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CEAN Essay] 설득과 홍보를 위한 광고에서,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마케팅의 시대로
오랜 세월 동안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는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판매 촉진 활동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 활동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필수적인 투자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광고의 메시지가 순수하게 믿을 수 없는, 일종의 ‘지름신 자극제’와 같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점점 더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광고와 마케팅 활동이 단지 기업의 판촉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일상을 바꾸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월드컵 열기가 불붙기 시작하던 지난 6월 중순, 프랑스 칸에서는 광고인들의 가장 큰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칸 라이언스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칸 국제광고제)이 열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거나, 차별적인 스토리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마케팅 활동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창의성 그 자체 보다는 기업의 진정성 있는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가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가에 보다 더 주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마케팅 예산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유명 기업들의 활동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단체와 같은 상대적으로 마케팅 예산이 적은 조직들의 신선한 시도들이 더 많은 박수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단순히 인식을 바꾸거나 사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예가 팔라우 정부의 ‘팔라우 서약(Palau Pledge)’이다. 그랑프리만 세 개를 받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캠페인은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자연이 파괴될 것을 우려한 팔라우 정부가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서약을 받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금까지 흔히 봐온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메시지의 광고를 한 것이 아니라, 늘어난 방문객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팔라우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제작하여 팔라우 행 비행기 내에서 보여주고, 입국할 때는 환경 보호를 위한 자필 서약을 하게 하였는데, 이 캠페인을 위해 팔라우는 기존의 입국 관련 법을 개정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마케팅 활동으로 법을 바꾸게 만든 것이다.
팔라우 서약이 자국의 환경 보호를 위한 캠페인이었다면, 지구의 환경 보호를 위해 창의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사례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소셜미디어회사인 LADbible, 비영리단체인 플라스틱 오션 재단과 영국의 광고대행사 BBDO는 북태평양에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 섬을 가상의 국가로 만든 ‘쓰레기 섬 (Trash isles)’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캠페인은 쓰레기 섬을 진짜 국가처럼 UN에 등재하고 여권과 화폐와 국기, 각종 법령들을 만드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PR과 디자인 부문에서 두 개의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외에도 모바일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브라질의 소비자 권리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Reclame Aqui의 캠페인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으로 정치인들의 얼굴을 스캔하면, 해당 정치인의 과거 부정 부패와 비리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부패 탐지기 앱을 개발하였는데, 정치인들의 비리가 많은 브라질에서 일일이 정보를 검색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정치인들의 부정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캠페인들을 보면 이제는 광고가 단순히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칸에서 성차별이나 난민, 가정폭력,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담은 캠페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이슈들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에 있던 새로운 이슈들을 찾아내어 이를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점, 그리고 단지 인식 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최근 수상한 캠페인들은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검은색 유기견의 입양을 기피하는 ‘블랙독 신드롬’을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노션은 이달 초부터 블랙독 캠페인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 영상 만으로 그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식을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전시회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는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블랙독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고객을 현혹하거나, 설득하는 툴로서의 마케팅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화려한 영상미, 재미있는 스토리로 반짝 눈길을 끄는 기업 광고들에 소비자들이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유사한 새로운 컨텐츠가 나오면 금방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만다. 하지만 브랜드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 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유발할 것인지 진정성 있게 고민을 한다면 그 브랜드는 고객들과 오래도록 연결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마케팅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판매를 위해 눈을 돌리게 만드는 자극적인 컨텐츠가 아니라 고객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고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은 울림이 있는 마케팅 접근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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