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좋아한다는 것.
HS Ad 기사입력 2020.08.05 12:00 조회 358
  
 
영화 대부를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주저 없이 손꼽기도 한다. 나처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가 얼마나 유명한 영화인지는 안다. 그래서 옛날에 한번은 모 은행 대출 광고 아이디어를 짜다 대부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이디어 회의 때도 누군가 대부의 돈 꿀레오네를 아이디어로 가져오기도 했다) 아마 나의 경우 그 영화를 봤다면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너무 깊은 앎은 감옥이 된다. 대부를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감독은 가끔 만날 기회가 있다. 그가 만든 와인을 마실 때다. 코폴라 감독은 필름 메이커로 깐느 황금종려상도 받고 아카데미 평생공로상도 수상했지만 와인 메이커로서도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와인이라니, 인생에서 이만큼 탐닉할 만한 주제가 또 있을까. 솔직히 그의 성취는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건가? 그래도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부러워하는 게 무엇인지가 문제지. 
 
그런데도 약간의 정신 승리를 동원하자면 코폴라의 와인은 나의 애정리스트에는 들어 있지 않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중에서는 하이츠Heitz나 케이머스Caymus 그리고 몇몇 컬트 와인들을 애정했던 것 같은데, 모든 탐닉이 그러하듯 와인이란 놈도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고도의 경지를 느끼고 싶어지는 것 같다. 마주앙으로도 즐거웠고 오스카 샴페인으로도 충분히 육신을 달굴 수 있었던 인간이 이런 소리를 늘어놓다니 참으로 가소로워 글을 쓰면서도 오글거리지만, 혀의 욕망 앞에 비참하게 무릎 꿇었다고밖에 할 수 없겠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을 떠벌릴 만큼 전문가는 아니다. (난 아직 와인 용어도 잘 모른다) 그냥 아내 때문에 많이 마시다 보니, 나와 합이 잘 맞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마시게 된 사람 정도다. 그런데 그쯤에서 멈췄어야 했던 것 같다. 부르고뉴 피노누아에 길들여지면서 어느 날부터 혀는 전에 없이 까다로운 권력자가 되었다. 산미로, 구조감으로, 피니시로 나를 꾸짖기 시작하더니, 젖은 낙엽 내음이 풀풀 나고 꼬리꼬리 꾀꼬리한 향이 곁에서 시중들어주기를 원했다. 석고대죄하며 뇌가 간언을 해도 혀의 폭정은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을 알게 된 걸 진짜로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은, 약간은 와인을 사 먹느라 갖다 바친 돈 때문에 괜히 미안한 척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와인은 많이 마시는 술도 가득 채우는 술도 아니다. “채우지 않은 부분은 대화로 채우세요.” 얼마 전 단골 레스토랑 매니저분이 와인을 따르며 던진 말이다. 와인이 주는 특별한 도취와 기분 좋은 대화. 그보다 더 멋진 마리아주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와인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러니 와인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피니시가 좀 아쉬우면 어떻고 빈티지가 떨어지면 어떤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그래도 와인까지 좋다면 금상첨화지만) 어떤 대상에의 집착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게 만든다. 그런 삶이 감옥의 삶이다. 수단은 수단일 뿐이다. 와인은 와인일 뿐이고. 와인을 함께 나눌 사랑과 우정이 없다면 로마네 꽁티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HS애드 ·  대부 ·  마리아주 ·  에세이 ·  와이즈벨 ·  와인 ·  이현종 ·  집착 ·  포드코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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