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사람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글 고일진 팀장 | 아이디엇
광고를 하면서 만났던 평생의 반려자와 광고를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줬던 동아리의 친구들과 예전의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마지막 에세이에서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은 아이디엇이라는 신생 광고 회사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5년 연속 대상을 석권한 유망한 곳이죠. 저도 그 가능성을 보고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먼저, 저를 이곳에 불러 준 대표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표님을 알고 지낸 지는 십 년이 넘는 것 같네요. 십여 년 전 저도 몇몇 친구들과 광고 회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 후배 두 명이 찾아왔는데, 그중 한 명이 지금의 대표님이죠. 네, 대표님은 저보다 어리고, 학교 후배님이었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광고를 쫓는 학생들이었죠. 그때의 인연으로 후배님은 종종 저를 찾아왔습니다. 올 때마다 한 가득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는 피드백을 요청했죠. 그때 가지고 왔던 아이디어들은 학생의 치기 어린 어설픈 아이디어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아는 선에서, 생각했던 범위 내에서 후배님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디벨롭 할 점들, 아쉬운 부분들을 이야기해줬습니다.
그렇게 종종 피드백을 받으러 오던 후배가 회사를 차려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후에도 가끔씩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들고 와서 이야기를 듣고는 했죠. 그러다 대한민국 광고대상 시상식장에서 같은 수상자로 만났을 때 조금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제 치기 어린 대학생이 아니라 동등한 광고인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죠. 제가 상을 받지 못할 때에도 받는 걸 보거나 좋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걸 봤을 땐 살짝 질투도 났었죠. 그렇게 서로의 길을 가다가 제가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장난삼아 ‘연봉 맞춰주면 아이디엇 갈게’라고 후배님께 이야기를 던졌는데 1년쯤 뒤에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로 놀랐고,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회사가 그 사이에 이렇게 컸나?’하는 생각과 ‘후배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간다고?’, ‘그래도 하는 작업들은 나랑 결이 꽤 잘 맞는데...’ 오래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긴 고민 끝에 ‘좋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 ‘좋은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다’던 후배님, 지금의 대표님의 이 말에 결정을 하고 지금 이렇게 함께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배님이 대표님으로 있지만 동등한 광고인으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동료’라고 표현했던 것에 좀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화 ‘원피스’를 좋아하는데 거기의 명대사가 ‘너 내 동료가 돼라’였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아이디엇에서의 생활, 여기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대표님과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언제나 대표님 옆을 지키며 회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승훈이, 생긴 건 우락부락 거칠게 생겼지만 얼마나 세심하고 여려서 종잡을 수 없죠. 그래도 그 마음속에 우리 회사, 동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죠. 전형적인 츤데레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는 대석이. 면접 자리에서 만났던 대석이는 주니어 시절의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광고를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강했죠. 면접 당시에 만나서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사실 당시에는 카피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자리였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경력이 많지 않은 대석이를 뽑았던 것 같아요. 역시 함께 작업하는 동안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퇴사하고 2여 년 만에 함께 작업하는 대석 카피는 몰라볼 정도로 듬직해져 있었 습니다. 카피도 척척 써내는 건 물론이고 새 회사에 금방 적응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걸 볼 때면 대석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구나, 새삼 놀랄 정도죠. 이제는 하나의 팀을 맡은 팀장으로 아이디엇을 이끌어 갈 좋은 동료가 된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함께 일하고 있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데, 하나 하나 열거하기는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개개인의 동의를 얻은 게 아니라서 간략히 제 마음대로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MZ세대의 특징을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면 딱 이 사람일 것 같은 AE, 언제나 모든 일에 눈을 반짝이며 항상 긍정적인 아트, 사람이 어디까지 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PD, 차도녀 같은 이미지에 순하디 순한 순둥이 아트, 아이디엇의 유일한 공채 1기로 아트들의 중심이 되어주는 동료, 만나진 얼마 안 됐지만 항상 밝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트, 혼술을 좋아하는 조용한 AE, 왠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 드는 아트 인턴까지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모여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아마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본인들은 알아듣지 않을까요? 저도 함께 일하는 동료를 이런 단어로 표현해 본 건 처음인데, 이렇게 이미지화를 해보니 또 새롭게 보이네요.
광고라는 일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앉아 있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야근도 많고, 작업들 하나하나가 매번 새로운 어려움을 안고 오죠. 그래서 사람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도 함께 헤쳐 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결국 광고는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세 번의 에세이를 통해서도 결국에 하고 싶었던 말은 광고를 하면서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옆의 동료를 존중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즐거워야 광고를 만드는 작업이 즐거워지고 그게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과 좋은 광고,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희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언제든 두드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