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안되는 것은 안되는 그곳, 콜롬비아에서 광고인으로 살아가기
HS Ad 기사입력 2017.09.27 05:58 조회 3821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작고 크게 다오는 ‘오 춘기’ 질풍노도의 기록입니다. 29.8살이 되던 2015년 10월, 어렵게 들어간 광고회사에 퇴직서를 내고 불과 2주 후 홀연 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로 왔습니다. 그리고 영화로 찍었다면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올 만한 풍성한 에피소드들을 만들고 콜롬비아에서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왔습니다. 왜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온 것일까요?


 

한국의 광고회사?!

제게 광고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매력 있지만, 근성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언제나 성공의 환호성과 실패의 한숨이 공존하는, 그러니까 재미있는 에너지가 가득하지만, 진득한 피곤함과 심신의 고통이 도사리는 모순의 공간이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제가 했던 업무는 BTL 프로모션이었습니다.


 

▲불꽃축제 진행 당시 진행한 인터뷰 사진(왼쪽), 포카리스웨트 캠페인 진행 사진(오른쪽)

서울세계불꽃축제, 포카리스웨트 연간 캠페인, 맥콜 길거리 프로모션, 모터쇼 등 국내 유명 축제와 기업 브랜드의 크고 작은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기획, 운영하는 업무로, 사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업무였습니다. 기획서를 쓰고 행사장을 누비는 것은 기본이었죠.

때에 따라서는 카피를 쓰고, 영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온라인 사이트를 구성하고, 레이싱 모델 면접을 보기도 하고, 티켓을 자르고 붙이고, 가끔은 인형 탈을 쓰고 홍보지를 나누어 주는 등 일반적인 광고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협력사 직원들과 소리 높여 싸우고, 울고, 신입 주제에 무서운 팀장님에게 대들다가, 매일 걸려오는 광고주 전화에, 카톡 하나에 매일 '죽고 싶다'를 외치면서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기를 수십 번. 그리고 ‘더 못하겠다’ 싶을 때 찾아오던 승리의 순간과 불꽃이 터지고 모든 관계자분과 격려하고 울던 그 쾌거의 시간이 지나 저는 29살이 되었습니다.


 

서른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다!

광고회사는 물론 힘듭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였는지, 그냥 30살이 되기 싫어 나오게 됐는지 이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업무와 책임. 끝나지 않는 야근과 멈추지 않는 광고주의 요구. 그리고 계속 재탕해가며 반복되는 고갈된 아이디어. 30살이 되는 문턱에서 ‘정말 이게 다일까?’라는 답답함이랄까, 아쉬움이 밀려왔죠. 잔인하게도 바쁘게 흐르는 광고인의 시간 속에서 대리를 달고 차장을 달고, 결혼하고 애를 낳는 궤도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30살이 되기 전, 순수하게 내 인생에 발자국을 남길 마지막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여행, 학위가 목표가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 대기업, 결혼 이 직선적 궤도를 끊고 지그재그로 세상을 누비며 흘러가 보고 싶었습니다. 흘러가듯이 1년을 내키는 대로 살다 보면 어딘가에 도달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1년을 멋지게 모험을 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나의 삶을 이어가거나 운이 좋아서 ‘해외에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간에 지금의 출구 없는 삶보다는 더욱 다채로워질 미래에 도박을 걸기로 했죠.

나 스스로 1년 동안 리얼 '생'모험의 기회를 주자!

그리고 정말 떠났습니다. 한국을, 그리고 광고업계를.


 

▲전 회사 동료들이 준비했던 감동의 송별회


 

그리고 콜롬비아!

‘기회가 생기는 대로 흘러가 보자’라는 기본적인 규칙(?)에 맞추어 살사학교에서 살면서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살사를 추고, 살사 음악이 나오는 거리에서 사랑도 빠지고 콜롬비아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도 하며 한국과 달리 콜롬비아의 거리에서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롬비아 처음 도착지인 살사의 수도, 칼리에서

그리고 결국 내키는 대로 흘러가던 와중에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에서 사업까지 런칭했는데요. 30살 그 질풍노도의 태풍에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치열하게 한 몸 던져 흐르다 결국 정점을 찍었습니다. 대학가에 열었던 2층짜리 가게는 연일 손님들이 줄을 서고 지역 매스컴도 타고 처음에는 잘되는 듯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리되었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스페인어가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열정이 모자랐기 때문이었을까요?


