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 칸 사자에 관한 생태 보고서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0.09.09 03:13 조회 8543




월드컵 우승이 먼저일까? 칸 그랑프리가 먼저일까? 백만 광년이나 떨어져 보이는 이 두 가지 질문은 상당히 큰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광고가 의외로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게임이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축구가 창의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 층이 폭 넓게 존재할 때 비로소 축구는 격구의 수준을, 광고는 공고의 수준을 넘어선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우승 팀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도 축구의 창의적 요소와 관련이 있다.

 

글 ㅣ 서용민 프로 국내 제작그룹 CD


예측은 객관적 전력에 의하지만 축구란 게임의 승패는 전력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선수 개개인의 창의성과 선수들 간의 화학 반응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광고의 객관적 전력요소라고 할 수 있는 예산만으로 광고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바로 그 지점에 크리에이티브가 있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의 존재가 우승이나 그랑프리의 충분조건은 될 수 없지만, 이런 선수들이 없다면 꿈도 꿀 수 없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일단 월드컵 우승을 언제 이룰 수 있을지 예측하는 건 접어두고, 칸의 그랑프리를 점지하는 사자의 식성부터 파악해보자. 월드컵 우승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4년마다 광장을 채우는 일뿐이지만, 광고로 말하자면 우리가 바로 그랑프리의 필요조건이라는 플레이어이니까.


입 짧은 사자의 섭식 이야기


칸의 사자는 입이 짧다. 사냥꾼의 입장에서는 미칠 일이다. 손님(광고주) 입맛 맞추느라고 간이 좀 짰다거나 돈 아끼느라고 좀 물이 간 놈을 재료로 써서 만든 음식이니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은 그렇다 치자. 주문도 안 했는데 생자로 내 돈 들여 만들어 간 음식도 색목인들이 산낙지 보듯 하니 맥이 탁탁 풀린다. 그것도 벌써 20여 년 째다. 웬만한 나라였으면 손 털고 일어났을 법도 한데, 이 나라 광고쟁이들은 올해도 철가방에 바리바리 싸 들고 날아가서 수라상에 진상품 올리듯 펼쳐놓는다. 넉살도 좋다. IT나라 특산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 광고에 TV광고, 인쇄광고, 디저트로 옥외광고까지…. 한정식을 풀코스로 차려갔는데 한두 점 맛보고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이걸 그냥 콱. 그나마 신참 사냥꾼들이 현지에서 만든 음식을 덥석 물고 잡혀온 금멕끼(도금) 사자 한 마리에, 옥외 부문에서 떼로 몰려온 동사자 세 마리들 때문에 참고 넘어간다. 그나저나 이 녀석 입맛 까다롭기로는 촬영장 여배우도 울고 갈 판이다.

그렇다고 꼭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는 외국의 광고쟁이들이야 수상경력이 이력서니까 준비하는 것이고, 이력서에 수상경력 써봐야 일은 안하고 광고제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 이 나라에서, 광고제 준비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사정도 서로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한글 메뉴판의 불고기를 Bulgogi라고 옮겨 적는다고 그 감칠맛이 전달되기는 만무하니 언어 탓도 크다고 할 수밖에….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자는 프랑스 남부해변에만 서식하니 또 잡으러 가야하고 식성 까다로운 녀석이니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수밖에. 게다가 그 식성 또한 해마다 바뀌어서 종잡을 수 없으니 올해뿐만 아니라 예전 식성도 알아봐야 한다. 다행이 우리회사 홈페이지에는 지난 10년간 현지에 가서 식성을 연구해 온 사냥기가 승정원 일기마냥 꼼꼼하게 적혀 있으니 읽어보시도록. 더구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셨던 분들이 사자밥 고른 이야기며 교과서에 꼭 나오는 칸 광고제의 유래나, 종려나무가 상징인 도시에서 왜 사자상을 주는지 같은 이야기도 기록해 두었으니 참고하시길. 뭐 이번 글에서는 패스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간파하셨다면 orz. 에어컨 꺼진 사무실에서 새벽에 육수로 키보드 적셔가며 글 쓰는 본인의 사정도…. 쿨럭.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칸 수상작 이야기.


