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하찮은 매력 ‘떼리앙’
스튜디오좋 ‘롯데리아 떼리앙’ 캠페인
글 한상진 AE | 스튜디오좋

문을 열고 들어가 주문하기 위해 서있는 나를 반기는 것이 미소띤 직원이 아니라 ‘매장’ ‘포장’을 띄우고 있는 키오스크가 대부분인 요즘. 나에게 미소를 날려주고,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세상 무해하고 하찮은 존재 떼리앙이 찾아왔다. 최근 가장 폼이 좋은 버거 가게 롯데리아로 말이다.

버거의 사이드가 아니라 스낵
요즘 롯데리아 폼이 미쳤습니다. 왕돈가스 버거,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등 롯데리아 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메뉴들이 이슈도 빵빵 터트리고, 빅모델을 활용한 지속적인 K-버거 브랜딩으로 이미지 자산도 단단하게 굳혀가고 있거든요.
사실, 지금의 롯데리아 버거 황금기가 오기 전, 긴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메뉴가 롯데리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신가요? 바로 양념 감자, 감자튀김, 선데 아이스크림, 토네이도 같은 롯데리아 디저트입니다. 롯데리아의 디저트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단독 광고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했어요. “롯데리아는 양념 감자가 맛있지~”라는 소문만 무성한 채 트레이 한쪽 구석을 채우는 ‘사이드’ 신세였습니다. 어쩔 수 없죠. ‘버거 가게에 양념 감자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롯데리아가 어떻게 웃어넘기겠어요.
2025년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디저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롯데리아 역시 롯리단길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깡돼후, 청주 미친 만두, 우이락 고추튀김 등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K-버거 브랜딩처럼 디저트 역시 장기적으로 자산화할 수 있는 브랜딩이나 IP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저트의 속성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는 ‘떼리앙’ 캐릭터 세계관을 탄생시켰습니다. 드디어 롯데리아 디저트가 버거 옆 ‘사이드’가 아닌 ‘스낵’이라는 타이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인 거죠.



