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신뢰가 전략이다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3.05.22 01:28 조회 16604

사례 1 대표적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전 국민의 폭넓은 신뢰를 쌓은 송해를 광고모델로 활용한 IBK기업은행. 신뢰감 높은 모델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유도했다.


신뢰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찌 보면 신뢰라는 단어처럼 정의하기 어렵고, 뜬구름 잡는 듯 손에 안 잡히는 개념도 드문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신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막상 이를 정의하려고 하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학계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정의된 신뢰의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냄은 쉽지 않다. 그래도 신뢰를 구성하는 개념에는 다행히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신뢰가 거래 상대방의 정직성에 대한 믿음 또는 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이 진정성 있게 고객을 위해 행동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객의 믿음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금융 상품은 수익과 손실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 즉 고객이 느끼는 위험이 그만큼 크다.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듯 손실을 더욱 크게 느끼는 인간의 특징은 보다 신뢰하는 금융 회사를 찾게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 진정성 있게 행동하는 금융 회사를 더욱 믿고 거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 회사는 이런 신뢰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보다는 국내외 금융 회사가 성공적인 신뢰를 형성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 시사점을 전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많은 금융 회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금융 상품의 무형성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눈에 보이는(Tangible) 속성으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 회사의 자산 크기, 역사, 지점 규모, 직원의 수 등 숫자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고객에게 신뢰를 전달하는 것이다. 품질이 불확실한 제품을 선택할 때 비싼 제품을 선택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금융 고객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숫자로 표현된 몇 가지 문구에서 금융 회사의 신뢰성을 쉽게 추론한다. 최근 씨티은행의 200주년 기념광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고화면에서 다른 내용보다 ‘200’이라는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명확한 숫자를 활용해 고객에게 씨티은행만의 신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사례 2】금융 회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뢰 형성의 또 다른 방법은 이미 신뢰가 깊이 형성된 유명 모델을 활용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송해를 활용한 광고로 이런 효과를 보았다. 거의 모든 국민이 잘 아는 것처럼 송해는 KBS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국내 대표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폭넓은 신뢰를 쌓아왔다. IBK기업은행은 광고를 통해 송해의 신뢰감 넘치는 이미지를 자사의 이미지로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사례 1】

사례 2 ‘200’이라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숫자를 활용해 신뢰를 전하는 씨티은행 200주년 기념광고. 금융 상품의 무형성을 극복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속성으로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블로그·CSR 활용 글로벌 트렌드
최근 해외 금융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몇 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보자. 우선 한 가지 방법은 기업 블로그 운영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홈페이지를 운영하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대부분은 일방향적이고, 상품 판매 목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객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최근의 고객은 기업이 주는 정보보다 같은 고객이 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운영 블로그는 이런 점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비록 운영 주체는 기업으로 같으나, 홈페이지보다 고객 지향적이고, 고객과의 양방향적인 의사소통이나 고객 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을 기업 블로그를 통해 유도한다. 고객은 이런 정보를 홈페이지보다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금융 회사의 경우 미국의 웰스 파고(Wells Fargo) 은행 블로그가 대표적이다. 웰스 파고는 7가지 종류의 다양한 주제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상품 판매만이 아닌 고객의 금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전달해 신뢰를 쌓고 있다. 【사례 3】


또 다른 예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을 신뢰 형성 기반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 회사는 상품 간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고객들은 해당 금융 회사와 거래할 이유를 상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기도 한다. 이왕 거래할 것이라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금융 회사를 선택하겠다는 식의 생각이다. 이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금융 회사의 CSR 활동이다. 아프리카 콩고 지역에서 꾸준히 구호 사업을 펼치며 글로벌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KDB대우증권 등 국내 금융 회사도 다양한 CSR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례 4】


네덜란드의 에이비엔 암로(ABN AMRO) 은행은 ‘국제 어린이 평화상’을 후원하며 고객에게 신뢰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금융 위기로 인해 역사에서 사라질 뻔한 에이비엔암로 은행으로써는 고객의 신뢰를 회복함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고, 이를 위해 CSR 활동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사례 5】


미국의 움프쿠아(Umpqua) 은행 사례 역시 참고해볼 만하다. 움프쿠아 은행은 지역 은행으로 출발했지만, 은행 고유의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지역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어냈다. 단순한 은행 업무 외에도 다양한 지역 모임 등을 지원하는 등 양방향 소통을 적극 활용해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주도함으로써 크게 성장했다. 마치 커피숍과 같은 은행의 인테리어, 뜨개질 강좌, 요가 강좌, 무료 아이스크림 자동차 운행 등 고객과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자 하는 움프쿠아 은행만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사례 6】

고객을 믿고, 먼저 신뢰를 보여라

마지막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객에게 먼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신뢰(Trust)가 느껴지는 미국의 팩트러스트(Pactrust) 은행 샌디에이고 지점은 고객이 은행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이를 매니저에게 직접 설명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50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런 정책이 가능한 것은 은행 입장에서 고객이 정직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그 보상으로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낸다. 이 정책을 통해 팩트러스트 은행 샌디에이고 지점은 같은 지역의 경쟁 은행보다 넓은 범위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고객을 먼저 신뢰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어낸 것이다. 【사례 7】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고객의 신뢰를 얻고 이를 활용함은 그리 단순한 일도, 그리고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고객과의 신뢰는 긴 시간과 단계적인 형성 과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출발은 금융 산업에서 신뢰가 왜 특히 중요한지 그 본질을 우선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의 금융 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 아닌 다른 금융 회사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주요 경쟁 수단으로까지 활용하게 되었다. 고객과의 신뢰 형성을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금융 회사 경영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천성용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비스마케팅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금융 마케팅과
하이테크 마케팅, 인터넷 마케팅이다.
저서로는 <외환위기 10년, 한국금융의
변화와 전망> 등이 있다.
천성용 ·  대홍기획 ·  신뢰가 전략이다 ·  칼럼 ·  사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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