사자는 웰던을 좋아해 : Promo & Active?PR


칸에서의 첫 번째 사자 사냥은 Promo & Active 벌판에서 펼쳐진다. 세 가지 소분야의 24개 카테고리에서 경합이 펼쳐지며, 그랑프리를 배출한 카테고리의 정식 명칭은 C01 Best Integrated Campaign Led by Promotion and Activation. 말 그대로 프로모션과 액티베이션이 주도하는 통합 캠페인이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모았던 1라운드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자세만 바꿔도 전 세계 광고계가 긴장한다는 칸 사자가 체면도 차릴 새 없이 호주에서 준비해 온 먹이를 덥석 물고 말았던 것.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캠페인이니 차려진 음식을 보기 전에 좀 살펴보기로 하자. 광고주는 어떤 주문을 했고 플래너는 이 주문을 어떻게 해석했으며 주방에서는 어떤 레시피를 만들었는지. 먼저 광고주의 주문서.
 

한 마디로 30대 이상이 너무 운동을 안 하니 불 좀 싸질러 달라는 이야기. 홀에서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받았다.
 

스포츠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 이 룰을 깰 수는 없을까? 이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차례. 당신이라면 뭘 먼저 시작하시겠습니까? 일단 썸네일 노트부터 펼치거나 자료부터 찾았다면 당신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주방장 되시겠습니다.

이 나라 주방장들은 일단 이야깃거리부터 찾았다. 뭐 타깃들의 심장에 확 불을 지를 거리는 없나? TV 앞에 가로로 누운 채 대지와 평형을 유지하며 복부에 지구를 품어가는 아저씨들을 벌떡 일어나게 할 만한 사건을 찾았던 거다. 그러고보니 요즘 호주 주방장들은 이쪽 방면에 뭔가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도 겨우 일자리 하나로 세계 백수 청춘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으니까(2009년 World best JOB 캠페인). 아무튼, 올해도 사고 한 건 크게 쳤다. 바로‘리플레이(Replay)’캠페인.
 

캠페인의 개요는 간단하다. 타깃이 되는 세대들이 고등학생일 무렵 라이벌 고교 간의 럭비시합이 아쉽게도 7-7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뒤에 그 선수들이 다시 시합을 치른다는 이야기. 여기까지 썼는데도 벌써 골치가 아프다. 이걸 누가 다 연락해서 찾아내고 그 사람들 설득해서 다시 뛰게 하고, 게다가 살도 빼야 하니 운동시키고, 계약서 정리에 후~.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이 캠페인을 실행시킨 스태프들에게 우선 박수. 게다가 이 과정을 방송국마다 찾아다니며 홍보하고, 취재 온 기자들은 물론 안 온 기자들마저 불질러서 기사를 게재했을 PR팀에게도 박수와 사자 한 마리 추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캠페인이 PR분야 그랑프리 수상.

지난 해 그랑프리 수상작까지 살펴보아도 이 분야 수상의 핵심은 불 지르기인듯. 일단 불만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야 그랑프리를 거머쥘 수 있다. 게토레이의 리플레이 캠페인도 럭비시합을 계기로 각종 학원스포츠 클럽들이 몇 년 전 우리나라 동창 만나기 사이트가 만들어졌던 것 같은 붐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사자는 불을 확 질러서 바싹 익힌 웰던을 좋아하는 것 맞지요?


사자가 피아노 앞에 앉자 그들은 웃었다. 그러나… : Direct

칸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분야는 사실 오늘날 광고회사들이 1층 로비에 제단을 만들어 아침마다 절을 올려도 과함이 없는 분야이다. 인터넷은 커녕 TV도 없던 시절, 편지 한 통으로 책이며 화장품이며 비누며 수없이 팔아제치던 진정한 고수들이 날을 벼르던 곳이며 존 케이플즈(John Caples) 할아버지께서“내가 피아노 앞에 앉자 그들은 웃었다. 그러나 내가 연주를 시작하자…”라고 한 줄 휘갈겨 주시면 너나없이 피아노 교본을 사기 위해 편지를 보내던 꿈 같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분야이기도 하다. 신문광고나 TV, 라디오의 위세에 눌려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인터넷의 출현으로 제2의 번성기를 맞고 있으니 시대의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하기야 우표 값만으로 물건을 팔아 제치던 분야이니 우표 값도 들지 않는 인터넷이야말로 DM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칸이 2002년에 와서야 이 분야를 신설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결정이다. 마케터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이 분야에서 캠페인의 성패는 소비자의 응답에 달려있다. 올해 사자를 포효하게 만든 캠페인은 ‘오르콘 + 이기팝(Orcon + Iggy Pop)’ 이다.
 

