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낮 12시 전후,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이 오후 3시에 발표될 것”이란 괴소문이 메신저를 통해 퍼졌다. 그날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8.5% 이상 급등하며 등락을 반복했다. 이번 해프닝의 배경은 인터넷매체 ‘아시아엔’의 삭제된 오보를 누군가가 찌라시 형태로 카카오톡에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찌라시 확대 재생산 심각
사설 정보지, 일명 ‘찌라시’에 우리 사회가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유료정보지로 통용되던 찌라시가, 이제는 스마트폰 메신저와 SNS로 퍼지면서 온 국민이 허위 정보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계에서 ‘찌라시’의 문제점과 파급력은 더욱 심각하다. ‘소문이 소문을 낳는다’는 말처럼 ‘찌라시’가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재생산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삼성 오보뿐만 아니라 신공항 입지 선정 당시에는 잘못된 찌라시를 믿고 많은 투자자들이 밀양 관련 주식을 사들여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경쟁사에서 의도적으로 유포한 ‘직원 과로사’ 찌라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한 기업 홍보담당자는 “기업 관련 찌라시가 떠돌면, 기자들의 확인 전화로 그날 하루는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확인이라도 하는 매체는 낫다. 꽤 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떠도는 찌라시를 (확인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쓴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찌라시를 인용한 기사를 낼 때, 찌라시 내용만 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정적인 사건·사고나 CEO 관련 내용을 연관지어 기업 경영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추측성 기사로 해당 기업 흠집
반론보도닷컴이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해보니, 찌라시 보도 문제가 심각한 매체로 H사, J사, S사 등 몇몇 언론들이 포착되었다.
이중 H 신문이 최근 게재한 “○○○회장 … 비자금 조성 의혹” 기사를 보면, 국세청 조사에 대해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과 비자금 혐의가 포착된 것이 아니냐’며 항간에 떠돈 찌라시 내용을 그대로 베낀 추측성 기사였다. 이에 기자가 해당 기사를 작성한 H 신문 기자와 통화해보니 “찌라시 내용과 같던데 그대로 인용한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다”고 수긍했다. 보도행태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번엔 편집국장이 전화를 넘겨받아 “찌라시를 토대로 쓴 글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며, “B사 측의 해명도 받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잘못된 찌라시라는 해명을 받고도 이를 기어코 기사화하는 H 신문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기업 오너들의 사진과 부정적인 뉴스로 가득 채운 메인 페이지나, 반론보도닷컴으로 들어오는 연이은 제보는 과거의 행적까지 떠올리게 하면서 많은 기업과 매체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찌라시 보도 명예훼손 처벌 가능
‘찌라시’ 보도는 비단 H 신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과 제휴된 매체들조차 찌라시로 거론되는 의혹들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기자들 간의 소문만을 가지고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문제는 인터넷 매체가 수천개가 되고, 찌라시란 형태로 퍼지며 변형(재생산)되다보니 기업으로서는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비정상적인 현황을 개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최근 찌라시를 악용해 기사를 내는 인터넷신문을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협회는 이들 사례를 모아 기업들을 대신해 언론중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에 기사 심의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언론 관련 전문인 김학웅 변호사는 “찌라시를 기사화한 경우, 해당 기업의 해명을 싣더라도 잘못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찌라시 보도의 법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 찌라시 사태로 출렁인 증시만 무려 12조원 규모라고 한다. 이제는 악의적인 ‘찌라시’에 대한 사정당국의 발본색원(拔本塞源)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