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과 민영랩 시대를 앞두고 광고 시장은 일대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새롭게 변모할 미디어 지형에서 기존 강자들이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혹독한 무한 경쟁 구도 속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여기에 그 답이 있을지 모른다.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
7월 7일 새벽 더반 국제컨벤션센터.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의 개최지로‘평창’을 지목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온통 환호의 물결로 뒤덮였다. 지상파의 순간 시청률은 34.9%에 이르렀고 각종 온라인 사이트와 SNS에도 축하의 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들떠 축배를 나누는 순간에도 긴장을 멈추지 않는 곳이 있었다. 개최지 발표 방송이 끝나자마자 첫 전파를 탈 TV광고를 준비하던 방송국 주조종실 한 켠. 그곳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하는 제일기획 전파미디어팀이 있었다.
“평창이 워낙 많은 화제가 되긴 했지만 그뿐 아니라 모든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는 복수의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승리냐 패배냐, 성공이냐 실패냐에 따라 각각의 소재를 준비하죠. 방송사에는 이미 두 가지 버전으로 요청을 해놓은 상태에서 함께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합니다.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 준비해 두었던 광고를 바로 송출하죠.”(김창숙 프로)
한 편의 광고가 기획과 제작을 거쳐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릴레이 경기라면 마지막 주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원래 전파미디어팀의 전통적인 역할은 여러 미디어 환경에서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광고주가 원하는 타깃과 프로그램에 딱 맞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더 다양하게 매니지먼트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모션, PPL 등 영역을 확장해 가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데 이르기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만약 평창이 유치에 실패했다면 아예 광고주가 바뀌어서 전혀 별개의 광고가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불가피했지만 무리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방송사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입장에서는 사실 수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설득을 통해 두 개의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동안 수많은 부분을 같이 진행하고 끊임없이 만나며 형성된 신뢰가 있었다고 봅니다. 광고주, 매체사, 제일기획 등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그게 저희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거죠.”(김영진 프로)
조화롭게, 빠르게, 새롭게
무엇보다 제일기획이라는, 국내 최고 광고회사의 이름으로 움직이다 보니 호기심과 관심은 물론 경계의 눈길이 만만치 않다. 광고주가 거는 기대치 역시 다른 어떤 회사들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위한 통합적인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MBC 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경우, 삼성 스마트TV에서 간접광고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처음에는 제작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작진은 좋은 음악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 문제로 고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걸 광고주가 일정 부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득해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적절한 PPL 효과를, 나가수 측은 더 좋은 음향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강신일 프로)
팀원들은 전파미디어팀에 꼭 필요한 또 하나의 미덕으로 신속함을 꼽았다. 최고의 광고 회사로서 방송사에 좀 더 좋은 모습과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다 보면 특히 대처 능력에 있어서 신속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확인을 아무리 많이 해도 사고가 날 가능성은 항상 있으니까요. 저희가 만약 실수를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좋은 크리에이티브와 광고주의 의향이 담긴 제작물이 바로 큰 피해를 입게됩니다. 덕분에 일과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전화벨이 울리면 저도 모르게 긴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어쩌면 그런 긴장감이야말로 제일기획의 모든 프로들이 안고 가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 아닐까요.”(이진영 프로)
한편으로는 팽팽한 긴장의 끈을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다. 팀의 내부적인 결속과 협력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걱정하는 이는 없다. 어떤 사안이 정해졌을 때 다 함께 힘을 모아 진행해 나가는 부분은 거의 몸에 배어 있다고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체화된 협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강한 결속은 아주 오래 전부터 팀의 선배들이 일구어 왔던 전통이다. 사실상 전파미디어팀의 역사가 제일기획의 설립과 함께할 정도로 오래되고, 또 다루는 매체의 성격 탓에 다소 올드해 보인다는 인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 말처럼 오히려 새로움을 추구하는 데 가장 앞장 서 있는 팀이 그들이다.
최초의 가상광고, 최초의 생방송광고, 최초의 탄력 시보는 물론 네이버‘미투데이’광고에서는 최초의 원타임애드(Onetime Ad)를 통해 하루에 한 편씩 두 달간 총 60편의 서로 다른 광고를 냈다. 그야말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앞으로 전파미디어팀이 만들어갈 새로운 길이 기대되는 이유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