오르콘은 뉴질랜드의 인터넷 브로드밴드 업체, 이기 팝(Iggy Pop)은 빵꾸락의 전설적인 대부(놀라지 마시라 194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64세. 김세레나와 동갑이시다). 둘이 만나 인터넷을 무대로 생쑈를 한판 벌였다. 한국판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신중현 쯤 되시는 분이“커피 한잔을 다시 녹음하려고 하니 인터넷으로 오디션을 보시라”라고 일갈하자 홍대 클럽 진출을 목표로 골방에서 운기조식하던 딴따라들이 캠 앞에서 기타를 들었다. 중원의 듣보잡들이 인터넷에 출몰하니‘스타킹’이니‘연예가 중계’니 방송이 출동하고 그거 구경하려고 마구 인터넷을 신청하여 전년도 대비 30%나 가입자가 늘었다는 이야기. 물론 오디션으로 선발된 숨은 고수들이 세션으로 동참하여 온라인 라이브로‘The Passen-ger’를 재녹음했다. 결국 프로모션?PR?다이렉트를 모두 대양주에서 가져갔다. 작은 이벤트로도 온 나라가 떠들썩할 수 있는 나른한 천국(Boring Paradise) 이라서 더 유리했던 것은 아닐까.


사자, 마침내 식사 거부 : Radio


칸에서는 모두 12개 분야(Film, Press, Outdoor, Cyber, Media, Direct, Promo & Activation, Radio, Titanium, Design, PR, Film Craft)에 걸쳐 그랑프리 수상작을 결정한다. 대부분 하나의 캠페인을 선정하지만 예외적으로 두 개, 심지어는 세 개의 수상작을 내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대로 수상작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자 마음대로이다. 올해는 라디오가 거만하게 돌아서는 사자의 뒷모습만 봐야 했다. 골드도 25개 카테고리 중 겨우 15작품. 칸 광고제가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시작된 필름 페스티벌임을 감안하더라도 섭섭한 수치다. 하기야 라디오 부문이 신설된 것이 광고제가 시작되고 50년도 넘게 지난 2005년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바보를 택한 사자 : Outdoor

얼마 전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아주 스마트한 결정을 내렸다. 의류 브랜드‘디젤’의 광고에 대한 게재 금지 명령. 죄목도 어마어마하다. CCTV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행위는 반사회적 행위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체까지 규정을 했다. 잡지는 괜찮지만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옥외광고는 안 된다.

이 캠페인은 물론 칸에 출품되었다. 하지만 인쇄부문에는 쇼트리스트에도 들어있지 않은 걸로 보아 아웃도어에만 출품한 듯 하다. 그것도 Billboards & Street 카테고리에만. 결과는 그랑프리. 스마트한 결정에 맞서는 바보들의 카운터펀치라고나 할까. 이제 우리도 한 번 보자. 2010년판 바보들의 행진.

첫 번째 광고는 영국 신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문제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CCTV 앞에서 가슴을 드러낸 여인네의 모습이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마치국회의사당앞의‘1인시위’처럼보인다.“ 제발감시좀그만해”이 한 편의 광고만으로도 디젤이란 브랜드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더 많은 CCTV, 더 많은 정보를 담은 ID카드, 인터넷 실명제 등등 스마트한 이들이 펼치는 촘촘한 그물망 앞에서 점점 더 몸을 웅크리게 되는 젊은이들에게 디젤은 외치고싶었던것이아닐까?“ 만국의젊은이들이여, 조롱하라”고.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두 번째 광고‘똑똑이들은 비평만 하지만 정작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보들이다’디젤의 카탈로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바보가되는것은 용감해지는것이다. 바보들이 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지 알아? 왜냐하면 그들은 바보들이니까’세 번째 광고가 실린 그들의 카탈로그는이런이야기로끝을맺고있다.‘ 이봐그래도착각하지는마. 바보가멍청이는 아냐’

