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초코파이, 내 젊은 날의 추억을 소환시키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CM송이 흘러나온다. 이내 하나의 기사가 떠오른다. ‘초코파이가 북한에서 전설적 지위에 올랐다. 마시멜로로 채운 작고 둥근 파이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을 서서히 변화시킬 것이다.’ 영국 일간 신문 <가디언>의 최근 보도다.
CM송에 이어 “정(情)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는 광고 카피가 전달된다. 쏟아지는 시청자와 네티즌, 소비자의 공감의 댓글들이 눈길을 끈다. ‘군대 때 추억이 새록새록’, ‘훈련소 때 저 초코파이 하나를 쫓아 모든 종교에 귀의했던’,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군대에서 세 번 개종한’, ‘나의 스토리가 그대로 녹아 있는 초코파이 광고, 이제 와서 고백 합니다’, ‘깔창의 비밀이 웃기면서 슬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에서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로 바뀐 초코파이 광고 ‘군대와 연인 편’은 이처럼 국가적 담론에서부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소통의 문제, 개인의 추억에 대한 현재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 만들기를 촉발시킨다. 초코파이 ‘군대와 연인 편’에서 나타난 다양한 의미의 스펙트럼 중 가장 강력하게 눈과 가슴을 부여잡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 가는 시대와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성을 발휘하는 초코파이 의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CM송만 나오면 10~20대 힘들었던 순간 시름과 고민을 달래 주던 달콤함의 표상으로, 그리고 군대라는 특별하고 특수한 공간 속에서 한동안 고단함을 잊게 해준 기제로서 초코파이의 모습이 오롯이 살아난다. 젊은 시절의 추억의 등가물이 바로 초코파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군대 생활 중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 불교 신자가 교회를 간 사실을 고백하는 군인의 모습을 담은 초코파이 광고를 보면서 한입 베어 먹는 초코파이는 단순한 파이가 아닌 내 젊은 날을 소환하는 즐거운 간식이다.
이제 초코파이 광고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콘셉트에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며, 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이야기하자’로 대(大) 변화를 했다. 정(情)이라는 우리의 독특한 감정과 정서의 등가물이었던 초코파이는 이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지 않으면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는 상황에서의 ‘소통의 표상’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가 낳은 현상을 담보한 것이리라.
아직 ‘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이야기하자’는 카피가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초코파이의 맛과 의미는 나에게는 여전하다. 35g짜리 초코파이, 197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것이 165억 개…. 그 맛을 본 수많은 사람은 각자의 초코파이의 의미를 입에 그리고 가슴에 새겼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초코파이는 나에게는 추억이자 변화의 편린이자, 삶의 한 조각이다. 그것을 초코파이 ‘군인과 연인 편’ 광고가 새삼스레 일깨워 줬다.
광고 종사자와 업계 사람들은 초코파이를 많이 팔게 하는 광고가 좋다고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초코파이 광고는 나의 추억을, 나의 젊은 날을 소환할 기회를, 그리고 변화를 체감 할 수 있는 계기이다. 그리고 남북한이 통일되는 그날, “까놓고 말하면서” 초코파이 하나로 서로를 이해할 접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멋진 상상 또한 해본다.
대중문화 전문기자_배국남 knbae24@hanmail.net
<한국일보>, <마이데일리>를 거쳐 현재는 경제지 <이투데이>에서 문화부장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로 활동 중 충북대학을 비롯한 다수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매스컴과 대중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삶은 장단(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농도(치열함)라 생각하며 젊은 열기로 가득 찬 대중문화 현장을 오늘도 누비고 있다.
[내가 본 광고 이야기] 초코파이, 내 젊은 날의 추억을 소환시키다
배국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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