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체험적 욕구’가 강한 존재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구매 판단의 기준을 세우며, 그 경험을 기꺼이 타인과 공유한다. 경험의 총량이 많아질수록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평면적인 체험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창조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체험 마케팅이 절실해졌다. 최근의 체험 마케팅 경향을 알아보는 한편 오비맥주의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와 삼성전자의 ‘노트 5 로드’ 캠페인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체험 마케팅의 사례를 살펴본다.
웬만한 것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감동과 경험이 제공돼야 한다. 이 시대의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나 품질보다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과거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체험 마케팅의 주요 경향과 성공 전략을 짚어본다.
체험 마케팅의 등장 배경
사람은 들은 것의 20%를, 본 것의 30%를, 보고 들은 것의 50%를,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의 70%를 기억한다. 또한 사람은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인 동물이기에 경험을 통해 얻은 느낌은 그 무엇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과거에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나 선택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이 제품의 가격과 품질 등에 의해 이뤄졌다. 반면에 현대 사회의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으며,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한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제품의 평준화를 불러왔고, 기업의 차별화 전략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들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혜택과 즐거움을 느끼기 곤란한 것이 많다. 또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말로만 설명해선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기 어렵다. 이것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체험 마케팅’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이다.
체험과 소비자 접점
과거의 브랜드 관리는 ATL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BTL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개성과 취향이 다양해진 데다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SNS의 보편화 등으로 매체 환경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다양해질수록 기업의 입장에서 브랜드와 만나는 소비자의 접점은 더욱 중요해진다. 체험 마케팅은 4대 매체로 도달할 수 없는 접점을 통해 브랜드 연상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브랜드 자산을 높이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체험 마케팅의 정의와 유형
체험이란 어떤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개인적인 사건(Event)으로, 기업의 마케팅 노력으로 제공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을 체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체험을 유도하는 자극을 제공해야 하며, 어떤 체험 제공 수단을 선택해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소비자의 호감과 매력의 정도가 달라진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고 감동을 줘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내고, 그 결과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유도해야 한다. 체험 마케팅의 유형은 소속감, 휴식과 사색의 체험, 즐거움 등 감각적, 정서적 체험을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적 소속감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우유 소비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탄산음료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낙농가가 침체에 빠지게 됐으며, 많은 사람에게 골밀도 감소와 골다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미국 낙농협회의 요청으로 광고에이전시 보젤 월드와이드는 ‘우유 콧수염 캠페인(The Milk Mustache Champaign)’을 기획했다. 이 캠페인에는 유명 슈퍼모델이나 영화배우, 래리 킹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우유 콧수염을 묻힌 채 줄줄이 등장했다. 그러자 시트콤 등 대중문화에서도 이 캠페인을 패러디하는 등 큰 반향이 일어났고, 일반 소비자들도 광고에 등장하는 셀러브리티처럼 입술 위에 우유 콧수염 자국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와 더불어 낙농협회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우유의 효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우유 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 트렌드와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참하고, 그들 문화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그 유대감과 소속감이 습관적으로 우유를 마시는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체험 마케팅은 소비자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미국 낙농협회의 요청으로 광고에이전시 보젤 월드와이드는 ‘우유 콧수염 캠페인(The Milk Mustache Champaign)’을 기획했다. 이 캠페인에는 유명 슈퍼모델이나 영화배우, 래리 킹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우유 콧수염을 묻힌 채 줄줄이 등장했다. 그러자 시트콤 등 대중문화에서도 이 캠페인을 패러디하는 등 큰 반향이 일어났고, 일반 소비자들도 광고에 등장하는 셀러브리티처럼 입술 위에 우유 콧수염 자국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와 더불어 낙농협회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우유의 효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우유 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 트렌드와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스타일에 동참하고, 그들 문화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그 유대감과 소속감이 습관적으로 우유를 마시는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체험 마케팅은 소비자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1,2. 미국 낙농협회가 진행한 ‘우유 콧수염 캠페인’. 많은 패러디를 일으켰으며, 사회적 소속감을 체험케 해 우유 소비 증진에 일조했다. ⓒidfa.org, flickr.com by Vengel Crimson
소집단에 대한 소속감
공익을 매개로 한 소속감은 제품의 판매와 소비 패턴을 중심으로 한 소집단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고급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 데이비슨의 호그(HOG) 커뮤니티가 바로 그렇다. 할리 데이비슨의 경험을 고객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회사 직원과 딜러들이 1983년에 만든 호그는 현재 전 세계 100만여 명의 온·오프라인 회원과 1200개 커뮤니티 지부를 보유하고 있다. 호그는 자체 질서 지키기와 랠리(Rally) 및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호그 코리아챕터가 랠리를 개최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그랜드 투어를 진행했는데, 600여대에 달하는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함께 질주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와 같은 체험을 통한 우호적인 감정은 애호가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이 되고, 자부심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호그 코리아챕터가 랠리를 개최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그랜드 투어를 진행했는데, 600여대에 달하는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함께 질주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와 같은 체험을 통한 우호적인 감정은 애호가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이 되고, 자부심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휴식과 사색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으로부터 훌쩍 떠나 혼자,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이 같은 꿈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가족 동반 여행으로 현실화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을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해외여행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나 타인과 어울리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을 스타벅스가 겨냥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빼어나게 공부를 잘한 학생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사소하게 여긴 커피에서 다른 사람들은 발견해내지 못한 ‘문화’를 찾아냈다. 그는 커피를 사업의 수단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신의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목표로 삼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매장을 찾는다. 그리고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잡지를 보기도 하고, 가져온 컴퓨터를 켜놓고 웹 서핑에 몰두하기도 하며 진한 커피의 향기에 빠진다. 도심 한복판에 혼자 앉아 있지만 어색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예전의 다방이나 커피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의 체험이다. 이제는 다른 커피 브랜드에서도 따라하는 등 자연스런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보문고는 얼마 전부터 책 구매에 상관없이 점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읽다가 갈 수 있게 분위기를 바꿨다. 이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휴식과 사색을 가능케 해주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체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맺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보문고는 단순히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경험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고객을 위한 휴식과 사색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의 의미를 창조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즐거움
폭스바겐의 테마파크 아우토스타트(Autostadt)는 ‘기대와 놀라움’이라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20층 높이의 투명한 원형타워는 1분에 한 대씩 매일 400여 대의 차를 고객에게 넘겨주는 곳이다. 차를 주문하고 신차를 넘겨받기 위해 설렘으로 기다리던 고객에게 직접 작업 공정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유리로 설계된 아우토스타트. 이를 통해 고객은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얻게 된다.
1.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HOG)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 경험과 소비자 간 유대감을 강화한다. ⓒcommons.wikimedia.org , 2. 스타벅스는 독서나 휴식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체험공간을 일찍부터 시도했다. ⓒflickr.com by Hétor Garcia , 3. 교보문고는 얼마 전부터 고객이 눈치를 보지 않고 독서할 수 있도록 휴식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flickr.com by sangboo nam , 4. 폭스바겐의 테마파크 아우토스타트는 소비자에게 기대감과 놀라움을 경험케 하는 공간이다. ⓒen.wikipedia.org
체험 마케팅의 성공 전략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는 존재로만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소비자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며, 기업은 지속적으로 브랜드와의 관계를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브랜드 성공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감성과 가치를 전달하고 체험하도록 유도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정서적인 유대감을 공고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다. 보고, 듣고, 직접 행동해 얻는 느낌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브랜드에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김혜성은 20여 년간 광고대행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광고의 이해>,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등의 저서와 소비자 인식 및 이미지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