올해 칸은 아웃도어 부문에서 사자를 두 마리나 배출했다. Be Stupid 캠페인에 가려 회자되지는 못했지만 아마 전 세계 바(Bar)에 도입될지도 모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음, 어떤 분들은 지하세계(?)에 들여 놓자고 할지도…. 전통적인 아웃도어 광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익살맞은 장치는 그래서 오히려 더 아웃도어적이다.
 

미래에서 온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시설물은 이름하여‘텔레트랜스포터(Teletransporter)’. 아르헨티나의 맥주 브랜드 안데스가 남성들을 위해 바에 설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들은 바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거나 축구 응원을 하며 놀고 싶지만, 그의 여친은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 남친이 야속하다. 이럴 때 여친으로부터 전화라도 오면 대략난감. 하지만 이 방음장치가 된 부스 안에 들어가서 메뉴를 누르면 각종 현장음이 만들어진다. 극장, 수퍼마켓, 도로 한복판, 심지어 아이가 유괴되는 현장음까지. “자기야, 길이 너무 막혀서….”어쨌든 통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자리로. 술꾼들의 찬사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노래방에서 곧 보게 되지 않을지.


사자, 꼬리에 꼬리를 물다 : Media

미디어 부문의 그랑프리는 Best use of social media marketing 카테고리에 출품된 호주의 EOS Photochains 캠페인이 수상했다(PR과 Promo & Activation 부문에서는 은상 수상). 우리 속담에‘잘 하던 짓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판을 벌이기는 쉽지만 그만큼 그 판에 사람들을 참여시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경품행사인데 요즘은 웬만한 것을 걸어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뭐? 인사이트(Insight)! 캐논은 DSLR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지를 꿰뚫어 봤다.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것보다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 비싼 카메라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좋은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없다는진리, 결국은 영감(Inspiration)이라는 것.
 

Photochains 캠페인은 이 인사이트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멋진 사진작업의 참여자가 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사진을 올린 사람이 그 사진에서 특정 사물을 마킹하면, 다음 사람은 그 오브제에 영감을 얻어서 찍은 그 다음 사진을 올리는 것. 자료의 하단에 있는 것처럼 누군가 박스가 있는 사진을 올리면 그 박스에서 얻은 영감을 수염 달린 얼굴로 표현하는 것. 물론 그 작업의 출발이 평소에 흠모해 마지않던 사진작가라면 그 폭발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배병우 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웹에 올리고 그 소나무에 마킹했다면, 거기서 영감을 얻은 사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 당신도 그 작업의 한 고리를 담당했다면….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을 끌어들이느라 난리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사진 중에 하나가 옥외광고로도 실리고 TV광고에도 나온다면…. 이 발칙한 기획이 Photochains 캠페인이다.

 
노래를 못하면 사자가 비웃어요 : Press

격세지감이다. 몇 년 전 볼보가 구부러진 안전핀 하나로 라이언킹을 잡아갔을 때만 해도 아직은 인쇄광고의 시대였다. 칸을 찾은 사람들은 지하의 인쇄광고 전시장 앞에 줄지어 서 있었고, 쌈박한 아이디어 하나면 사자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으로 썸네일 노트를 펼쳐 들었다. 2010년, 인쇄광고 전시장은 영안실처럼 썰렁하고 출품된 광고들은 영정사진처럼 웃고 있어 더 서글퍼 보인다. 동병상련이었을까, 이심전심이었을까. 소녀들의 재롱잔치에 무대를 내어준 뮤지션들은 악을 쓰고 있고 브리트니만 환하게 웃고 있다.

