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좋을 때 생각나는 것들
HS Ad 기사입력 2019.05.03 12:00 조회 3130
 

힐러리 클린턴이 연단 위에서 넘어지는 영상이 나돌던 때가 있었다.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며 그녀의 대선 행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녀의 복시에 있었다. 근시, 원시, 난시처럼 익숙하지 않은 이 단어가 멀지 않게 느껴진 이유는 한동안 복시가 내 눈을 지배한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안복시니 단안복시니 하는 말도 낯설지 않게 되었는데, 나는 두 눈을 뜨면 상이 겹쳐 보이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 뜨면 상이 겹치는 증상-이른바 복시 증상-이 사라지는 단안복시에 해당했다.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시신경 마비라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과 측의 설명이었다. 잘 쉬고 기다리면 회복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동안 안대를 끼고 외눈박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경점에선 다른 얘기를 했다. 한 쪽 눈으로 생활하다 보면 다른 쪽 눈의 마비가 고착화된다는 설명이었다. 교정안경(프리즘 렌즈로 상을 굴절시켜 상을 바로잡아주는 안경)을 끼고 시지각훈련을 통해 시신경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호주에서 자격증도 따고 그에 관한 책도 냈다며 증거로 내밀었다. 누구 말이 맞든 짜증 나는 선택이었다. 늘 괴로운 건 환자의 몫이다. 어쨌든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프리즘 안경을 쓰기로 결정했다. 힐러리도 프리즘 안경을 처방받았다는 것이 안경점 측의 설명이었다. 

사실 나는 눈에 대해 이상한 포비아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시력을 잃게 될 것 같은 나쁜 예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 근거 없는 불안은 가끔 지나친 혹은 비이성적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아마 그런 이유로 부랴부랴 프리즘 안경을 맞췄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처음으로 시력에 대한 불안이 엄습했을 당시에는 며칠 굶은 하이에나처럼 몇 날 며칠 게걸스럽게 책을 읽어대기도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책들을 허겁지겁 찾아 강박증에 사로잡혀 폭독(暴讀)을 했다. 눈을 애지중지하기 때문에 눈을 혹사시키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를 해댄 것이다.  

-보르헤스씨, 눈이 멀게 된 것은 유전적인 것인가요? 

-네. 나는 아버지가 눈이 먼 상태로 미소 지으며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할머니는 잉글랜드 북부에서 태어났어요. 노섬벌랜드 출신이지요. 나는 할머니가 눈먼 상태로 미소 지으며 돌아가시는 것도 보았어요. 증조할아버지도 맹인으로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미소를 지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예요. 그러니까 난 4대인 거죠... 그건 여름 날의 더딘 땅거미처럼 왔어요. 나는 국립도서관 관장이었는데, 내가 글자가 없는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거예요. 그다음엔 내 친구들의 얼굴을 잃었어요. 이어 나는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 다음 모든 게 흐릿해졌고, 지금은 흰색과 회색만 겨우 알아볼 수 있어요. 검정과 빨강, 

이 두 가지 색은 내게 금지된 색이에요. 검정과 빨강은 갈색으로 보여요. 셰익스피어는 “맹인이 보는 암흑을 보라”라고 말했는데, 그가 잘못 안 거예요. 맹인은 암흑을 볼 수 없어요. 나는 희뿌연 빛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답니다. 

한 달 좀 넘기자 시력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원래 쓰던 안경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나는 과거에도 시력이 사라지는 증상을 몇 번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보르헤스 생각이 났다. 어떻게 그는 눈이 멀어지는 것에 대해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까. 늘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서일까. 아니면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서였을까. 그는 삶도 죽음도 초월한 현자였다. 하지만, 그는 늘 사랑하는 마리아 코다마(보르헤스의 비서. 그는 서른여덟 연하의 그녀와 죽기 몇 달 전 결혼하였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는 그녀의 얼굴을 만질 수는 있었지만 볼 수는 없었다.  

점점 짙어져 가는 초록의 물결, 빵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게트들, 강물 위로 떠가는 구름, 창가에 기대있는 낡은 가방, 오월을 준비하는 작약의 꽃망울, 아침 인사를 나누는 동료들, 동작대교 위에 걸쳐져 있는 노을, 강아지의 눈망울,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 얼굴, 얼굴들… 어쩌면 매일 보는 것들이 제일 보고 싶은 것들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매일 보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현명할지도) 

HS애드 ·  HS애드블로그 ·  보르헤스 ·  복시 ·  에세이 ·  와이즈벨 ·  이현종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트위터를 통해 본 모바일 마케팅의 미래
최근 해외에서는 트위터(Twitter)류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 모바일 웹 2.0 환경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트위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위키피디아는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한 트위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향기로 즐긴다! 코로나 시대의 홈 프레그런스 시장 강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셨을 겁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분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집에서 힐링을 즐기고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향기 테라피’로 심신의 안정을 찾는 분들의 증가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Insight] 2020년에 일어난 미디어 이용 변화, 그리고 2021년 뉴노멀 시대, 미디어 이용 전망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연속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신재생에너지 36.5℃ 아이디어·포스터 공모전
신재생에너지 36.5℃ 아이디어·포스터 공모전     ● 응모 자격 - 아이디어 : 전국민 - 포스터 : 초ㆍ중ㆍ고등학생     ● 응모 주제          - 아이디어 : 신재생에너지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대홍기획 4월 새 소식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그룹의 에코 플래너 패키지(NON-FUNGIBLE 2024 Eco-Planner Package)가 2024 아스트리드 어워즈(Astrid Awards)의 기업 캘린더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어워즈는 미국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평가기관 머콤(MerComm Inc)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글로벌 기업 및 브랜드 홍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손꼽힌다.
AI로 생명을 얻는 사진들
대홍기획 AI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Non-shooting film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AI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낼지, 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 방안은 없는지, AI가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없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축구!_ 백호일레븐
디깅에 진심인 사람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 찐 팬이라면 경기력을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선수들의 활약을 점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백호일레븐>! 색다른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흥행몰이에 나선 대홍기획 WEB 3.0 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