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가족, 대한민국 구석구석 피로회복제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3.09.25 05:16 조회 5111

가족, 대한민국 구석구석 피로회복제



1998년 겨울. 스무살 때다. 죽마고우 서울 촌놈 네 명이서 의기투합하던 시절이다. “20대의 시작이잖아? 우리 부산 겨울바다에서 추억 하나쯤 만들어 놔야 하지 않을까?”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떠났다. 얇은 점퍼에 몸을 맡긴 채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났던 혈기왕성한 그 때, 배고픔이 미덕인 줄 알고 부산 바다로 떠난 기차 여행이었다.

부산역에 내려 가장 먼저 들렀던 값싼 한식 뷔페에서 검은 비닐봉투에 김밥을 쓸어 담아 다음 끼니를 저장하고 낄낄 웃던 덩치 좋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민박집 아랫목에서 상해 버린 쉰 김밥을 애써 골라내던 한심한 짓도 추억이다. 해운대 모래사장에 앉아 연인들이나 한다던 싸구려 폭죽도 쏴보고, 물 건너 온 병맥주에 낭만을 싣고 노래를 흥얼거렸었다.

광안리 방파제 위에 앉아 회 한 접시와 초장, 소주에 모든 의미를 부여했던 그때, 배고팠기에 부산 겨울바다의 매서운 찬바람도 참 뜨거웠다. 초코파이 한 개에 ‘情’을 담아도 부족하지 않던 할 말 많은 스무살의 겨울이었다.

2013년 여름. 둘째를 임신한 아내, 네 살을 꽉 채운 딸아이와 TV 앞에 앉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던 주말 저녁, 광고 속 ‘대한민국 구석구석 나만의 여름특집’이 아내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 해외여행은 내년에 가고 올해는 국내로 떠나자. 제주도를 구석구석 뒤지는 거야. 어때?” 아내의 말은 곧 진리다. “콜!” 매년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은 잠시 접고 제주도로 급선회. ‘역시 우리나라 광고의 힘은 대단해.’ 여름휴가 로드맵은 그 순간부터 일사천리다. 매년 의지와 상관 없이 휴가 기간(어린이집 방학이 결정해 놓은 절정의 7월 말, 값비싼 투자 비용은 가족 여행의 행복으로 승화시키기로)은 정해졌다.

아내의 기호에 맞춘 리조트를 선별하는 작업을 끝낸 뒤 딸 아이의 눈높이 여행지 코스…. ‘내’가 아닌 남편과 아빠를 위한 결정권은 장소에 걸맞는 맛집 선택뿐이다. 배고프고 추워도 자유 의지가 강했던 15년 전 그때와 확연히 달라진 여행의 밑그림이다.

넉넉할 줄 알았던 제주도 4박 5일. 정보의 바다인 블로거들의 호평에 만족도도 급높아진 리조트 조식, 딸의 컨디션과 조율하며 짠 빡빡한 스케줄 소화, 맛집마다 찰나를 놓치면 물거품이 되는 예약과 번호표 ‘30’은 기본인 대기표를 손에 쥐고 이승철보다 악명 높은 평가단(아내&딸)의 눈치를 살피는 일상의 반복…. 그나마 아내의 품에 안긴 딸이 잠든 늦은 밤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부족할 제주도 푸른 밤의 여유는 맥주 한 캔의 포만감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위한 외침도 무거운 눈꺼풀에 잠식돼 버리기 일쑤다. 군 시절 휴가의 끝을 잡고 늘어지던 그때처럼 말이다. 그래도 행복함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세월 탓일까. 우정을 안주 삼던 스무살의 낭만과 또 다른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가족의 소중함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박태환보다 수영을 잘하는 아빠의 바닷속 소라를 잡아내는 경이로운 손짓과 배낚시 통통배 위에서 고등어를 낚는 아빠의 늠름한 모습을 존경스럽게 바라보는 딸의 눈빛을 어찌 잊으랴. 딸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의 등을 토닥여주는 아내의 신뢰는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행복이다.

광고는 15초의 영상 예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TV 속 광고도 모두 편집본일 뿐이야.’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에 젖은 어느 가족들의 풍경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위안으로 또 다시 급만족도를 높이는 제주도의 마지막 밤…. 그렇게 번지는 아무도 모를 입가의 미소도 예술이다.

TV 광고 한 편에 제주도로 떠난 닷새의 추억. 스무살이 마냥 그립지 않은 이유다. 딸이 무심코 돌린 제주도 00리조트 202호 벽걸이 TV 채널 속 일상의 회복을 위한 알람처럼 정겨운 광고가 절묘한 타이밍에 흘러나온다.