올해 인쇄의 그랑프리는 <빌보드>잡지가 차지했다. 나름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랑프리에는 2% 부족해 보인다. 유머는 있지만 키득거림 정도이고, 풍자는 있지만 통쾌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Music. See what it’s made of’라는 카피가 뼈대를 세우고 있지만 백본이라기보다 갈비뼈처럼 야위어 보인다. 망점마다 새겨진 얼굴들에 애쓴 흔적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기시감을 동반한다. 인쇄부문의 심사위원장까지 나서서‘빼어난 아트워크’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그나저나 <빌보드>지는 당대의 뮤지션들을 어떻게 평했을까? 먼저 마릴린 맨슨에게 영향력을 준 뮤지션들은 키스(KISS)?오지(OZZY)?더 큐어(The Cure)?셰어(Cher)이며, 그 중 셰어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와있는데…, 패스! 브리트니는 오직 한 사람, 마돈나(Madonna), 마돈나, 마돈나 그리고 음악계 외의 인사로 파파라치를 꼽았다. 음 영향을 끼치긴 끼쳤죠. 다음 타자 에이미는 사라 본(Sarah Vaughan), 마빈 게이(Marvin Gaye),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시드 비셔스(Sid Vicious). 와우 여기서 시드 비셔스가 등장할 줄이야. 그가 간 지 벌써 30년인데. 우리의 보노 형아, 노벨 평화상 후보답게 의외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네요. 그것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말이죠. 밥 딜런(Bob Dylan),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루 리드(Lou Reed) 그리고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라니. 에미넴은 아이스 티(Ice T), 런 DMC(Run DMC), LL 쿨 J(LL Cool J),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라는데, 한국의 뮤지션들도 한 번 만들어 보면 재미있겠네요. 아마 소속사 사장님 이름이 맨 위에 올라가겠지만.


사자, 알고 봤더니 공대출신? : Cyber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피치 기획서의 마지막에 배너광고 한 두 개만 올려 놓아도 IMC고, 뉴미디어 활용이었으며 마침내 앞서가는 대행사였다. 돌이켜보면 이제 막 걸음을 떼면서 발레리나처럼 굴었고 면허증 받아놓고 레이서 흉내를 낸 셈이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다. 동영상 전송 속도가 리얼타임을 넘어서면서 이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해졌고,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장소의 제약마저 사라졌다. 이제“우리는 이런 것도 돼”라고 아무도 뽐낼 수 없을 때, 누군가 거기에 철학을 담고 용기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사이버 부문은 그렇게 스스를 진화시키고 있었다. 한 마리의 사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하나의 그랑프리는 로보트가 차지했다. 나이키의‘리브스트롱(Livestrong)’ 캠페인에 참여한 네티즌들이 인터넷으로 보낸 메시지를 길 위에 수놓는 초크보트(Chalkbot)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길 위에 써놓은 것은 한 줄의 문장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고 용기였다. 네덜란드를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로벤이라는 선수를 보고 에인트호벤 당시 팀 동료였던 박지성은 세 번 놀랐다고 한다. 너무 빨라서, 너무 잘해서, 너무 늙어서. 실제로 로벤은 박지성보다 어린 1984년생이다. 얼굴은 거의 감독급이지만. 하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깊다.

발군의 기량으로 빅리그 첼시로의 이적을 앞뒀을 때 고환암 선고를 받게 되었고, 이후 수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실의에 빠져있을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책이 랜스 암스트롱의 자서전 <이것은 자전거가 아닙니다>였다. 고환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다시 우승컵을 거머쥔 암스트롱의 이야기는 로벤이 월드컵 결승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준 배경 스토리이기도 하다. 이런 로벤이 초크보트를 보았다면 그 느낌이 어떠했을까? 그랑프리를 선사한 칸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의 그랑프리는‘계단, 쓰레기통, 오락기’가 차지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뭐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네’라고도 할 수 있지만 최초의 단상을 떠올려보면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알다시피 요즘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그린’이다.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이와 관련한 캠페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폭스바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발은 친환경 엔진기술인‘블루모션(Blue Motion)’. 광고주의 숙제는 이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 제고였다. 아마 뭐‘반짝이는’혹은‘임팩트 있는’이라는 형용사를 덧붙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고회사는 언제나 그렇듯“요즘 환경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하는데…, 더 유니크한 거 뭐 없어요?”라고 물었을테고 말이다. 이처럼 다들 투덜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고개를 돌려 소비자들과 눈이 마주친다.“ 그거불편하잖아요.”

