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인간을 산산조각내다
글 장 웅 | ADZ
필리핀 근로자의 87%가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11%나 높은 수치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단순히 정신적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수 영양소를 고갈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키며, 마침내 개인의 신체와 삶 전반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필리핀 제약 브랜드 Stresstabs와 광고대행사 GIGIL은 제약 광고의 전형적인 ‘피곤한 전후 사진’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트레스를 시각화하는 강력한 은유를 선택했다. 스트레스가 사람을 단순히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산산조각 낸다’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쪽 팔로 표현한 ‘파편화된 나’
캠페인 영상은 한 해의 우수 사원으로 뽑힌 직장인 제멀린(Jemerlyn)의 온전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와 혼잡한 출퇴근길, 반복되는 피로가 쌓이면서 그의 신체가 점차 분해되고 파편화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화면에는 한쪽 팔만 남아 책상 위의 서류를 붙잡거나 붐비는 전철 속에서 힘겹게 몸을 지탱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러한 서사적 흐름은 스트레스가 단순한 피로를 넘어, 한 사람의 정체성과 존재를 파괴하는 과정을 강렬하게 시각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Stresstabs가 잃어버린 비타민을 보충해주자, 제멀린은 비로소 ‘온전한 인간’으로 회복된다.
Stress can break you apart. (스트레스는 당신을 산산조각 낸다.)
- 캠페인 카피 -
제약 광고의 클리셰를 넘어
제약 광고는 오랫동안 지친 직장인, 무표정한 의사, 해결 후의 환한 미소라는 전형적인 공식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GIGIL은 이러한 클리셰를 철저히 거부했다. 대신, 스트레스를 시각적으로 파편화 되는 직장인을 통해 강렬한 비주얼적 은유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온전한 직장인에서 한쪽 팔만 남아가는 과정’이라는 서사는, 스트레스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과 존재를 무너뜨리는 파괴적 힘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Stresstabs는 단순히 비타민을 보충하는 기능성 제품을 넘어, ‘스트레스 해결의 파트너’라는 확장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약 광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2025년 6월 25일 공개 이후, 이 캠페인은 페이스북 866만 회, 틱톡 77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례는 제약 광고가 반드시 지루하거나 단조로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강렬한 크리에이티브가 브랜드의 신뢰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업계에 보여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