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lus] 'Pink Light' Campaign
HOT ISSUE PROJECT
PINK LIGHT
대중교통에 임산부 전용 좌석이 있긴 하지만 임신 초기라면 양보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사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시스템이 개발돼 화제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따뜻한 배려 신호등 '핑크 라이트'를 소개한다. 글_고일진(오픈크리에이티브솔루션팀 책임)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수를 제한하기 위해 1979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펼쳐온 중국 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두 자녀 정책을 선언했다. 한 가정당 두 명의 자녀를 낳도록 허용하는 두 자녀 정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에 직면한 중국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현재 중국 인구는 13억 5000만 명으로 세계 최고이지만, 출산율은 2014년 1.4명으로 국제 저출산 기준 1.3명에 근접한 수치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이 많았지만 이제 한 자녀가 일반적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은 최하위 수준으로 한 가구당 자녀 수가 국제 저출산 기준에도 못 미치는 1.24명밖에 되지 않는다.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도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몇 년 전부터 대중교통에 노약자석 외에 별도로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이 마련됐지만, 실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는 30%도 채 안 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인식이 미미한 실정이다. 서울메트로에서는 지난해부터 임산부 자리에 일반 승객이 앉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는 배려석에 앉는 경험이 전무하다. 뱃속의 아이가 자리를 잡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외형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배려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
교통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좋은 제도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래서 우리는 임산부 배려석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고민해보았다. 임산부 배려석에 누군가 앉으면 그의 신체를 체크해서 임산부가 아니면 의자가 접히게 할까? 접혀 있던 좌석이 임산부가 오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할까? 소리가 나게 할까? 버튼을 누르게 할까? 다양한 솔루션들을 생각하면서 생각하면서 가장 우선순위에 둔 것은 배려석 주변에 임산부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매우 쉽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걸 구분해내야 의자가 펼쳐지든 소리가 나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낸 해결책은 비콘이었다. 블루투스를 통한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인 비콘은 과거 봉화나 등대처럼 주기적으로 위치 정보를 알리는 신호를 전송하는데, 신호 범위 안에 수신 장치가 있으면 비콘에서 발송하는 특정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임산부를 위한 배려 신호등 ‘핑크라이트’가 탄생했다.
핑크라이트의 원리는 간단하다. 특정 신호를 발생시키는 비콘(핑크 펜던트)을 임산부들에게 나눠주고 수신기를 임산부 배려석의 기둥에 설치한다. 핑크 펜던트를 가지고 있는 임산부가 수신기가 설치된 임산부 배려석 반경 2m 내로 이동하면 자동으로 수신기가 비콘의 신호를 감지하고 핑크라이트에 불이 들어오게 한다. 그러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임산부 배려 가방 고리와 비콘을 보고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아이디어 구상을 완료한 후 파트너사인 다프트랩과 기술적인 점검 및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던 즈음, 부산시에서 ‘핑크라이트’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였다. 임산부 배려석 활성화에 대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부산~김해를 오가는 경전철 전 객차에 핑크라이트를 설치하고, 임산부 500명에게 비콘을 지급했다. 캠페인에 대한 부산 시민의 호응이 높으면 부산도시철도 4개 노선과 시내버스 등으로 캠페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실 양보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실천할 때 진정한 양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핑크라이트는 교통 약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양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캠페인으로 이 땅의 임산부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음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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