사람들의‘환경을 위한 실천’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요하지만 불편하고 번거롭다. 에스컬레이터를 놔두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야 하고, 아무데나 버리지 말아야 하고…. 페널티를 물리는 거 말고 방법이 없을까? 재미있으면 되잖아. 환경기술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재미’이라는 믿음. 그래서 이름붙인 ‘재미있는 이론(Fun Theory)’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즐겁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분리수거 할 수 있도록 약간의 테크닉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2009년 9월 일단 세 가지 실험에 돌입한다. 밟을 때마다 서로 다른 소리가 나서 연주가 가능한 계단, 쓰레기를 집어 넣으면 마치 절벽 위에서 물건을 내던지는 것처럼 깊이 빠지는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 재활용 병을 넣으면 작동되는 오락기 등을 설치한 뒤 몰래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촬영해 인터넷을 통해 노출했다.

동영상은 공유사이트와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Fun 아이디어를 위한 공모전에까지 도전한다. 실제 35개국에서 7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고 어떤 아이디어가 1등을 차지할지에 대해 관심폭발! 사람들은 동영상과 함께 그 곳에 숨겨진 메시지까지 함께 퍼날랐다. “ 우리가 만드는 엔진기술인 블루모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을 좀 더 즐겁게 하는 기술이지요.”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관련영상은 5100개, 그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Piano Stairs’의 조회수는 1260만이다.


사자, 글자에 눈을 뜨다 : Design

디자인 라이온스가 도입된 것은 2008년으로 올해로 겨우 3년 차다. 종합 광고회사 말고 디자인 회사들도 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지만,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들 역시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출품된 작품들은 대규모 CI, BI 작업들도 있지만 명함이나 패키지 같은 디자인 소품들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그랑프리 수상작도 카테고리를 넘나들고 있다. 첫 해는 코카콜라의 아이덴티티 프로그램, 작년에는 홍콩에서 제작된 농구 시즌 오픈을 알리는 포스터, 그리고 올해는 타이포그라피.
 



도요타는 신차 IQ의 민첩성과 완벽한 컨트롤을 알리고 싶어했다. 그것도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여기서 시작하여 차의 움직임으로 폰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시킨 무모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차의 움직임을 폰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과 예술이 거의 외설적으로 만나야 한다. 일단 드라이버는 GT3 레이싱 유럽챔피언이고 차가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센서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축적해야 하는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타이포 디자이너 등등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제작과정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그 작업의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좋았던 듯하다. 일단 수만 명이 폰트를 실제로 다운 받았고,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6000개의 블로그를 미디어로 만들었으며 몇 백만에 달하는 페이지뷰, 각종 소셜 미디어… 블라블라. 클라이언트들이 들으면 솔깃할 이야기다. 이 모든 과정에 들어간 매체비 0.


사자도 남는 게 있어야 장사를 하지 : Film

드디어 필름. 그랑프리는‘올드 스파이스(Old Spice)’에게 돌아갔다. 숱한 화제라기보다는 뒷말을 낳았고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미국식 유머라 다른 나라에서는 알기 어려웠지만 나름 재기발랄한 광고다’라고 말하고, 모델이 갖고 있는 캐릭터가 상당히 유니크 해서 등장 자체만으로 화제를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고도 한다. 다들 일리 있는 이야기이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벌써 잊고 있지만 전 세계가 겪었던 2009년에 대해서.

아시아 기업들에게 있어서 1997은 공포의 숫자다. 여기저기서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기업들은 마치 전염병이라도 돈 것처럼 거의 매일 나가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의 9시 뉴스의 톱기사는 거의 매일, 같은 뉴스를 기업명만 바꿔서 반복하고 있었다. 땡! 오늘은 ○○기업이 부도처리 되었습니다.

