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당신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고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을 기뻐하는 지, 저는 잘 모릅니다. 내가 당신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광고입니다.당신이 만든 광고를 보고, 당신을 알게 됩니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광고속에 뭘 담고 싶어했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당신을 알게 됩니다. 비주얼로 당신은 나의 눈길을 끌고, 헤드라인으로 나에게 말을 겁니다. 때로는 도발적일 때도 있고 때로는 아주 정중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몰라 당신에게 되물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친절하게 한 마디 말로 대답을 합니다.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거"라고...
광고에는 이렇게 만든 사람의 생각이 녹아납니다. TV광고이든, 인쇄광고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통해 만든 사람을 떠올려 보는 것도 광고 보는 재미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 이 광고 봐라. 생각이 발칙한데...이걸 만든 사람은 참 재밌는 사람일 거 같네"
"뭐야? 이 광고, 뭉클하게 만들잖아. 이걸 만든 사람과 소주 한잔 하고 싶은데..."
"아...당했다. 이 광고 내가 먼저 만들었어야 했는데..." 와 같이 혼자 만든 이를 떠올려 보는 것도 광고 보는 재미중에 하나입니다.
아래 3편의 광고를 통해 전 만든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부러움 반, 시기심 반으로 그 사람을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뚫고 이 광고를 집행할 수 있었던 그들의 노력도 보이고, 그들의 생각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오늘에 이른 "광고의 고수"일 겁니다.
백설 씨리즈 광고 3편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친구가 많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햄을 광고하면서 토마토를 떠올리고, 부침가루로 감자를 떠올리고 다시다로 생태를 떠올리는 걸 보면, 평소에도 주변사람들을 이렇게 잘 챙기지 않을까요?
이 광고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과 백설을 자연스럽게 연결 짓게 됩니다.
먹음직스런 샌드위치와 따뜻한 감자전, 시원한 생태탕으로... 친구들덕에 백설까지 깨끗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정말 이런 음식을 먹으려면, 꼭 백설이 있어야 하겠지요. 친구들 덕에 백설이 살고, 요리가 사는 것이겠지요.
KTF적인 생각 "고막?편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걸 잘 아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아침이면 꼬박꼬박 신문을 읽고, 이 사람 가까이에는 늘 책이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 왜곡으로 우리의 심경을 잔뜩 건드릴 때 이렇게 멋지게 한방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광고로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평소에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이 광고 - 이 생각을 뒷받침해준 광고주 역시 멋진 분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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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좀 빌릴까요?
책 한권이라면, 이동전화 한통이라면,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천년의 역사를 통재로 빌려 줄 순 없겠지요.
고구려사는 우리의 자존심, 마음에서 잊혀지면
역사도 잊혀집니다.
역사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뜻 깊은 배려, 당신의 작은 관심이 우리의
역사 고구려를 지켜 냅니다.
KTF적인 생각은 관심이다
Have a good time! KTF
유니세프 광고 "청바지, 셔츠, 운동화"편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참 따뜻한 사람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집행된 광고는 아니지만, 이 사람의 따뜻한 생각이 나의 눈길을 잡았고, 한 동안 나를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청바지의 태그에는 바느질하는 아이가, 셔츠 왼쪽 가슴엔 목화솜을 따는 아이가, 운동화의 로고 부분에는 신발을 풀칠하는 아이가 그려져 있는 광고입니다. 당신이 무심코 착용하는 이런 옷과 신발이 제3세계 어린아이의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변화된 로고 형태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청바지, 셔츠, 운동화는 늘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도 역시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럼 아동학대의 문제는 어떨까요? 우리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가 너무 멀게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동학대는 먼 문제가 아닌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문제라고 멋지게 풀어내신 이 분, 정말 따뜻한 분일 것 같습니다.
광고에는 이름표가 없습니다. 광고물의 어느 곳을 살펴봐도 만든 사람의 이름은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광고 한편에는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광고주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AE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제작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광고 한편을 보면 다 드러나게 됩니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다가 누구의 생각도 아닌 불쌍한 광고가 나올 때가 있고 각자의 생각이 씨너지를 이뤄 멋진 광고 한편이 되기도 합니다.
눈에 띄는 광고와 눈에 띄지 않는 광고의 차이 - 그 차이는 아마 광고를 만드는 이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얼마나 광고에 열정을 다했는지에 따라 결판이 나는 듯 합니다. 지금 광고를 하는 사람이나, 광고를 지망하는 사람이나 이 점은 모두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이 생각을 잊고, 광고를 만들 때가 있어저도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신문 한장을 보더라도 정말 여러 편의 광고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총과 칼이 없을 뿐 생각의 깊이와 열정의 싸움은 늘 우리 주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TV와 라디오, 신문, 각종 옥외매체에서 매일매일 전쟁을 치루는 셈입니다. 싸우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은 나와 있지 않지만...그 전쟁에서 당신은 승자인가요? 패자인가요?
광고에 당신의 이름은 없지만 당신의 생각과 열정은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만들고 있는 광고, 그 광고에서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까?
류재하 CD│TBWA KOREA
「생태는 수심 40 ∼ 60m 수온 4℃ 동지 전후, 그물보다 낚시로 잡은 것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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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비료보다 퇴비, 이랑 사이 60cm이상 넉넉한 공간, 욕심없는 농부의 것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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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A, B, C
콜레스테롤 0mg
피를 맑게 하는 토마토
아이가 그냥은 안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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