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통섭(通涉,Consilience)이다. 이종학문의 결합은 새로운 자극이 될 뿐 아니라 학문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 융합해 급변하는 사회에서 비밀병기가 되곤한다. 이번 이두희 교수의 연구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다. 지구의 만유인력과 자전에 의한 원심력을 합한 힘. 지표 근처의 물체를 연직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힘 중력이 광고와 접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글 ㅣ 김정은 기자
하루에 적게는 수십 편에서 많게는 수백편의 광고를 만난다. 광고는 항상 소비자를 짝사랑하며 쫓아다니고, 소비자는 가끔 잘 만든 광고를 기억해주며, 광고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광고들은 저마다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짜고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광고효과가 마이너스 되는 상황, 즉 죽 쑤어 강아지를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둘 이상의 광고물이 존재하는 상황 하에서, 광고물 상호간에 미치는 광고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한 학자가 있다. 바로 이두희 교수다. 이교수는 ‘광고 중력 : 경쟁 광고 간의 역학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논문으로 지난 11월 20일 한국소비문화학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 2010’을 수상했다.
둘 이상의 광고물이 존재하는 상황 하에서, 광고물 상호간에 미치는 광고효과에 대한 영향력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광고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광고효과에 관한 새로운 시각의 연구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광고’에도 ‘중력’이 있을까?
‘광고’와 ‘중력’이라는 단어는 한자리에 모여 있기엔 조금 어색한 관계다. 광고에 중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번 연구의 배경을 물었다.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 중 어떤 것들이 기억나세요? 아마 2~3개 정도 기억날 것입니다. 26편의 광고를 찍었는데 말이죠. 광고는 다른 광고의 효과를 빼앗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합니다. 이를 현상화 하려고 생각하다보니 ‘중력’이 떠올랐죠. 기억나지 않는 광고의 효과가 기억나는 광고 2~3개로 편입되는 현상, 이것을 ‘광고중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광고중력이란 광고물간의 상호작용 영향력에 의해 광고물 고유의 효과보다 크거나 작은 광고효과가 나타나는 경쟁적 현상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광고중력에 관한 개념적 모형과 함께 측정지수를 제안하였다. 그리고 광고중력의 강도와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규명하고, 각각 요인들과 관련된 명제들을 제시하였다. 광고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상표관련 요인, 광고관련 요인, 소비자관련 요인, 인출시점 상황 요인 등이 있을 수 있으며, 광고중력은 재무적, 미디어적, 심리적 효과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광고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광고효과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기존의 연구가 광고 한편에 대한 효과들이었다면 이교수는 광고모델, 상품군별로 광고간에 일어나는 작용에 몰입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광고효과 관련 연구의 대다수는 광고정보처리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광고물을 구성하는 세부 내용이나 형태가 정보처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 연구 흐름의 대세였다.
경쟁광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표적광고의 효과분석을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광고 간섭효과에 관한 연구들과 이런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동에 관한 연구들이었다. 이교수의 연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광고간에 일어나는 작용, 즉 광고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아주 새로운 게임,
광고중력을 이용한 광고제작
실용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광고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효과이다.
“광고물 자체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효과를 생각해볼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소비자의 정보처리로 발생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위사람들에게 구전하여 발생되는 파생효과가 있습니다. 광고물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광고와 경쟁상황에 처해지게 되는데, 실제로 그 광고가 효과를 나타내는 상황을 보면 다른 광고와 공존상태에서 나타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이 100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면, 100억 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광고중력이 있다고 할 때 경쟁사 또는 다른 회사의 광고효과를 일부 가져올 수도 있고, 반대로 빼앗길 수도 있지요. 이제 이런 광고중력을 이용해 실무에서는 아주 새로운 게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광고중력을 아주 적절히 이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스카이와 비슷한 광고를 만들어 효과를 본 왕뚜껑 광고를 보면 말입니다.”
마케팅 사례연구의 첫 단추를 꿰다
이교수는 한국 마케팅 학계의 선도적 연구자로 학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여 한국마케팅학회 차기회장으로 선출되어 있다. 이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과거에는 국내마케팅에 대한 사례가 없어서 외국의 사례를 수업에 활용하다보니 수업효과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직접 마케팅 사례를 쓰게 되었지요. 다양한 사례를 엮어 책이 나오게 되었고, 많은 마케팅 광고 교수들이 교육현장에서 활용했습니다. 또 그것에 영향을 받아 마케팅사례연구원이 탄생하고, 마케팅경영학 교육계에서 사례를 통한 교육을 주제로 세미나가 많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위의 기대감 때문에라도 4권, 5권을 집필해야 할 책임감이 생겼다는 이교수는 그간 집필한 책만으로도 우리나라 마케팅 광고의 역사가 되었다.
“성공하는 마케팅 광고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이론적으로 추출해 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광고중력이론은 세계 최초이기에 더욱 자부심이 생기는데, 앞으로는 석박사 연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두희 교수가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당찬 꼬마의 눈빛이 보이는데, 그 눈빛을 보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남이하지 않는 연구를 즐겨하는 이교수의 추진력인 호기심과 재미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실무에 도움이 되는 무궁무진한 연구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