마치 지진에 뒤이은 쓰나미처럼 기업의 연쇄 도산이 직장인들의 가슴에 긁어놓은 생채기들이 아직도 흉터처럼 남아있다.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2009란 숫자가 그 공포의 숫자였다고 한다. GM이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약간의 호들갑을 감안하고 듣더라도‘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수사가 빈말은 아니었던 듯.

IMF 때 겪어봐서 알겠지만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제일 먼저 손을 대는 곳이 광고비이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그들의 파트너인 다국적 광고회사들의 여파도 심각했다고 한다. 통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명목으로 이것저것 다 펼쳐놓고도 비싼 청구서를 들이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광고주는 매체비 많이 드는 광고보다는 마치 로또라도 잡을 듯‘바이럴,바이럴’을 외쳤고 전통매체 광고들은 의자가 하나씩 빠지는 상황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게임처럼 예산확보를 위해 허둥댔다. 이런 상황에서 TV광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ack to the basic. “ 광고주여러분겁먹지마세요. TV 광고 한 편으로도 단기간 내에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광고의 힘이죠” 올드 스파이스는 올드한 브랜드이다.

2차 대전 때 미군들의 향수로 쓰였던 이 캠페인은 심하게 말하자면 거의 박물관에 들어갈 뻔 했던 브랜드를 다시 마트의 매대에, 아내들의 쇼핑리스트에 올려놓은 공헌을 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체된 코스메틱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남성용 화장품이라는 후광을 입은 바도 있고,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란한 아이디어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뉴미디어들 속에서 오직 금전등록기만으로 존재의의를 과시한 캠페인이라면 그랑프리를 주고 싶지 않았을까.
 

덧붙여이캠페인의유머에관한또다른관점을제시한블로거의글을소개한다. “농담엔두가지가있습니다. Clever joke vs Stupid joke.‘ 어떻게 난 저런 생각을 못했지’라면 후자는‘어떻게 저런 생각을 뻔뻔하게 하지’정도가 아닐까요? 오스틴 파워 시리즈는 멍청한 농담의 금메달 감입니다. 하지만 멍청한 농담이라도 만드는 사람까지 멍청한 건 아닙니다. 스테레오 타입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걸 극단까지 안면몰수하고 밀어 부쳐야 하니까요. 한국 영화에선 ‘다찌마와 리’가 멍청한 농담의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지나치게 경건한 지적 문화는 똑똑한 농담을 더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광고로 따지면 <이코노미스트>류의 클레버한 헤드라인 정도는 되야 좋아하는 거죠.

아쉽게도 올드 스파이스는 더 이상‘Stupid’할 수 없는 유머코드의 전형입니다. 여성들이 꿈꾸는 판타스틱한 남성미를 100개쯤 아이데이션해서 30초에 구겨 넣은 거죠. 초콜릿 복근, 목소리만으로도 회임시킬 것 같은 모델, 흰색 면바지, 스카프처럼 두른 윗도리까지! 양놈들은 이 광고가 웃겨서 미치겠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린 최소한 칸 그랑프리라면 이거보단 더 세련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는건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칸은 어느 해보다도 래디컬한 결정을 내린 셈입니다.”


사자, 너도 영화 찍고 싶니? : Film Craft

올해 처음 신설된 영상기법 분야는 달라진 매체 환경에서 인터넷이라는 전 세계 동시개봉관을 갖춘 브랜드들의 행보를 반영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광고야? 영화야?”라는 의문부호를 달고 실험적으로 제작되던 영상 콘텐츠들이 칸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필립스가 제작한‘The Gift’. 카테고리는 영화제로 치자면 감독상이다. 거의 5분에 달하는 이 동영상의 내용을 광고 한 편처럼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감상을 권하고 싶다.
 

