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으로 존재하다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20.03.06 11:05 조회 3517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진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마음산책, 2014 -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이의 글로 서두를 연다. 신형철이 말하는 없음의 철학은 비단 사랑의 세계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채움을 고민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비움을 결단하는 일은 무척 고단하고 어렵다. 브랜드를 약속하고 제품의 USP를 설명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본업인 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없음’은 시끌벅적하거나 휘황찬란한 것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단호하고 묵직하게 제 존재를 드러낸다. ‘없음의 존재’라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들릴지 모르나, 없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들은 우리 주변에 반드시 있다. 메시지가 없고, 브랜드가 없고, 카피가 없고, 소리가 없고, 비주얼이 없는 광고. 없는 게 매력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광고. 이번 이야기는 결연하게 모든 것을 비워낸, 없는 광고에 관한 이야기다. 
 

소리ㆍ비주얼 없는 광고
Coca-Cola : TRY NOT TO HEAR/SEE THIS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맛보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알고 있다. 코카콜라의 선명한 레드컬러와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청량한 탄산 소리, 짜릿한 바로 그 맛까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매력을 굳이 또 한 번 들려주고 다시 보여줄 이유는 없다. 그렇게 탄생한 코카콜라의 캠페인을 소개한다.  
 
첫 번째 편은 소리를 배제한 광고다. 톡톡 튀는 탄산에 집중된 코카콜라의 비주얼에 우리는 마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두 번째 편은 반대로 비주얼을 없앤 광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사운드에 집중해보자. 누군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다. 하나의 감각을 최소화해 또 다른 감각을 극대화하는 놀라운 기술. 오감 만족의 재해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코카콜라는 역시 이번에도 코카콜라다웠다. 
 

주인공 없는 광고
Audi : What do you want in a car
 
 

없음의 고전을 소개한다. 자동차 광고라면 무릇 시원한 주행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쭉 뻗은 아우토반을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와 멋진 카피 한 줄. 이 당연한 조합이 자동차 광고의 전형이지만, 아우디는 그 공식을 탈피했다. 
 
순차적으로 놓이는 타 브랜드 자동차 키링과 함께 등장하는 브랜드별 강점 네 가지. 그리고 마침내 동그라미 네 개가 더해지면 아우디 로고로 완성되는 심플한 플롯. 힘을 뺄 줄 아는 자만이 진짜 힘 있는 자라는 걸 이보다 더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아우디의 잘 빠진 자동차 한번 등장하지 않지만, 아우디가 가진 네 가지 매력을 강렬하게 전달한 광고. 또 한 번 고전을 통해 한 수 배운다. 
 

메시지 없는 광고
AN-NAHAR : The Blank Edition
 
 

시원하게 모든 것을 비워낸 광고를 만나보자. 그 어떤 위대한 카피도, 비주얼도, 크리에이티브도 백지에서 시작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은 무려 백지 그 자체다. 레바논의 독립신문 An-nahar에서는 정파 싸움으로 정부 구성을 못하고 있던 정치인들에게 대담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사 한 줄, 헤드라인 하나, 그 어떤 메시지도 인쇄하지 않은 새하얀 블랭크 에디션을 출간했다. 
 
시민들은 블랭크 에디션의 공백을 자신들의 목소리로 채워 SNS에 업로드했고, 곧 전 세계가 레바논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헤드라인의 힘을 능가하는 백지 신문으로 파격을 선보인 블랭크 에디션. 이 캠페인은 2019년 칸 광고제 퍼블리싱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대화 없는 광고
Burger King : Silent Drive Thru
 
 

말 한마디 없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고, 어느덧 언택트 테크놀로지를 경험하고 있다. 핀란드 버거킹에서는 햄버거 주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스몰 토크를 없애주는 Silent Drive Thru를 오픈했다. 
 
고객들은 앱을 통해 주문한 뒤 주차장에서 조용히 자신이 주문한 햄버거를 픽업해간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 핀란드 사람들의 특성과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의 간편함을 잘 접목한 재미있는 시도. 이번 캠페인은 앱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배를 달성하고, 모바일 시스템에 소요되는 주문 시간을 7~8분가량 단축하는 성과를 얻었다.
 


1952년 8월, 뉴욕 우드스톡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음악 하나가 있었다. 무대 위로 등장한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가만히 고요와 정적을 지키다가 정확히 4분 33초 후 피아노 뚜껑을 덮었다. 공연장은 의아해하는 관객들이 술렁이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자체가 하나의 연주가 됐다. 이 곡이 바로 소리 없는 음악이라는 실험적 발상으로 완성한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다. 텅 빈 오선지에서 태어난 침묵의 소나타는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없음으로 인해 비로소 존재할 수 있고, 비어있음으로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신형철이 말하는 사랑의 세계가 그렇고, 존 케이지의 음악이 그러하며 우리가 오늘 만나본 광고들이 그렇다. 우리는 이제 빈 캔버스가 형형색색의 그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오늘은 세상의 수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존 케이지의 악보에 적혀있던 라틴어로 끝인사를 전한다. TACET. 아무것도 연주하지 말라.
 
4분33초 ·  백지신문 ·  버거킹광고 ·  블랭크에디션 ·  신형철 ·  아우디광고 ·  없는광고 ·  존케이지 ·  코카콜라광고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트위터를 통해 본 모바일 마케팅의 미래
최근 해외에서는 트위터(Twitter)류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 모바일 웹 2.0 환경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트위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위키피디아는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한 트위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향기로 즐긴다! 코로나 시대의 홈 프레그런스 시장 강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셨을 겁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분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집에서 힐링을 즐기고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향기 테라피’로 심신의 안정을 찾는 분들의 증가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Insight] 2020년에 일어난 미디어 이용 변화, 그리고 2021년 뉴노멀 시대, 미디어 이용 전망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연속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신재생에너지 36.5℃ 아이디어·포스터 공모전
신재생에너지 36.5℃ 아이디어·포스터 공모전     ● 응모 자격 - 아이디어 : 전국민 - 포스터 : 초ㆍ중ㆍ고등학생     ● 응모 주제          - 아이디어 : 신재생에너지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