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좋을 때 생각나는 것들
HS Ad 기사입력 2019.05.03 12:00 조회 609
 

힐러리 클린턴이 연단 위에서 넘어지는 영상이 나돌던 때가 있었다.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며 그녀의 대선 행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녀의 복시에 있었다. 근시, 원시, 난시처럼 익숙하지 않은 이 단어가 멀지 않게 느껴진 이유는 한동안 복시가 내 눈을 지배한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안복시니 단안복시니 하는 말도 낯설지 않게 되었는데, 나는 두 눈을 뜨면 상이 겹쳐 보이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 뜨면 상이 겹치는 증상-이른바 복시 증상-이 사라지는 단안복시에 해당했다.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시신경 마비라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과 측의 설명이었다. 잘 쉬고 기다리면 회복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동안 안대를 끼고 외눈박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경점에선 다른 얘기를 했다. 한 쪽 눈으로 생활하다 보면 다른 쪽 눈의 마비가 고착화된다는 설명이었다. 교정안경(프리즘 렌즈로 상을 굴절시켜 상을 바로잡아주는 안경)을 끼고 시지각훈련을 통해 시신경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호주에서 자격증도 따고 그에 관한 책도 냈다며 증거로 내밀었다. 누구 말이 맞든 짜증 나는 선택이었다. 늘 괴로운 건 환자의 몫이다. 어쨌든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프리즘 안경을 쓰기로 결정했다. 힐러리도 프리즘 안경을 처방받았다는 것이 안경점 측의 설명이었다. 

사실 나는 눈에 대해 이상한 포비아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시력을 잃게 될 것 같은 나쁜 예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 근거 없는 불안은 가끔 지나친 혹은 비이성적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아마 그런 이유로 부랴부랴 프리즘 안경을 맞췄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처음으로 시력에 대한 불안이 엄습했을 당시에는 며칠 굶은 하이에나처럼 몇 날 며칠 게걸스럽게 책을 읽어대기도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책들을 허겁지겁 찾아 강박증에 사로잡혀 폭독(暴讀)을 했다. 눈을 애지중지하기 때문에 눈을 혹사시키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를 해댄 것이다.  

-보르헤스씨, 눈이 멀게 된 것은 유전적인 것인가요? 

-네. 나는 아버지가 눈이 먼 상태로 미소 지으며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할머니는 잉글랜드 북부에서 태어났어요. 노섬벌랜드 출신이지요. 나는 할머니가 눈먼 상태로 미소 지으며 돌아가시는 것도 보았어요. 증조할아버지도 맹인으로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미소를 지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예요. 그러니까 난 4대인 거죠... 그건 여름 날의 더딘 땅거미처럼 왔어요. 나는 국립도서관 관장이었는데, 내가 글자가 없는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거예요. 그다음엔 내 친구들의 얼굴을 잃었어요. 이어 나는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 다음 모든 게 흐릿해졌고, 지금은 흰색과 회색만 겨우 알아볼 수 있어요. 검정과 빨강, 

이 두 가지 색은 내게 금지된 색이에요. 검정과 빨강은 갈색으로 보여요. 셰익스피어는 “맹인이 보는 암흑을 보라”라고 말했는데, 그가 잘못 안 거예요. 맹인은 암흑을 볼 수 없어요. 나는 희뿌연 빛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답니다. 

한 달 좀 넘기자 시력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원래 쓰던 안경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나는 과거에도 시력이 사라지는 증상을 몇 번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보르헤스 생각이 났다. 어떻게 그는 눈이 멀어지는 것에 대해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까. 늘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서일까. 아니면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서였을까. 그는 삶도 죽음도 초월한 현자였다. 하지만, 그는 늘 사랑하는 마리아 코다마(보르헤스의 비서. 그는 서른여덟 연하의 그녀와 죽기 몇 달 전 결혼하였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는 그녀의 얼굴을 만질 수는 있었지만 볼 수는 없었다.  

점점 짙어져 가는 초록의 물결, 빵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게트들, 강물 위로 떠가는 구름, 창가에 기대있는 낡은 가방, 오월을 준비하는 작약의 꽃망울, 아침 인사를 나누는 동료들, 동작대교 위에 걸쳐져 있는 노을, 강아지의 눈망울,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 얼굴, 얼굴들… 어쩌면 매일 보는 것들이 제일 보고 싶은 것들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매일 보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현명할지도) 
HS애드 ·  HS애드블로그 ·  보르헤스 ·  복시 ·  에세이 ·  와이즈벨 ·  이현종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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