이 분야가 왜 신설되었는지는 출품 카테고리를 보면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Production Design · Direction · Cinematography · Editing · Copywriting · Best Use of Music · Sound Design · Special Effects & Computer Graphics · Animation….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한다. 조금 있으면 남녀 주연, 조연상이라도 더할 기세다. 아직은 출품작도 많지 않고 효과도 제대로 측정된 바가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상당히 주목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필름 분야에 B 카테고리가 생긴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사자, 비즈니스 방법을 바꾸다 : Titanium & Integration

대학에‘광고학과’가 드물다는 사실은 이공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에 광고 관련(?) 학과 있다는 점과 맞닿아있다. 인문?사회계열에는 커뮤니케이션이나 심리학 계통으로, 상경계에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대에는 디자인 관련 학과로, 심지어 가정대에도 소비자 행동론과 연계된 광고 관련 학과가 있다. 광고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판촉의 가장 하위수단으로 쓰이기도 하고 기업 문화 자체를 바꾸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2010년 광고에게 부여된 역할은 무엇일까?
 

여기 하나의 아이디어가 있다. 구매 의사결정을 어려워하는 소비자가 트위터를 통해 물으면 모든 상품 판매원들이 상품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오픈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TV광고 몇 편을 만드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선 CS센터를 쉴 틈 없이 돌려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품 판매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하우를 제공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단순 판매원이 아니라 상품 전문가임을 교육하고,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에 맞는 처우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말 그대로 비즈니스 방법 자체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 체인인‘베스트 바이(Best Buy)’가 이 아이디어를 덜컥 집어서 매장의 판매원들을 모두 상품 전문가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우선 직원들에게‘Twelp Force’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트위터(TWitter)를 통해 고객을 도와주는(hELP) 지원군(FORCE). 복장을 통일하고 배지를 달아주고 실제로 트위터를 통해 응답하게 했다. 어떤 TV를 사야 할지 몰라 몇 개월 째 정보만 탐색하거나 용산에 나갔다가 용팔이들의 횡포에 속았다는 느낌을 가져본 이라면 이게 어떤 느낌일지 잘 알 것이다. 질문을 올렸는데 즉석에서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는 통쾌함이라니.

먼저 시장이 반응했다. 학기 초 노트북의 판매가 40% 이상 초과했고, 불만 접수 사례는 현격하게 줄어 들었다. 사실 더 큰 변화는 직원들이 보였다. 업무에 임하는 태도나 직무에 대한 자긍심도 달라졌다. 선순환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칸의 심사위원들이 가장 혁신적인 마케팅에 수여하는 티타늄의 수상자로 베스트바이를 선정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Smart Work, Stupid Play

이제 마무리 할 때이다. 다시 축구 이야기. 혹은 광고 이야기.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운동부는 학교 안에 지어진 내무반이었다. 야구부가 있었던 고등학교에 다녔던 탓에 나는 군대보다 더한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들었다. 일과가 끝나면 집합이 걸려서 코치가 조지고, 코치가 퇴근하면, 다음엔 3학년이, 밤이 깊어지면 2학년이 불러대는 줄 빳다의 내리사랑 시스템은 나중에 겪은 군대 이야기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 맞았다. 축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맞지 않기 위해서 하는 패스는 상대방을 배려할 만한 여유가 없다. 나에게서 공을 내보내는 것 자체가 패스다. 현란한 개인기? 이는 거의 죽기를 각오할 만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2010년이 된 이제서야 원정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소년 클럽인 차범근 축구교실이 생긴 것이 1990년, 딱 20년 전의 일이다(오른쪽 사진의 어린이가 바로 박지성 선수다). 2010년 월드컵은 어찌 보면 맞지 않고 축구를 했던 플레이어들이 주축이 되어 맞은 첫 번째 월드컵이다. 이에 반해 학교 교육이 획일화된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언제 벗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꼭 교육만이 아니다. 더 많은 금기를 갖출수록, 그래서 제도와 규율에 충실할 때만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에서 창의적인 플레이어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광고가 생각의 축구라면 게임의 승자는 즐기는 사람들이다. ‘왜 열심히 했는데도잘안될까?’라는 질문을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다시묻자.‘ 너무열심히 만 해서 잘 안 되는 것은 아닐까?’이제 좀 놀 때도 됐다. 잘 놀자. 이제 눈치 좀 그만 보고, 허리띠 좀 그만 졸라 매고, 금기는 좀 내려놓고, 가이드라인은 좀 무시하고 미친 듯이 한 번 놀아보자. 백수의 왕 사자라고 놀고 싶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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