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진화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가 여행 정보를 검색해 여행지를 고르거나 SNS에서 여행의 영감을 얻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 플랫폼에서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 설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이러한 전통적인 구조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통한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발전은 여행의 ‘영감-계획-예약-체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소비자의 여행 경험을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AI가 여행 소비자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세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STEP 1. 여행 영감~계획 : 탐색과 예약이 가까워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일이다. 이 단계에서 AI를 도입한 새로운 여행 서비스는 과거보다 훨씬 직관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탐색과 예약 사이의 단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신생 서비스로 ‘언레이블(Unrable)’이 있다. 틱톡과 여행 예약 기능을 합쳤다는 평가를 받는 이 서비스는 여행 크리에이터의 숏폼 영상 콘텐츠를 AI가 분석해 관련 항공편, 숙박, 체험 상품 등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별도의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야 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이용자가 여행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일정 수립과 예약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영상 기반의 소비 흐름에 맞춘 이 서비스는 여행의 영감과 예약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 영감 + 예약 기능을 결합한 모바일 앱 ‘언레이블’
미국의 대표적인 여행 리뷰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는 자체 AI 플래너 기능을 도입하며 여행 계획의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용자가 목적지와 기간, 동행자의 유형, 선호 활동을 입력하면, AI는 트립어드바이저 내 10억 건 이상의 리뷰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일정 초안을 생성해 준다. 만들어진 일정은 실시간 편집 및 공유가 가능하며, 각 명소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트립 어드바이저 내 상세 페이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예약이나 결제가 가능하다. 여행 계획 수립 단계가 이제는 별도의 전문 지식이나 시간 없이도 몇 초 만에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트립 어드바이저의 ‘트래블러스 초이스’와 같이 높은 평점을 받은 레스토랑과 투어 상품을 넣어서 여행 계획을 짜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생성형 AI와는 결과물이 확연하게 다르다.

트립 어드바이저의 ‘AI 플래너’
STEP 2. 여행 예약 : 대화하며 딱 맞는 서비스를 찾아간다
계획이 수립되면 사용자는 구체적인 예약 단계로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도 AI의 도입은 기존의 정형화된 검색 방식을 대체하며, 사용자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인터페이스로 전환되고 있다.

AI 기반 항공권 예약 플랫폼 ‘아이민 iMean.ai’ (출처: 아이민 홈페이지).
AI 기반 항공권 예약 플랫폼 ‘아이민(iMean.ai)’은 이러한 흐름을 대표한다. “7월 말에 인천에서 파리로 저렴하게 가고 싶은데, 경유해도 괜찮아”라는 식의 자연어 입력을 하면, AI가 이를 해석해 최적의 항공편을 제안한다. 단순 필터 기반 검색이 아닌, 마치 여행 상담을 받는 듯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다구간, 특정 경유지 등 복잡한 조건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AI 챗봇과 대화하며 항공편 검색부터 예약까지 해결하는 루프트한자의 ‘스위프티’
(출처: 스위프티 홈페이지)
(출처: 스위프티 홈페이지)
항공사의 자체 AI 도입 사례도 눈에 띈다. 루프트한자는 AI 기반 출장 예약 어시스턴트 ‘스위프티(Swifty)’를 개발하고, 이를 일본의 메신저 플랫폼 ‘라인(LINE)’과 연동했다. 라인 사용자는 앱 내에서 AI와 대화하면서 항공편의 검색·예약·결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으며, 청구서 발행 등 업무용 기능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챗봇은 스타트업 종사자나 자영업자처럼 전담 여행 관리 시스템이 없는 사용자에게 높은 효용성을 제공한다. AI의 도입으로 이루어진 메신저와 항공사의 기능 결합은 항공 예약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플랫폼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STEP 3. 여행 중 경험 : AI가 여행지에서 실시간 가이드한다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AI는 이용자의 체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표 사례는 구글의 ‘토킹 투어(Talking Tours)’ 서비스다. 이 기능은 구글 맵스와 구글 아트 앤 컬처 앱을 기반으로 주요 관광지에서 실시간으로 음성 안내를 제공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AI가 관광지 정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구글의 토킹 투어 서비스 (출처: 구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랜드마크를 향해 이동하면, AI는 화면 상의 장소를 인식하고 관련된 역사적·문화적 정보를 자동으로 재생한다. 360도 파노라마 화면과 결합된 이 기능은 사용자가 보는 방향을 인식해 해당 장소와 관련된 추가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람선 투어와 같은 연관 체험을 추천하기도 한다. AI의 시각 인식과 실시간 정보 처리 기술이 결합된 결과이다.
현재 이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데 국립민속박물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일부 관광지에 적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55개 도시로 확장하고 있다. 향후에는 다국어 번역,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 광범위한 여행 지원 기능으로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실시간 정보 제공은 투어 가이드의 역할을 일부 대체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AI 기술은 여행의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영감 획득부터 계획, 예약, 현장 체험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단계에서 AI는 정보 과잉 시대의 사용자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인간 여행자의 직관적 경험과 디지털 기술 간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생성형 AI 기술의 결합은 여행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사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동시에 더 높은 몰입도와 만족도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도구의 진화를 넘어, 여행 자체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여행업계가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향후 여행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김다영 여행 인사이트 미디어 히치하이커닷컴 대표
여행 인사이트 미디어 히치하이커닷컴(hitchhickr.com)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여행 산업의 변화를 탐구하고, 앞으로의 여행을 전망하는 일을 한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 관련 기관 및 여행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과 여행 트렌드 교육을 하고 있으며, 관광 마케팅과 트래블테크 분야의 자문과 심사,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위한 스마트 여행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유튜브 ‘히치하이커TV’를 통해 매주 글로벌 여행업계의 최신 동향과 여행 꿀팁을 전달한다. 저서로는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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