“대한민국에서 000으로 산다는 것, 풀려라 5천만! 풀려
라 피로! 대한민국 피로회복제~”




스포츠기자 겸 칼럼니스트_서민교
11coolguy@naver.com

농구전문지 <점프볼>, <네이버 스포츠> 농구 전문 칼럼니스트를 거쳐 MK스포츠 취재기자로 활동 중.
현재 네이버 스포츠Q <바스켓카운트> 진행을 맡고 있다. 스포츠도 사람 사는 얘기라는 휴머 50니즘을 품고 오늘도 다이내믹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서민교 ·  제일기획 ·  내가 본 광고 이야기 ·  가족 ·  대한민국 구석구석 피로회복제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Meet the Creator] 세상에 없던 크리에이티브, 모험 즐기는 여정에서 나와
 세상에 없던 크리에이티브, 모험 즐기는 여정에서 나와 남현우 TBWA 코리아 ECD 취재·글 송한돈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광고계에서 25년, 함께한 브랜드만 40여 개, 제작한 콘텐츠는 300편이 넘는다. 2018년 이후 매해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며, 감각과 정교함을 겸비한 크리에이티브로 광고계에 묵직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TBWA 코리아의 남현우 ECD(Executive Cre
[월간 2025밈] 01월 편 - 일하기 싫은 직장인... 아니 키티
  •  일하기 싫은 키티 •  햄스터 밈의 정석!? 밤톨이들??  •  16년 만에 돌아왔다. 월레스와 그로밋 대공개!    •  QUEEN NEVER CRY  •  올해 계획 어떻게 세울까? 만다라트?   일하기 싫은 키티    일하기 싫은 오천만 직장
옥외광고물 행정관련 질의 회신 모음
 자료제공| 안전행정부 지역활성화과 Q.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36조제3호나목에는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시시설 없이 옥상구조물에 직접 도료나 입체형으로 표시된 옥상간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유소에는 상호 및 정유사명칭이 10M이상으로 크게 도료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광고물도 가로형 간판으로 보아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나요? 관련법에 도료로 된 옥상간판은 제외하고 도료로 된 가로형간판에 대한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5년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전망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브랜드는 더욱 신중한 전략과 세밀하게 설계된 메시지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소비자는 단순한 광고 메시지보다 공감과 진정성을 담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러한 니즈에 맞춰 더욱 정교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콘텐츠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며 경험의 가치를 높이고 있고, 크리에이티브는 위로와 공감을 통해 소비자의 감정적 경험을 확장하며 브랜
[월간 2025밈] 01월 편 - 일하기 싫은 직장인... 아니 키티
  •  일하기 싫은 키티 •  햄스터 밈의 정석!? 밤톨이들??  •  16년 만에 돌아왔다. 월레스와 그로밋 대공개!    •  QUEEN NEVER CRY  •  올해 계획 어떻게 세울까? 만다라트?   일하기 싫은 키티    일하기 싫은 오천만 직장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Culture Insider_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 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시즌 미디어 파사드의 인기를 이어 크 리스마스 공간 마케팅이 인기이다. 트리를 중심으 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꽉 찬 각 기업의 크리스마스 공간을 알아보자. 더 현대 서울은 ‘움직이는 대극장’이라는 컨셉 으로 ‘크리스마스 빌리지 트리’가 진행 중이다. 아기곰 해리와 소 녀가 대극장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5년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전망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브랜드는 더욱 신중한 전략과 세밀하게 설계된 메시지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소비자는 단순한 광고 메시지보다 공감과 진정성을 담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러한 니즈에 맞춰 더욱 정교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콘텐츠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며 경험의 가치를 높이고 있고, 크리에이티브는 위로와 공감을 통해 소비자의 감정적 경험을 확장하며 브랜
[월간 2025밈] 01월 편 - 일하기 싫은 직장인... 아니 키티
  •  일하기 싫은 키티 •  햄스터 밈의 정석!? 밤톨이들??  •  16년 만에 돌아왔다. 월레스와 그로밋 대공개!    •  QUEEN NEVER CRY  •  올해 계획 어떻게 세울까? 만다라트?   일하기 싫은 키티    일하기 싫은 오천만 직장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Culture Insider_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 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시즌 미디어 파사드의 인기를 이어 크 리스마스 공간 마케팅이 인기이다. 트리를 중심으 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꽉 찬 각 기업의 크리스마스 공간을 알아보자. 더 현대 서울은 ‘움직이는 대극장’이라는 컨셉 으로 ‘크리스마스 빌리지 트리’가 진행 중이다. 아기곰 해리와 소 녀가 대극장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5년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전망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브랜드는 더욱 신중한 전략과 세밀하게 설계된 메시지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소비자는 단순한 광고 메시지보다 공감과 진정성을 담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러한 니즈에 맞춰 더욱 정교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콘텐츠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며 경험의 가치를 높이고 있고, 크리에이티브는 위로와 공감을 통해 소비자의 감정적 경험을 확장하며 브랜
[월간 2025밈] 01월 편 - 일하기 싫은 직장인... 아니 키티
  •  일하기 싫은 키티 •  햄스터 밈의 정석!? 밤톨이들??  •  16년 만에 돌아왔다. 월레스와 그로밋 대공개!    •  QUEEN NEVER CRY  •  올해 계획 어떻게 세울까? 만다라트?   일하기 싫은 키티    일하기 싫은 오천만 직장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Culture Insider_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 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즐기려면 쇼핑몰로~더현대, 스타필드, 롯데월드몰 각축전 크리스마스 시즌 미디어 파사드의 인기를 이어 크 리스마스 공간 마케팅이 인기이다. 트리를 중심으 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꽉 찬 각 기업의 크리스마스 공간을 알아보자. 더 현대 서울은 ‘움직이는 대극장’이라는 컨셉 으로 ‘크리스마스 빌리지 트리’가 진행 중이다. 아기곰 해리와 소 녀가 대극장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