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현실을 재창조하고 재현하려는 열망을 지녀왔다. 회화에서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선형 원근법의 도입이나, 회화보다 사실적인 사진의 발명, 그리고 사진에 움직임을 더한 영화의 경우에 그렇다. 텔레비전의 고화질화, 고음질화, 대형화도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미디어의 발전은 전화에서도 나타난다. 청각에만 소구했던 유선전화에서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이동전화,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가 부가된 영상전화로의 발달은 면대면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미디어의 욕망으로 보여진다. 또한, 이동전화는 통화기능 뿐만 아니라 PDA,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내비게이터, MP3플레이어, 게임기, 신용카드 등이 결합되면서 ‘디지털 컨버전스’의 총아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이동전화의 컨버전스 현상은 단순한 통화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하는 입체적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데 기여하고 있다(윤석민, 2004).
특히 이동전화는 미디어 역사상 가장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4,349만 명이다(한국인터넷진흥원, 2008).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0명중 9명이 이동전화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이동전화는 단순한 테크놀로지나 도구가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동전화의 급속한 성장은 다른 미디어와는 상이한 이동성, 개인성, 휴대성, 즉시성 등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동전화는 유선전화와 달리 인간 활동의 본질이 장소의 논리에 의해 규정되는 ‘공간적으로 고착된 시간(spatialized time)’의 시대에서 인간 활동의 본질이 장소를 규정하는 ‘일시적으로 형성된 공간(temporalized space)’의 시대로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이동전화 이용자의 공간에 대한 지각과 인식의 변화를 이론적, 실증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공간 지각에 대한 인식론적 차원을 규정하는 프레즌스 개념을 도입하여 이동전화 이용을 통해 경험하는 이용자의 공간 지각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음성통화에서 영상통화로 이어지는 이동전화의 기술변화에 대한 미디어 측면에서의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는 프레즌스가 미디어 진화를 설명하는 유용한 개념으로(Steuer, 1997; Ijsselstejin, 2003) 미디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의 완벽한 재현이며,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프레즌스 경험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