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유행 아닌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
윤상수 숏뜨(Shortt) 대표이사
윤상수 숏뜨(Shortt) 대표이사
취재·글 장 웅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틱톡, 릴스, 쇼츠로 이어지는 숏폼 열풍은 이제 광고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숏폼을 전문으로 다루는 광고회사는 없었다. 그 빈틈을 파고든 윤상수 대표는 제일기획과 틱톡 코리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숏뜨를 설립하며, 광고회사와 MCN 사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숏폼은 단순한 짧은 영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미디어”라고 말하는 그의 도전과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Q. 숏뜨는 ‘숏폼 전문 대행사’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실 수있을까요?
저희는 숏폼을 기반으로 숏폼 관련 모든 마케팅 솔루션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회사예요. 기존 광고대행사 모델과 MCN(Multi Channel Network, 인플루언서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회사) 모델을 합친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광고대행사 제작팀의 역할을 갖춤과 동시에 전속 인플루언서를 보유해 이들과 함께 캠페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숏폼은 기존 광고회사들이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은 영역입니다. 숏뜨가 이 시장에 집중하게 된 계기와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저는 창업 전 틱톡 코리아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틱톡이 국내외에서 급성장하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어 메타가 릴스를, 유튜브가 쇼츠를 내놓으며 숏폼은 단순한 짧은 영상이 아니라 미디어 패러다임을 바꾸는 흐름으로 확산됐죠. 숏폼이 성장할수록 이용자와 트래픽, 콘텐츠가 늘어나고 마케팅 툴로써의 기회도 커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광고대행사 중 숏폼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은 없었고, MCN들도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광고주에게는 상품이, 인플루언서에게는 영향력이 있었지만, 이 둘을 제대로 연결하는 장치가 부족했어요.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이어 콘텐츠를 브랜드답게 만들고, 상품을 효과적으로 풀어 내는 중간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숏폼의 성장세를 따라간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관점에 집중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무리하게 영입하거나 과도한 비용으로 광고를 파는 방식은 지양했고, 오직 광고주가 숏폼과 인플루언서를 통해 실질적 마케팅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라면 생태계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숏폼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콘텐츠가 소비되는 맥락(Context)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짧으니 3초 안에 후킹이 필요하다” 수준이 아니라는 거죠. 숏폼은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로 소비되며, 사용자가 언제든 스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가 만드는 것은 광고이기에,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사람들이 스크롤을 멈추
고 보게 하는 맥락을 잡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도 필수적이에요.
Q. 최근 ‘숏핑’을 비롯한 커머스 숏폼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이러한 성장을 가능케 한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커머스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영향력은 결국 신뢰에서 나오죠. 예를 들어 스포츠 음료 전문인플루언서가 맛·향·디자인 등을 직접 리뷰하면, 그 신뢰가 광고가 되고 구매로 이어집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고민했을 때, 팔로워 수십만·조회수 수백만 인플루언서의 광고비는 2~3천만 원대에 달하지만 실제 매출 기여도를 추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광고를 만드는 게 아니라, 판매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진행비를 낮추고, 대신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을 적용하면 광고주는 팔린 만큼만 지불해 효율적이고, 인플루언서는 더 큰 매출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마진을 낮춘 가격을 제공함으로써 최저가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여 모두에게 윈윈입니다. 중요한 점은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겁니다. 직접 사용하고, 성분을 분석하며, 피부 타입 테스트까지 한 달 이상 진행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광고주가 인플루언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Q. 북미와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셨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숏뜨가 특히 주목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트렌드를 캐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로 진출할 때 국내에서 쓰던 방식과 언어, DNA를 그대로 가져가 집행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국내에서 성공했더라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저희는 현지에서 어떤 콘텐츠가 유행하고, 어떤 마케팅 성공 사례가 있는지를연구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조직에서 현지 트렌드를 파악하고, 현지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광고주에게 제안합니다.




Q. 숏뜨는 기획·제작·매체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올인원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델을 구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인원 모델을 구축한 이유는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여러 대행사에 맡기거나 한 대행사가 또 다른 대행사를 대대행으로 쓰면 그때마다 수수료가 붙어 비용이 증가하잖아요. 그런데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수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전속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른 MCN을 통해 섭외하면 반드시 에이전시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직접 보유·관리하면 그런 비용이 들지 않죠. 그만큼 광고주에게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객이 더 효율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이런 구조를 만들게 됐습니다.