 

꿈만 거창했던 디자이너 공동 작업실이자, 판매 매장이자, 갤러리이자, 까페이자, 파티장소였던 'Komma'

막연한 기대감과 섣부른 도전으로 한국에서 열심히 모았던 통장이 어느덧 텅텅 비어 버렸죠. 불과 6개월이었지만 생각만큼 내 사업이라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퇴근이라는 것도 없고, 재미있지만 자부심 넘치는 팀원들도 없고 매일 함께 부딪히며 성공과 실패를 같이 하던 모순 같은 재미가 없었던 사업은 다시 광고인으로서의 나를 그립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예전에 같이 일했던 언니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콜롬비아 HS애드서 일해보는 건 어때?

다시 가슴이 뛰었죠. '이거다!' 동시에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처럼 끝없는 야근에 질퍽한 업무, 직장상사, 광고주에 시달려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두려움 속에서도 손은 빠르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콜롬비아라면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기회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시, 운명처럼 광고회사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광고회사로!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콜롬비아'였으므로!

솔직히 말하면 이력서를 내는 전날까지도 ‘저 죄송합니다만 생각을 해봤는데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습니다. 모든 자유를 이제 반납하고 다시 치열한 광고업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서웠죠. 그러나 막상 들어온 회사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많은 의미로 한국과 매우 달랐는데요.

먼저 업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하는 업무는 ISM(In-store Marketing)으로, BTL 분야만 한국에서 했던 업무가 다양한 광고주를 대상 BTL 프로모션 행사 기획, 운영이었다면 콜롬비아에서 맡은 업무는 LG전자를 단일 광고주로 하여 전시 집기에 대한 디자인 기획, 검수입니다. LG 제품을 유통에 전시할 경우, 어느 공간에 어떤 제품을 어떻게 전시할지 전략부터 집기 디자인, 실행, 검수를 진행하는 것이죠. 

그리고 콜롬비아에는 HS애드 법인이 없습니다. 중남미의 HS애드 법인은 브라질과 파나마에만 있고, 그 외의 중남미 나라의 담당자들은 LG전자 파견 직원인 것처럼 광고주의 옆자리에서 일하게 되는데요. 경력과 다른 일을, 그것도 광고주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콜롬비아에서라면 가능합니다. 정확히 뭐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LG전자 직원들, 담당자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현지 업무인 ISM 결과

모든 이는 세뇨르(Mr.) 또는 세뇨라(Mrs.)로 통한다!

콜롬비아에서는 갑과 을이라는 상하관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사무실에는 HS애드 외에도 Young & Rubicom 및 기타 에이전시 직원들도 파견 나와 있는데요. 광고주와 에이전시가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접대라는 단어도, 그러한 상황도 없습니다. 먼저 술 한 잔 사 달라고 접대 아닌 접대를 요구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사무실 내에서도 직급이 없습니다. 물론 팀장급 상무급은 있지만, 그 외의 직원은 모두 동료입니다. 모두가 이름으로 통하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업무의 수평화가 이뤄지죠. 광고주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상황이지만 자료 요청할 때도 ‘이 분이 차장님, 아님 부장님이었나?’ 고민할 필요가 습니다. 그저 세뇨르 알레한드로(Mr. 알레한드로의 스페인어 버전)라고 부르며 짧은 인사말과 함께 요청 사항을 이야기하면 귀찮다는 표정 없이 바로 도와줍니다. 불필요한 회식은 전혀 없고, 회식 계획이 생기면 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들뜨는 분위기랄까요?


 

안되는 것은 안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안 되면 되게 하여라' 혹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암을 유발하는 상황,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막강한 업무 푸시(Push)가 많았죠. 그러나 콜롬비아에서는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고 무는 무입니다. 3일이 걸리는 일을 하루 만에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하루 안에 해 달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3일 걸린다고요’ 입니다.

게다가 콜롬비아 문화 자체가 시간에 매우 관대한데, 이는 업무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업체들이 대체로 데드라인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이메일 답장이 없고, 데드라인이 한참 지나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죠. 그러니 이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광고주들은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사실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다 보니 이제 여유마저 생깁니다.


 

치열하게 행복해지세요!

무엇이 더 옮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도 분명히 일은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모습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광고주, 에이전시, 업체가 상하 관계없이 수평적으로 자신의 업무 R&R에 집중하기 때문에 협동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 해 저 또한 비교적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마지막으로 한국과 콜롬비아,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서든, 저와 같은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냈고, 지내는, 그리고 지낼 모든 동료를 위하여! 아무것도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행복해지자!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각자의 페이스로!

 



출처:
http://blog.hsad.co.kr/2449 [HS애드 공식 블로그 HS Adzine]
HS애드 ·  콜롬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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