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필을 깎는다. 고로 존재한다.
HS Ad 기사입력 2020.10.07 12:00 조회 3071


연필을 깎는다. 총탄 구멍처럼 생긴 홀에 연필을 넣고 고정시킨 다음 작은 손잡이를 돌리면 일 분도 안돼 연필은 깔끔하게 면도를 마친 신사의 얼굴로 변신한다. 백미는 완벽한 원뿔 모양의 끝자락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흑연 심이 예리하게 탄생할 때다. 새로이 태어난 흑단의 예각 위로 흐르는 빛은 자못 비장하다. 마침내 마지막 연필을 깎고 여느 날처럼 가지런히 놓으면 순례자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시 언어의 숲이다. 
 
카피라이터의 아침은 연필을 깎는 일부터 시작된다. 처음 카피라이터에 입문했을 때는 주로 카피 용지에 볼펜이나 만년필로 써서 넘기거나 아니면 전동타자기를 사용하면 되었다(전동타자기는 광고국마다 한 대씩 배치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C의 시대가 오면서 점점 필기도구와 멀어지게 되었는데, 나같이 기계치인 사람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필기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완성된 카피를 만년필로 써서 넘기기 전까지의 습작은 단연 연필이나 샤프펜슬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연필을 더 선호하게 된 것 같다. 연필을 깎으면서 잠깐이나마 무념무상해지는 그 시간이 머리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덜컹 직업의 세계로 뛰어들기가 겁이 난 것이었으리라. 때문에 괜히 연필을 깎으면서 잠시라도 숨 고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고. 그러니 순례자의 시간은 무슨… 얼마 있으면 들이닥칠 악평과 질책과 비난과 능멸을 감내해야 할 인간이 가져야 하는 수양의 시간쯤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볼품없이 시작된 습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침 리츄얼로 그럴듯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연필을 깎는 일이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보다는 연필깎이를 훨씬 선호하게 되었는데, 내 생각으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명의 이기는 몇 안 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어쩌면 내가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명의 이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보라! 일분도 안돼 ‘새로운 시작’을 이토록 확고하게 증명하는 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몇이나 될까.  
 
인생은 연쇄와 축적의 과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 목욕하고 새 옷만 갈아입어도 새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싹튼다(어떤 날은 손톱만 정리해도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수요일의 마음과 월요일의 마음이 다르고, 17일이나 18일의 마음과 1일의 마음이 다르다. 우리는 늘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아니 늘 ‘새로운 시작’을 발명한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관념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지 모른다. 아니면 죽음을 기만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오호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매일 아침 어제의 연필을 깎고 오늘의 연필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일에 그렇게 매달린 이유를. 그것은 순례도 아니요, 직업에의 맹렬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새로운 시작’이라는 욕망이 늘 내 몸속에 꿈틀대고 있음이었다.

HS애드 ·  Wisebell ·  광고인 ·  에세이 ·  연필 ·  연필깎기 ·  와이즈벨 ·  이현종 ·  카피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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