Q. 영상 제작에서 AI나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 요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숏뜨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많은 대행사나 제작사들이 AI 툴 덕분에 작업이 편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AI만으로 완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봐요. 결국 사람이 손을 거쳐야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디어 도출, 레퍼런스 서칭, 카피라이팅, 콘티 비주얼라이징 등에는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직접 찾아 편집해 콘티를 짰다면, 이제는 AI로 훨씬 빠르게 안을 만들 수 있어 효율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툴은 업무 과정에 계속 활용될 겁니다.
다만, 오히려 AI 자동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현실 인물이 직접 등장해 진정성을 가진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희소해져 가치가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계기로 숏뜨를 창업하게 되셨나요? 또 이전 커리어가 지금의 숏폼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시장의 중요한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죠. 하지만 주니어 시절엔 역량도 부족했고, 영향력도 낮아 창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광고업계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회를 찾았습니다. 제일기획에 다니면서 광고업의 큰 틀과 흐름을 이해했고, 이후 틱톡 코리아로 이직하면서 숏폼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인플루언서와 광고가 어떻게 집행되는지를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한 게, 인플루언서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광고주들이 좋은 제품과 예산은 있어도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유튜브는 애드센스를 통해 수익화가 가능했지만, 숏폼은 그런 구조가 없었습니다. 조회수가 아무리 잘 나와도 인플루언서는 수익을 얻을 수 없었죠. 반대로 광고주들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적절한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두 집단 모두 고민을 안고 있었고, 이들을 이어줄 존재가 없었기에 제가 그 문제를 풀고 싶었습니다.
Q. 광고주들이 숏폼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은 “이건 광고니까 봐라” 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봅니다. 소셜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면 친구들과 공유하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잖아요. 광고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녹아 들어야 합니다. 언급되고, 보여지고, 사용되고, 입에 오르내리는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중요하죠. 꼭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가로형 영상이 아니라 세로형 숏폼으로 계속 릴리즈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분들과도 함께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듭니다.

Q. 짧은 시간에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이나 도전은 어떤 게 있나요?
제가 사업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외형적 성장입니다. 규모 있는 사업을 만들어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행복한 직장입니다. 제가 직장인으로 있을 때 느꼈던 괴로움이 있었는데, 우리 회사 사람들은 그런 걸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즐겁게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환경과 커리어 성장, 그리고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Q. 소속 인플루언서와 직원들의 만족도를 함께 유지하는 게 쉽지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리더십 철학으로 팀을 이끌고 계신가요?
저희는 광고주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도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수익원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획력과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인플루언서가 저희와 전속 계약을 하고 소속사로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직원 측면에서는, 설립 때부터 초과근로수당을 30분 단위로 지급해 왔습니다. 광고대행사에서 보기 드문 제도죠. 야근
이 많다는게 업의 특성이자 단점인데,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렇지 못한다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계약 연봉 대비 초과근로수당을 20% 이상 더 받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율 출퇴근제,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운영하는 등 작은 부분부터 개선했습니다. 또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개별 KPI를 성과급과 연봉 상승률에 적극 반영해 성과급과 연봉 상승률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숏뜨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희는 인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력은 일하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일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태도가 있다면 누구든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숏폼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2024년 말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이용자의 82%가 숏폼을 경험했고, 올해는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에는 대중교통에서 웹툰이나 게임을 즐겼지만, 지금은 숏폼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포털, 음악 앱 등 다양한 일상 앱에서도 숏폼 노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숏폼은 릴스·틱톡·쇼츠 같은 전용 플랫폼을 넘어 모바일 경험 전반의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 숏폼보다 강력한 미디어 툴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숏폼을 소비할 것이고, 브랜드 성패는 숏폼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Q. 빠르게 성장하는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청소년 중독 및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숏뜨는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이나 대책을 가지고 있나요?
저희는 윤리의식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전속 인플루언서들에게 콘텐츠의 적정성과 적합성에 대해 철저히 교육합니다. 선정적이거나 욕설이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와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계약하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도 시장에서 지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숏폼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저희 사업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업계 동료, 후배 광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네이티브세대인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모바일에 친숙해,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할 겁니다. 그 중심에 있는 미디어가 숏폼입니다. 숏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성장 여력이 많습니다. 숏폼 콘텐츠·기획·마케팅을 잘하고 싶거나, 미래에 큰 영향력을 끼칠 콘텐츠를 이해하고 싶다면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