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ㅣ 한진수 (한국경제신문 광고마케팅2부 차장)

일요일 저녁, 나와 가족의 꿈을 만나다
책을 덮은 일요일, 저녁을 먹고 난 후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서재 방으로 모두 모이도록 했다. 책을 보여주며 버킷리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 후 책상에 둘러앉아 각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자고 제안했다. 나의 엉뚱한 제안에 가족들은 흥미반 호기심 반으로 흔쾌히 동의했다.
30분의 시간 내에 일생동안 해보고 싶은 나만의 버킷리스트 10가지와 1년 동안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10가지씩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한 줄 한 줄 리스트를 적어가다 보니 30분은 목록을 작성하는 데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면서 리스트를 한 줄 한 줄 채워갔다.
각자 적은 버킷리스트를 이번에는 서로 바꿔서 발표하기로 했는데,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의 버킷리스트를 잡은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늘 불평불만에 정리정돈 안 되고 컴퓨터게임에 친구랑 놀기 좋아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학교 학원만 오가는 철부지인 줄 알았던 그 녀석도 자기의 꿈과 목표를 버킷리스트에 또박또박 적어놓았던 것이다.
비싼 외제스포츠카 사서 시속 400킬로로 레이싱 도전해보기, 기발한 스마트폰 어플 발명하기, TV프로그램의 주인공 돼보기, 미래의 아내랑 아프리카 같은 오지로 구호활동가기, 외국인친구 사귀기, 친구들끼리 운동 동호회 가입해서 운동 꾸준히 하기, 요리자격증 따기, 공기 좋은 시골에 엄마 아빠 집 지어드리기, 소녀시대 콘서트 보러가기, 1주일 동안 혼자 집보기 등등 평소에는 전혀 몰랐던 녀석의 생각과 꿈을 버킷리스트를 통해 알게 돼 흐뭇하면서 소통의 시원함을 맛보게 됐다. 가족이 서로 버킷리스트를 발표하면서 각자의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가족끼리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
해보세요! 달라질 겁니다!
집안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상을 글감으로 쓴다는 것이 왠지 쑥스럽기도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누구나 한번쯤은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남아있는 생애 동안 꼭 해보고 싶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목표와 꿈을 망각한 채 하루하루 떠밀려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이 아닌가. 마감시간에 쫓기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우리 신문광고인들에게 꿈과 목표를 얘기한다는 것이 과연 어울리는 얘기일까. 어떤 이는 지금 광고시장이 어떤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뭉개버리고 오로지 광고 찾아 동분서주하느라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필자 역시 공감하고 있으니까. 그렇더라도, 그렇게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세월이 아깝고 아쉽지않은가. 세월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