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세상읽기] 기본을 다 한다는 것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2.11.26 09:53 조회 4238



올해도 프로 야구 한국 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했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삼성 라이온즈의 시대라고 할 만큼 삼성은 강했습니다. 특히 1, 2차 전의 삼성은 아주 압도적이어서 올해 한국 시리즈는 삼성의 4연승으로 싱겁게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철벽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의 투수들이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제구가 안되어 볼 넷으로 주자를 내보내고 거기에 실책이 연거푸 3개가 겹치고… 결국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던 게임을 내주고 말더군요. 그러더니 다음에 이어진 4차전은 아주 무기력했습니다. 똑같은 두 팀이 붙는데 경기 내용은 어쩜 그렇게 다른지 완전히 다른 팀들의 경기 같았습니다. 삼성 기준으로 보면 앞의두 번은 펄펄 날았고 뒤의 두 번은 위태로웠는데, 제 눈에 삼성의 패배는 SK한테 패한 게 아니라 삼성 스스로 무너진 걸로 보였습니다. 자멸 말이죠.

게임엔 상대가 있는 법이어서 승패를 말할라치면 늘 상대에게 이겼다, 졌다 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상대에게 진 게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고 그 결과가 패배로 나타나는 거죠. 아이러니컬하지만, 상대에게 진 경우는 그래도 잘했을 때이고. 의외로 많은 경우, 상대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져서 패하는 자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늘 경쟁 속에 사는데 특히 경쟁PT가 하이라이트입니다. 한데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건데요, 우리 일은 옳고 그른 것이 명확한 게 아닌데다가 개성과 분야가 다른 사람이 모여 협업하는 만큼 다양한 생각들의 조율이 중요한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저 봉합만한 상태에서 출전합니다. 이런 상태는 고객인 광고주에게도 금방 눈에 띄는 법이어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잘 맞지 않는다는 평이 바로 나오곤 하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하나로 꿰어져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기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기길 바라는 것 자체가 우습고, 또한 이런 건 경기 전에 이미 에러를 하고 출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면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이기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경쟁이든 아니든 프레젠테이션 날짜가 가까워 오면 그때마다 저는 늘 아쉽습니다. 기본이므로 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면 이것도 아쉽고 저것도 아쉽고… 준비 과정을 리뷰해 보면 아이디어의 질과 상관 없이 늘 기본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갈수록 크게 느낍니다. 기본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요. 반면, 이런 것도 알게 되더군요. 어떤 일이든 기본을 다하면 잘한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을요. 그러면 여러분은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 이상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그건 엑설런트입니다. 제가 보장합니다.

기량이 수준급에 이르면 그때부터의 승부는 오히려 이런 기본에서 갈려 버립니다. 능력의 차가 크지 않으니까 마음이 해이해지거나 준비를 소홀히 한 데서 드러나는 약간의 허점 같은 것들이 승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러니 상대의 공격에 의해 진다기보다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 되는 겁니다. 그러므로 기량을 다 발휘하고도 졌다면 그건 오히려 아쉬움이 적습니다. 졌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러므로 후련하다 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무너져서 졌을 때는 단지 패해서가 아니라 기본을 다하지 못하고, 그래서 기본에서 구멍이 뚫린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어려워집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잘 하지 못했을 때 부끄럽더니 세월이 갈수록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기본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그럴 때가 훨씬 더 부끄럽더군요. 결국 승부처는 최선을 다했는가,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을 만큼 다 쏟아 부었느냐가 되는 것 같네요.

밖에 나가 놀기에도 좋은 가을이지만 자기 자신과 놀기에는 더더욱 좋은 계절입니다. 자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 대화를 많이 나눠 보시죠. 자기 안에 많은 얘기가 들어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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