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ery
Commercial
Director!
왓더퓨처(What The Future)의
쿡(Cooke) 감독
취재·글 송한돈 | 사진 유희래

철저한 광고 감독은 무엇일까? 조감독 10년을 거쳐 8년차 감독이자, 설립 2주년이 된 프로덕션 WTF(What The Future)의 대표 쿡(Cooke) 감독은 본인을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최근 카리나와 찍은 스프라이트, 배우 김기범(KEY)과 찍은 맥도날드 광고 등을 찍으며 활발히 활동 중인 그를 만나 어떻게 철저한 광고 감독이 됐는지 물었다.

Q. 활동명을 Cooke으로 한 이유는?
제 본명이 ‘국천호’인데, 외국 친구들이 이름이 어려워 ‘쿡’이라고 불렀던 기억에 부르기 쉬운 Cooke이라는 활동명을 정했습니다. 어렸을 때 의미를 부여했던 타투가 시간이 지나 오글거리는 것처럼 활동명에도 되도록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Q. 어떻게 광고 감독의 길을 가게 됐나?
Q. 어떻게 광고 감독의 길을 가게 됐나?
힙합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에는 재능이 없단 걸 일찍 알았어요. 하이프 윌리엄스(Hype Williams)나 디 리스(Dee Rees)를 보며 힙합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단 생각을 했죠. 우연히 군대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가 촬영장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줬고, 그때를 시작으로 광고 연출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뮤직비디오는 한 번도 찍지 못했어요. (웃음)
Q. 돌아왔을 때 어땠나?
다시 신인 감독이 됐으니 어려웠어요. 네트워크도 없고 쟁쟁한 감독들도 많았으니까. 운 좋게 프랑스 디자이너 ‘장 샤를드 가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의 가방 광고를 제작하게 됐어요. 클라이언트가 제작비가 없어 스톡 영상을 합성하는 방향을 원했는데, 제가 직접 파리로 가서 찍어오겠다고 다시 제안했습니다. 카메라 두 대와 섭외된 현지 유학생과 함께 일주일간 파리를 촬영해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파리는 여름 휴가 시즌이라 사람이 없어 촬영 환경도 좋았고, 하와이에서 훈련된 촬영 실력이 큰 도움이 돼 결과적으로 대행사, 클라이언트 모두 만족했습니다. 제 차원에선 부담감이 컸지만, 동기부여가 된 프로젝트였어요.


왼)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는 매운 맛을 찢어!' 편
오) 가스텔바작 CF의 파리 사진은 감독이 직접 촬영했다
Q. 그 이후 지금까지 이 일을 하게 된 광고 연출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 일은 마약 같아요. 트리트먼트가 잘 나왔을 때, 그것이 클라이언트나 대행사에서 좋은 반응을 받을 때, 촬영 현장에서 생각보다 더 좋은 컷이 나왔을 때 등 그 순간순간마다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공백기에 느끼는 허무함도 커서 계속 다음 일을 찾게 돼요. 감독으로 활동한 지 2~3년 때 창작욕은 차오르는데 일할 기회가 적다 보니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매 프로젝트마다 전혀 다른 일을 한다는 느낌이라 지루할 틈이 없어요. 게다가 매번 다른 장르의 연출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한다는 그 ‘다양성’이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Q.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저의 경우 트리트먼트가 90%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현장을 거의 20년 가까이 겪어오면서 느낀 점은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의 역량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거예요.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다쳐도 아웃풋은 나올 정도로요. 결국 작품을 못 만들기 어려운 시기인 거죠. 그러나 트리트먼트는 누가 대신 할 수 없는 감독의 영역이라 트리트먼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트리트먼트가 90%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현장을 거의 20년 가까이 겪어오면서 느낀 점은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의 역량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거예요.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다쳐도 아웃풋은 나올 정도로요. 결국 작품을 못 만들기 어려운 시기인 거죠. 그러나 트리트먼트는 누가 대신 할 수 없는 감독의 영역이라 트리트먼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을 어떤 감독이라 생각하는가?
인스타그램 소개글이 ‘A Very Commercial Director’인 것처럼 저는 철저하게 광고 감독의 정체성으로 일합니다. 저 또한 신인 감독일 때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고, 클라이언트가 제 생각을 몰라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죠. 지나고 보니 광고 감독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보기 좋게 만드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광고 감독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위기 대처 능력’과 ‘융통성’이지 않을까요? 연출력, 트리트먼트를 잘하는 건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히 갖춰야 할 전제조건이죠. 변수가 없는 촬영은 없기에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35mm 필름으로 촬영한 광고 중 한 컷
Q.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최근 BTS의 뷔와 함께한 인도네시아 금융 심 인베스트 ‘Sim Investment, My Choice’ 광고 촬영에서 35mm 필름으로 촬영 하자고 제안한 적 있어요. 필름 촬영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촬영 난이도도 높습니다. 또 모니터링도 힘들어 현장에서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어야 해서 감독 역량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하죠. 그런데 필름 촬영이 주는 질감과 분위기는 디지털로 흉내 내기 어려워서 상당히 도전적이지만 정말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Q. 광고 연출 외에 해보고 싶은 것은?
글쓰기. 지금도 아이폰 메모장에 아이디어 조각들을 적어두고 있어요. 예전에 짧은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본 적도 있어서 언젠가 시간이 좀 생기면, 그 조각들을 이어서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장르 소설, 특히 추리물 같은 거요.
Q. 최근 인상 깊었던 아티스트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BENJI(@benjibeacham)’라는 영국의 젊은 감독에게서 큰 자극을 받았어요. 스트릿 문화와 스케이트보드 같은 서브컬처를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영상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도 그런 감성을 담은 개인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Q. 광고 감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이 일은 ‘워라벨’이라는 단어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이 일에서 워라벨을 추구한다면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이라도 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시간만 보낸다고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투자한 만큼 잘 해내면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시 태어나도 광고 감독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