일상에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조민준 나 또한 15년 차 광고인으로서 황 대표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진짜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당시 나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동료들이 있었고, 모두의 공감이 창업의 시발점이 됐다. 우리가 모두 거쳐 온 포스트비쥬얼(그 당시 연희동)과 가까운 서대문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우리만의 ‘DNA’를 담아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의 특성도 좋았고.
Q. 디크리에잇은 어떤 의미인가?
박현희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건 디지털 시대에 맞는 크리에이티브이기 때문에 업의 본질을 담백하게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D)를 위한 크리에이티브(CR8)를 만든다’라는 의미로 디크리에잇(DCR8)이라고 지었다.
조민준 기존에 패턴화된 크리에이티브를 해체하여(Decoding), 브랜드의 핵심을 담은 상징이 되는 크리에이티브(CR8)를 하자는 회사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즉, 우리의 ‘DNA’가 깃든 네이밍이다.
Q. 세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황원하 포스트비쥬얼이란 대행사에서 우리 셋의 인연이 시작됐다. 재직 당시 지금의 주니어 CD 역할인 ‘컨셉터(Concepter)’ 란 직책으로 기획부터 제작, PD의 역할까지 전방위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연차부터 TVC, 디지털, IMC 캠페인 가릴 것 없이 그곳에서 편식없이 습득하며 자랐던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의 자생력이 자연스럽게 키워졌달까? 디크리에잇이 틀없는 다양한 솔루션을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그런 경험 덕분이라 생각한다.
박현희 덧붙이자면 포스트비쥬얼은 당시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었으며, 칸라이언즈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웹에이전시이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였다. 그 당시 브랜드의 컨트롤타워가 되어 전략부터 실행까지 직접 다 해본 대행사는 많지 않았다. 이 회사가 첫 회사라 저연차부터 매우 힘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새로운 시도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DNA를 만들었다.

Q. 회사 대표가 된 이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가?
황원하 자세부터 달라졌다. 나의 일, 나의 것이라 느끼는 부분이 더욱 커져서 모든 일에 주체가 되어 일하고 있다.
조민준 규모가 작다는 건 의사결정이 빠르고, 팀 간의 유대감이 높은 큰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파편화된 역할 속에서 내가 만드는 가치가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브랜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더 뿌듯하다.
박현희 대표이면서 CD라 조금 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의 자리에서 실무적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박현희 대표이면서 CD라 조금 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의 자리에서 실무적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Q. 서로 의사결정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황원하 사실 셋의 성향과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이들 두 대표는 내가 직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좋다고 말하지만, 스케줄링이나 추진력에서는 박 대표보다 부족하다. 박 대표는 깔끔한 스케줄링, 업무 추진력 부분에서 뛰어나고, 조 대표는 한 방이 있는 크리에이티브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렇게 각자 명확히 잘하는 부분이 있어 서로의 생각을 더 들으려 하고, 다름을 수용하려 한다. 또, 셋이기에 과반수 결정이 가능하다. 만약 대표가 두 명이었다면 지금의 디크리에잇은 없었을지도... (웃음)
조민준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순간 과반수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누가 맞는가’보다 ‘무엇이 맞는가’에 더 집중해서 결정을 내린다. 역할을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프로젝트별로 유연하게 리드가 바뀌는 구조라 새로운 팀이 꾸려질 때마다 헤드를 정해, 의사 결정에는 큰 어려움 없다.
박현희 나는 회사 운영에서 자금 운용과 경영지원을 담당하고, 황 대표가 휴가 관리, 조 대표가 기자재 운용을 맡는 등 업무 분담을 한다. 대표가 셋이라 더 유리한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그렇다면 어떤 프로세스로 일 하는가?
박현희 보통 다른 광고회사의 경우 팀별로 브랜드를 나누지만, 우리는 브랜드에 따라서 그때마다 팀을 구성한다. 대표가 곧 CD라서 보고를 위한 보고가 없다. 그래서 멤버들은 더 유연하게 일할 수 있고, CD는 프로젝트를 리드할 때 빠른 속도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황원하 결국 일의 효율성과 관련된다.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면 PM(Project Manager)부터 정하고, 프로젝트에 맞는 성향의 멤버들을 메인, 이를 서포팅하는 서브로 구성한다. 기존 팀별로 브랜드를 나누면 누군가 야근할 때, 누군가는 웹서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업무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적재적소에 일을 나누면 전사적으로 야근의 빈도와 업무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조민준 덧붙이면, 회사 운영은 교통 시스템과 같아서 차량이 몰리는 시간에 교통 체증이 생기면, 비교적 차량이 적은 도로로 안내해 전체적인 교통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는 것과 같다. 또한 브랜드와 캠페인 성격에 따라 멤버를 선정해 팀을 구성하는 건 결국, 한 프로젝트에 리서치, 전략, 크리에이티브, 실행까지 한 흐름으로 연결해 ‘일관된 감도’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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