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상 플랫폼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20.05.25 12:00 조회 339
 
 
코로나 이후의 미디어 생태계 변화
 
글 김조한 / 뉴아이디 이사, 미디어 플랫폼 분야 인플루언서. 전 도시바삼성 일본게임 콘솔 담당, LG전자 스마트TV 기획자, SK브로드밴드 Oksusu 및 Btv 미디어 전략 담당. 저서 <플랫폼 전쟁>.

 
경제위기와 넷플릭스
 
1998년과 2008년은 세계적으로 큰 경제위기가 닥쳤던 해다. 대한민국 IMF와 미국 경제위기 시발점이 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야기다.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시장에서 사라지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IMF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가전회사들이 환율로 인해 값싼 DVD Player를 만들기 시작할 때(이전에는 엄청난 고가였다) DVD를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DVD 시장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고, 비디오테이프 대여 사업의 강자 블록버스터를 파산하게 만들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는 미국 사람들이 부채를 갚기 위해 집과 차를 팔 때, 집에서 보는 케이블TV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가입자 수는 약 9백4십만 명.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1억 8천2백만 명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 거의 20배에 이르는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경제위기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서 4백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고, 미국의 실업자는 대공황 시대와 맞먹는 3천만 명에 이르렀다. 세계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던 회사다. 이번에도 방법을 찾을까? 코로나19 이후 영상 플랫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출시한 지 채 반년이 되기 전에 5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넷플릭스는 5천만 명 확보에 5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디즈니의 주력 사업이었던 리조트, 영화, 라이센싱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동영상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제작이 중단되며 5천만 고객들은 더 이상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것이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더 만달로리안’ 시즌1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후속편이 없다면 넷플릭스의 위협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 출처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코로나 시대의 도래
 
넷플릭스는 발 빠르게 세계시장에서 유일하게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에 투자와 구매를 늘렸다. 이전에 한국에 투자했던 독점 컨텐츠인 ‘킹덤 시즌2’, ‘인간수업’이 빛을 발하면서 코로나 위기를 또다시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던 퀴비(Quibi)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의 데모와 달리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퀴비 CEO 제프리 카첸버그는 코로나 때문에 기회를 망쳤다는 인터뷰까지 하면서,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닌가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퀴비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넷플릭스가 TV 중심으로 시청하고, 유튜브조차도 TV 쪽 서비스를 늘리는 입장에 반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UX를 제공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가로로 보든, 세로로 보든 시청환경이 유지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제프리 카첸버그의 말대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할수록 빛나게 된다.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핸드폰이 아닌 대형 TV라고 하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미국 가정 역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 10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 / 출처 퀴비 홈페이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는 서비스도 나왔다. 예정된 극장 개봉과 공연의 기회가 사라지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져간 경우가 그 예다.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 영화들이 TV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면서 TV를 봐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졌다. 심지어 코로나19 기간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횟수가 줄어들었다 하니, 아웃도어 이동에 필요한 서비스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온워드’는 극장 개봉 후 바로 디즈니플러스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트롤; 월드 투어’는 애플TV와 아마존 비디오로 직행해 제작비 이상을 건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괄시받던 TV가 다시금 미디어 시청의 중심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2차 판권 시장을 영화 개봉과 1:1 비교를 할 순 없지만 고객들의 필연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위기에서 기회로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진 콘서트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보여준 케이스도 있다. 세계적인 게임 서비스인 포트나이트에서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가 열린 것. 게임 장소에 트래비스 스캇이 등장하며 펼쳐진 공연은 기존 공연보다 멋지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전 세계 천이백만 명의 시청자들은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었다. 엄청난 바이럴을 만든 것은 물론이다. 
 
이런 콘서트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2월 테크노 DJ인 마시멜로가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이미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는 SM이 네이버와 함께 ‘비욘드 라이브’라는 가상 콘서트 플랫폼을 론칭했고, 슈퍼엠 콘서트를 통해 약 2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플랫폼이 있다. 코로나19의 최고 수혜자는 넷플릭스도 포트나이트도 유튜브도 아닌 틱톡이다. 틱톡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많이 사용된 플랫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중인 셀럽들이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상황을 주변 지인에게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난 1분기에만 3억 1천5백만 명이 틱톡을 설치했고 단기간에 20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모바일 서비스가 됐다. 모바일은 영화·드라마를 보는 수단이 아니라, 나와 가족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15초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SNS 앱 틱톡 / 출처 틱톡 홈페이지
 
영상 플랫폼의 변화와 가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디지털과 글로벌 키워드는 더욱 강력해지고 ‘커넥티드’ 경험을 유지하기 위한 테크놀로지 열풍까지 가세했다. 과거로의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집은 회사, 트레이닝 센터, 극장 등으로 무한변신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자 플랫폼이 됐다. 모바일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한물갔다 여겨졌던 TV는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즐기던 컨텐츠를 ‘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면서 생겨난 새로운 가치가 갑자기 바뀔 수 있을까? 벌써 전 세계 인구가 반년 가까이 경험하고 있는 이 가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극장을, 포트나이트는 공연을, 틱톡은 SNS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앞으로 반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여전히 퀴비에게도 기회는 있다. 세상은 계속 바뀔 것이고, 이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고객은 움직일 것이다. 
 
넷플릭스 ·  디즈니플러스 ·  미디어변화 ·  미디어생태계 ·  영상플랫폼 ·  커넥티드 ·  퀴비 ·  틱톡 ·  포스트코로나 ·  포트나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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