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노야 (타투어)
타투, 즉 문신을 새겨주는 사람들을 타투이스트(Tattooist)라고 부릅니다. 또는, 타투어(Tattoo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분류를 나누자면 일반적인 타투어, 비즈니스 타투어, 그리고 아티스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는 그 말대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이고, 비즈니스 타투어는 자신이 직접 도안을 제작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드로잉은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금전만을 쫓는 사람을 말합니다. 남의 작품이더라도 서슴없이 따라 그려주는 이런 비즈니스 타투어들이 현재 한국에는 너무 많습니다.
저는 손님과 타투에 대해 상담을 할 때에, 참 말 많고 조건 많은 타투어입니다.‘ 그곳에는 하지 말아라’ ‘미래에 후회스러울 수 있다’ ‘조금 덜 노출되는 곳에는 어떻겠느냐…’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작업에 최대한 충실하여, 그에게 꼭 맞는 옷 같은, 그런 그림을 그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타투는 새기는 것보다 그림을 만들어 내는 일이 훨씬 힘이 듭니다. 손님의 이야기만 듣고 의미를 담아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머리 나쁜 저에게는 고문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려 내야만 합니다. 저에게는 많은 손님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들에겐 ‘단 하나뿐인’그림이기 때문이죠.
지난 겨울, 여자 손님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새기고 싶은 도안이 있다고 가져 오셨는데, 일본의 한 유명 타투어가 이미 작업한 그림이었습니다. 그 분은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셨고, 저는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더 나은 그림을 그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자는 이야기를 두 시간 가량 했습니다. 침이 말라 목이 따갑도록.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곳에서 해야 하겠다고 돌아갔고, 텅 빈 작업실 안에서 한숨소리만 길게 이어졌습니다.
온 몸에 진이 빠지고 허기가 느껴져 근처 식당에 홀로 앉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내가 힘든 길 갈 이유가 있나?’ ‘난 가족도 있는데 내 욕심만 채우는 건 아닌가?’ ‘이런 고집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긴 한 걸까?’여태까지 걸어 온 길을 모두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반찬이 나올 때 즈음, 무심히 TV를 보았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나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맛을 봅니다. 그리고는 타이핑되는 카피 한 구절. ‘아니다, 카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음식이다’ 카레가?! 그리고는 화면 한 가득, 극도로 고집스럽고 괴팍할 것 같은 주름의 노인이 지어내는 압도적인 표정. 아무런 말도 필요없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한 마디의 탄성.‘난 그저 저런 표정 지으며 살고 싶은 거잖아. 그거면 되잖아’
하나뿐인 그림을 새기고 만족하며 악수하던 사람들, 네 그림이 아니면 안된다고 무조건 나만 찾아주는 사람들, 그들의 웃는 표정과 나의 가족들이 생각나서, 밥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고집피워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노야 님이 그려주세요. 잘 부탁합니다.’라는 문자 한 통. 결국 밥을 채 먹지 못하고 다시 밖으로 나온 거리에는 연말모임으로 사람들이 그득그득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다시 찾아온 허기에 ‘고베식당’의 걸죽한 카레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손님과 타투에 대해 상담을 할 때에, 참 말 많고 조건 많은 타투어입니다.‘ 그곳에는 하지 말아라’ ‘미래에 후회스러울 수 있다’ ‘조금 덜 노출되는 곳에는 어떻겠느냐…’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작업에 최대한 충실하여, 그에게 꼭 맞는 옷 같은, 그런 그림을 그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타투는 새기는 것보다 그림을 만들어 내는 일이 훨씬 힘이 듭니다. 손님의 이야기만 듣고 의미를 담아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머리 나쁜 저에게는 고문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려 내야만 합니다. 저에게는 많은 손님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들에겐 ‘단 하나뿐인’그림이기 때문이죠.
지난 겨울, 여자 손님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새기고 싶은 도안이 있다고 가져 오셨는데, 일본의 한 유명 타투어가 이미 작업한 그림이었습니다. 그 분은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셨고, 저는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더 나은 그림을 그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자는 이야기를 두 시간 가량 했습니다. 침이 말라 목이 따갑도록.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곳에서 해야 하겠다고 돌아갔고, 텅 빈 작업실 안에서 한숨소리만 길게 이어졌습니다.
온 몸에 진이 빠지고 허기가 느껴져 근처 식당에 홀로 앉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내가 힘든 길 갈 이유가 있나?’ ‘난 가족도 있는데 내 욕심만 채우는 건 아닌가?’ ‘이런 고집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긴 한 걸까?’여태까지 걸어 온 길을 모두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반찬이 나올 때 즈음, 무심히 TV를 보았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나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맛을 봅니다. 그리고는 타이핑되는 카피 한 구절. ‘아니다, 카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음식이다’ 카레가?! 그리고는 화면 한 가득, 극도로 고집스럽고 괴팍할 것 같은 주름의 노인이 지어내는 압도적인 표정. 아무런 말도 필요없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한 마디의 탄성.‘난 그저 저런 표정 지으며 살고 싶은 거잖아. 그거면 되잖아’
하나뿐인 그림을 새기고 만족하며 악수하던 사람들, 네 그림이 아니면 안된다고 무조건 나만 찾아주는 사람들, 그들의 웃는 표정과 나의 가족들이 생각나서, 밥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고집피워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노야 님이 그려주세요. 잘 부탁합니다.’라는 문자 한 통. 결국 밥을 채 먹지 못하고 다시 밖으로 나온 거리에는 연말모임으로 사람들이 그득그득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다시 찾아온 허기에 ‘고베식당’의 걸죽한 카레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