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신드롬으로 뜨겁다고 한다.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에 참석한 고위 공무원이 “중국내 한국 드라마 열풍은 중국 문화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다”또는 양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기자들이 하는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가 “별에서 온 그대를 보았는가?”라고 할 정도로 치맥 열풍과 함께 『대장금』 이후 제2의 한류로 대륙이 떠들썩할 정도다.
아직까지 중국의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을 통해 정식으로 드라마가 방영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러한 제2의 한류가 나타난 것은 정말 경이로운 사실이 아닌가. 중국 관영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는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회가 국내에 방영된 지난 2월 27일 저녁, 동시 번역이 제공돼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과 같은 시간에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뷰도 22억 건에 이른다고 하니 과연 그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한류를 몰고 온 『별에서 온 그대』라면 과연 이를 방송한 SBS와 제작사인 HB ENTERTAINMENT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었을까? 그리고 거대한 규모인 중국시장의 치맥열풍, 전지현, 김수현 열풍은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아직까지는 미풍이라는 것이다. 중국판권을 가지고 있는 HB엔터는 별그대가 이만한 열풍을 일으킬줄 몰라 인터넷 판권을 그렇게 높은 가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일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치킨매장에서는 3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 사 간다고 하니 당연 수익은 늘었겠지만 그 정도는 글쎄다. 간접광고를 통한 수익 역시 기존 드라마 수준인 9개 광고주의 12개 품목으로 평년작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 하겠다.
오히려 AI로 고생하고 있는 한국 양계업계와 마찬가지로 중국 양계산업이 일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방송광고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한류의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본다.
중국방송사가 별그대를 전국망을 통해 방송한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에 방송되는 별그대 중국판에는 일부 내용이 편집 되어 있다고 한다. 전지현이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는 가상광고로 BBQ치킨과 한국맥주 로고(또는 중국의 칭따오 맥주로고)가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광고가 시작되는 중1CM에는 전지현이 치맥을 언급한 장면을 모아서 편집해본다. “눈오는 날에는 치맥이 딱인데. 저는 치맥에 의존하지만 설레지는 않아요…” 이후 BBQ가 배달되고 한국맥주(아직 수출이 미미하다면 칭따오 맥주)가 광고소재로 나온다. 물론 전지현씨를 섭외해서 추가적으로 완성도 높은 광고를 만들 수도 있겠다.
유쾌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그 어마무시하게 많은 시청자들이 중독성 높은 한국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거리에는 전지현이 입었던 쉬즈미스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성들이 온통 입술은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컬러핏 23호를 바르고 있네. 그리고 빈폴 옷을 입은 젊은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갤럭시S5로 NAVER의 LINE을 통해 데이트약속을 잡고 있는 모습. 바로 옆 여행사에서는 이제 결혼을 준비중인 남녀가 웨딩 촬영을 위해 통영의 장사도 해상공원 여행 상품을 예약하고 있다. 또 다른 단체여행객들은 별그대 촬영지로 유명해진 가평의 쁘띠 프랑스를 포함한 경기도 관광공사의 패키지 여행을 위해 떠나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이런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SBS가 별그대 재방송을 할 때 이번에 간접광고에 참여하지 않은 치킨 체인점 중 한곳과 접촉해 중국에서 처럼 CG로 로고를 삽입하고, 전지현의 치맥 광고를 붙이는 것은 어떤가? 광고제도 차원에서 보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우선 드라마의 경우 간접광고는 허용되어 있지만 CG로 로고를 삽입할 경우 스포츠 프로그램에만 허용된 가상광고가 되어 안되며, 전지현의 치맥광고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중간광고가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후CM TOP으로 붙여 광고를 하는 것을 가정해 볼 때는 어떨까? 이 역시 문제는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출연자인 전지현씨가 광고모델로 등장할 경우 현행 방송법상의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 규정에 영향을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상단에 광고방송이라는 자막을 붙여 프로그램과 구분하는 등 노력을 해서 겨우 사후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피했다고 하자.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맥주와 치킨이 함께 광고를 한다면 주류는 밤 10시 이후에만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 제한이 생긴다. 또한 일부 치킨 체인점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상의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어린이 시간 대인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는 광고가 불가능하다. 전지현씨가 말한 막걸리와 파전, 소주와 개불은 어떨까? 아마 막걸리는 시간제한은 있겠지만 광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7도 이상 고도주인 소주는 광고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느 교수님께서 중국에서 연수를 다녀온 후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는 독점 미디어렙 시대이긴 했지만, 한 중국의 광고학자는 한국의 광고제도와 중국 광고제도를 비교해 보면, 과연 어느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고 어느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헷갈린다고 말이다. KOBACO의 독점체제가 폐지된 이 시점에서 조금 과한 표현일지 몰라도 아직도 우리나라의 광고제도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너무 많은 규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이러한 규제가 한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삭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MBC에서 방영되었던 『대장금』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에 전파시키는 원조한류의 역할을 했다면, SBS의 『별에서 온 그대』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한 한국제품들이 제2의 한류와 함께 확산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제도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의 우수한 콘텐츠에 잘 녹아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다. 방송계나 광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런 제도들을 관리하고 있는 규제기관에서도 과연 현재의 규제수준이 적정한지 또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우리 방송계와 광고계의 종사자들도 별그대 신드롬을 통해 좀더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간접광고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등의 선진 외국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제2, 제3의 ‘별그대’를 기대하면서….
[AD Essay]『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과 간접광고, 협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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