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착한 소비 시대의 일회용 상품들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4.06.30 04:10 조회 6722
착한 소비 시대의 일회용 상품들
TEXT. 박현준 대리 (마케팅팀, INNOCEAN Worldwide)

요즘 화장품 업계의 트렌드는 금방 상하는 화장품이다. 일견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천연화장품의 인기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개봉한 화장품은 3개월 이내에 써야 한다. 제품이 상했다면? 기분 나빠할 필요 없이 버리면 된다. 내 화장품이 진짜 천연화장품이라는 좋은 증거 아닌가? 오히려 상해버린 화장품에 대한 믿음이 솟아난다.

지금은 착한 소비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화장품 업계의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수년간 ‘에코 손수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자는 이 캠페인의 대의는 환경보호다. 지구를 위해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줄
이고, 손수건처럼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자는 것이다(이와 동시에 이니스프리는 유통기한 3개월짜리 화장품을 출시했다). 일회용품의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커피 업계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유행이다.
바야흐로 재활용품의 전성기다. 가방, 파우치 등 패션 소품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tag)은 재활용 브랜드라는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아름다운가게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매번 새 제품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으니 합리적 소비요,
환경을 생각하니 착한 소비다. 이는 곧 일회용품의 황혼기가 찾아왔다는 말이다. 다시 쓰고 오래쓰는 착한 소비의 세상에서 하루살이 제품은 자원 낭비의 원흉이다.

제품 수명이 짧아야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정작 인기를 얻는 상품을 보면 과연 지금이 ‘착한 소비 시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패션 업계에서 정작 인기몰이 중인 것은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SPA 브랜드이다. 한 철 입고버려도 부담 없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 중 하나이며, 이들에게 백화점 브랜드 같은 엄격한 품질을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일회용 소프트렌즈 또한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식품의약청의 일회용 소프트렌즈 허가 건수는 전년 대비 26.8%나 증가했다. 편리함은 물론이요, 반복 착용하는 일반 렌즈보다 위생적이라는 평가가 인기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또한 아이러니하다. 휴지 대신 손수건을 써야 하는 이유는 손수건은 세탁해서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렌즈 시장에서는 그 반대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사례 하나를 더 보자. 일반적으로 식품은 남은 유효기간이 짧을수록 구매 기피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우유 한 팩을 사면 한 팩을 공짜로 주는 것과 같은 ‘덤’ 마케팅이 흔하다. 그런데 주스 시장을 보면 이러한 상식이 무너진다. 요즘 뜨는 제품은 천연과일주스인데, 풀무원의 ‘아임리얼’, CJ제일제당에서 작년에 선보인 ‘스퀴즈’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천연과일주스는 유통기한이 2주 정도로 가공주스의 절반도 안 된다. 만약 빨리 상한 우유를 두고 고급 우유라서 그렇다면 이를 받아들일 소비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주스 시장에서는 이게 가능한 걸까? 시장 트렌드 분석글을 보면 요즘 화장품을 가리켜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수명이 짧아진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 말만큼 잘 보여주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내 몸에 직접 닿는 화
장품은 단순히 화학적 기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선하고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 내 눈에 닿는 렌즈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이제 주스는 더이상 맛이 중요하지 않다. ‘짧은 제품 수명=위생과 신선함’이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기호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SPA 브랜드들은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사업전략으로 활용한 경우이다. 천연과일주스 제품 한 개의 용량은 캔커피와 다르지 않다. 냉장고에 주스 1.5리터 한 병을 넣어두고 일주일간 매일 아침마다 마시는 모습은 이제 없다. 매일 구입 시마다 새로운 선택이 기다린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음의 가벼움이다. 과거 일회용품이 몸을 편하게 해줬다면, 최근 짧은 수명을 가진 상품들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사실 물건 하나를 오래 쓴다는 건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고가의 하드렌즈라면 잃어버리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 또한 제품에 싫증이 나서 버리기라도 한다면 ‘된장’ 소리를 들을까봐 신경 쓰인다. 그러나 제품의 신선함과 위생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물건을 버릴 때의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 위생과 관련 없는 SPA 브랜드의 경우에도 한 철 입고 버리는 데 죄책감은 없다. 그건 원래 그렇게 입는 브랜드니까.

제품의 짧은 수명을 이용한 마케팅
제품의 수명이 짧아져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노골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도 활발히 신제품이 출시되는 오랄-비 인디케이터 칫솔이 대표적이다. 오랄-비 인디케이터의 특징은 칫솔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칫솔모 끝의 파란 부분이 사라질 때 제품의 수명도 끝난다. 오랄비 인디케이터는 그저 제품의 사용기한을 표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마케팅의 핵심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작년 엘지생활건강에서 출시된 화장품 프로스틴이 흥미롭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냉장고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장품이다. 그럼에도 사용기한은 개봉 후 6주에 불과하다.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이 제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분명히, 과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일회용품은 그 전성기가 지나갔다. 그렇다고 지금이 착한 소비 시대요, 일회용품 시대는 끝났다 선언하는 것은 섣부르다. 소위 ‘일회용품’이라 분류하던 제품은 친환경 패러다임 속에서 소비문화의 주변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일회용품이 아닌 제품이 ‘일회용품화’되고 있다. 튼튼하게 만들어 오래 쓰는 전통적인 미덕을 가진 제품 대신 오래 쓰지 않아 좋은 제품들이 유행의 선두에 있다. 어쩌면 지금은 착한 소비의 시대인 동시에, 패스트(fast) 소비의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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