제약이 전략이 된 캐릭터 디자인
롯데리아 캐릭터와 세계관을 처음 구축할 때 생각보다 제약 조건이 많았습니다. 우선, 롯데리아는 수많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었고, 일시적으로 판매했다가 사라지는 디저트도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세계관 구축 시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첫째는 확장성, 둘째는 변동성, 셋째는 지속성입니다. 일년 넘게 고객에게 소통되었던 캐릭터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롯데리아 디저트의 브랜딩과 세계관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과거 사연, 성격, 서사 등 스토리가 중심인 세계관이 아닌 캐릭터의 디자인 컨셉이 중심인 세계관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지금 롯데리아 세계관에는 ‘잔망 루피’, ‘탄지로’ 같은 독립성 강한 캐릭터 보다 ‘라부부’, ‘포켓몬스터’ 같이 다양한 외형의 캐릭터가 한곳에 모여 있어도 공통점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더 중요했거든요. 우리는 모양, 디자인, 그림체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는 캐릭터 세계관 컨셉을 고민했고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인 ‘토우(흙 인형)’를 발굴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이자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브랜드인 롯데리아는, 오랜 역사를 품은 토우와 닮아 있습니다. 롯데리아 고객분들이 떼리앙의 귀여움 너머로 롯데리아의 아이덴티티와 정서적인 연결점을 갖도록 디자인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토우 콘셉트가 롯데리아 디저트의 매력과 특징을 잘 살려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튀김류 떼리앙’의 팔이 바삭하게 부서지거나, ‘아이스크림류 떼리앙’이 사르르 녹는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거든요. 겨울 왕국의 올라프를 보면 녹거나, 코가 떨어지는 연출이 있는데 너무 귀엽잖아요. 만약 동물 캐릭터의 귀나 팔이 떨어진다고 상상해 보면 마냥 귀엽지만은 않으니까요.
실제,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각 메뉴의 개성과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도록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떼리앙은 매우 작고 하찮지만 귀여운 존재로 설정했는데, 이들이 떼로 몰려 있을 때 특유의 하찮은 매력이 배가되어 더 큰 시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롯데리아가 디저트에 진심이라는 점은 많은 고객분들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디저트를 소개하는 동시에, 함께 있을 때 더욱 매력적인 떼리앙 캐릭터들을 통해 롯데리아 디저트의 풍성함과 즐거움을 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작은 거 온다! 떼리앙!
캐릭터 완성 전부터 생각했습니다. 떼리앙 런칭 캠페인은 세상 귀엽고, 세상 하찮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런칭 캠페인의 모든 것을 더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이 정도로 고객분들이 하찮다고 느끼겠어?!”를 기준으로 말이죠.
우선 런칭 캠페인 영상은 ‘역설’과 ‘대비’의 파티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자주 쓰이는 ‘위대한 전진’은 ‘위떼한 전진’이 되고, ‘큰거 온다!’는 ‘작은 거 온다!’가 됩니다. 웅장하게 시작했던 BGM과 성우 목소리는 어느 순간 바람 새는 리코더 소리와 당황한 목소리로 변하고요. ‘?떼링(소프트콘 떼리앙)’ 소개 카피는 폰트까지 깨져서 나옵니다. 심지어 ‘?’ 폰트는 멀쩡해 보이게 수정했다가 콘셉트 강화를 위해 다시 깨진 폰트로 원상복구한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롯데리아 인스타, 유튜브, 틱톡에 캠페인 시작 한 달간 매일 올라오는 숏폼 콘텐츠 ‘숏떼리앙’ 영상은 저의 최애, 회사의 최애, 롯데리아 클라이언트의 최애 콘텐츠입니다. 롯데리아 디저트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은 SNS용 스낵 콘텐츠로 기획했어요.
각각의 떼리앙은 콤플렉스, 초능력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떼링(지파이 떼리앙)은 머리가 너무 크다, ?떼링(소프트콘 떼리앙)은 너무 더우면 녹는다, 롱치떼링(롱치즈 스틱 떼리앙)은 잘 늘어난다, 같이요. 여기에 일상 속 공감 상황을 더하면 ‘영화관에서 머리가 큰 지떼링 때문에 뒤에 앉은 떼리앙들이 영화를 못 보는 이야기’와 ‘포떼링(감자튀김 떼리앙)은 눅눅해지면 안 되니까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다는 이야기’의 숏떼리앙 콘텐츠가 탄생하게 됩니다.
옥외 광고와 매장 팝업스토어는 ‘떼리앙의 작음’을 강조했습니다. 지하철의 큰 스크린 도어 광고 대부분을 여백으로 비우고 가운데 손바닥만한 공간에 떼리앙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으로 작고 하찮음을 강조했고요. 서울대입구역, 숙대입구역 매장에서는 열 일 하는 떼리앙을 훔쳐보는 컨셉의 포토부스를 운영했어요. 영화에서 인간이 작은 난장이나 요정, 개미들의 세상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연출로 떼리앙과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떼리앙의 가장 큰 강점은 위와 같은 캠페인 기간 외에도 클라이언트가 가진 매장을 활용하여 상시 무해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떼리앙이 롯데리아 매장의 모든 VMD(Visual Merchandising)에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터에도 붙고, 트레이 매트에도 붙고, 메뉴 소개 옆에 귀엽게 붙고, 컵에도 붙고요. 롯데리아 매장 속 모든 것이 곧 우리 캐릭터를 모델처럼 보여줄 수 있는 화보집이고 광고판이라고 생각하며, 떼리앙의 매력 어필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미소 지을까 생각하며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떼리앙의 귀여움, 세상을 구해

떼리앙의 귀여움, 세상을 구해
2025년 7월 16일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떼리앙의 2차 캠페인을 오픈 했습니다.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 롯데리아 디저트를 할인 구매할 수 있는 ‘리아스낵타임’을 홍보하는 이번 캠페인은 추가 숏떼리앙 콘텐츠는 물론 떼리앙 툰과 웹사이트 참여 이벤트, 콜라보 프로모션 등 런칭 캠페인 때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떼리앙에 대한 애정과 욕심이 많아서 일까요? 프로젝트를 잘 하려고 이것저것,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를 준비하다 보니 가끔은 일이 어렵고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떼리앙을 찾게 돼요. 신경 쓸 것 많고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이슈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요즘 세상에 무해하고, 귀여운 떼리앙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지 체감 중입니다.
이번 떼리앙 프로젝트의 경우 저희 스튜디오좋 입장에서 의미가 큰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 스튜디오좋에서 선보였던 캐릭터와는 디자인, 생김새, 감수성은 물론이고 광고 콘텐츠, 마케팅 전략도 전혀 다르거든요. 저희 입장에서도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위떼한 도전 의식을 가득 담은 캠페인이었는데 많은 고객분들과 광고, 캐릭터 업계에서 사랑해 주셔서 너무 뿌듯합니다.
저희는 떼리앙을 통해 하찮지만 작은 꿈을 자주 꾸며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10대 학생들이 떼리앙 키링을 가방에 달고 등교하는 꿈, 해외 롯데리아 매장에 트레이에 박힌 떼리앙을 외국 고객들이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주는 꿈, 떼리앙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출연하여 엔딩 크레딧에 떼리앙 이름이 나오는 꿈이요.
저희 머릿속에는 떼리앙 10개년 계획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쉬울 지경이에요! 앞으로도 떼리앙의 귀엽고 하찮은 매력이 담긴 많은 활동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롯데리아와 스튜디오좋, 그리고 떼리앙!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