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Insight 1] TV 시청률과 TV 화제성 지수
박준우 HS애드 글로벌미디어팀 국장
미디어는 숫자로 이야기하고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필자는 숫자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미디어 플래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이 숫자라고 믿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 또한 숫자로 설득해야 할 때였다. 지금까지 TV 시청률(또는 GRPs)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시청률을 근거로 지상파와 케이블의 예산 배분을 제안하기도 하고, 수많은 채널 가운데 보다 효과적인 채널을 선택적으로 제안할 수도 있었다. 반대로 시청률이라는 숫자를 바탕으로 광고주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받기 때문에 미디어 플래너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시청률이라는 숫자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TV 시청률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한 듯하다. 광고주들은 가끔 미디어 보고서에 있는 시청률과 본인들이 체감하는 시청률의 Gap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 시청률과 체감 시청률의 Gap을 보완할 수 있는, 광고업계 전반에서 통용될 수 있는 또 다른 숫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TV 시청률 하락? 오히려 TV 콘텐츠 이용은 증가했다.
각 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상파 TV 3사는 물론 tvN이나 JTBC 등 요즘 잘 나간다는 케이블 방송사도 시청률 하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도깨비] 이후 수백억 원의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여된 초특급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는 있지만, 그 가운데 10% (남녀 2049기준)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오락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초특급 셀럽들이 극한의 오지에서 생사를 건 탐험을 하던, 요리 경연을 하던, 그 어떤 형태의 오디션을 하던 주 중/주말 프라임 시간대에서 안정적으로 10%대를 넘는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
시청률 하락의 요인은 무엇일까? 흔히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디바이스의 이용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고, TV 본방송이나 재방송 등의 실시간 시청 대신 각자가 다운로드해서 보거나 IPTV VOD 등의 非실시간 시청이 많아져서 TV 시청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얘기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시청률 하락의 가장 큰 이유를 경쟁력 있는 多채널로 인한 시청률 파편화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판단의 근거는 최근 3년간의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각각의 시청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TV 시청량, 시청 시간, 시청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주나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본다면 전체 TV 시청량이 증가한다면 각 채널의 평균 시청률 하락, 그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多 채널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할 경우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은 광고 노출을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TV 광고의 영향력은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TV 콘텐츠의 영향력은 증가하고 있다.
시청률과 체감 시청률의 Gap
언론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일반인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차이가 날 때가 많다. 많은 분들은 올 1월에 방송된 MBC [돈꽃]과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MBC [돈꽃]은 평균 8.3%로 [슬감] 5.6% 대비 1.5배 더 높은 프로그램 시청률(개인 기준)을 보였다. 하지만 광고업계에서는 [돈꽃] 보다는 [슬감]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슬감]은 더 높은 패키지(중CM 1회, 3억) 가격으로 완판되었다.
왜 본방 시청률이 더 낮은 프로그램이 더 높은 패키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판되었을까? 시청률로만 설명할 수 없는 정성적인 부분을 다른 개념의 지표로 보완할 수 없을까?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미디어 업계에서는 각 방송국을 중심으로 체감 시청률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라는 지표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
화제성 지수에 대한 논의는 진행 中
현재 광고업계에서는 TV 프로그램의 화제성 지수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많다. 특히 젊은 시청자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온라인에서 이슈가 많은 프로그램이 많았던 CJ E&M이 가장 적극적으로 콘텐츠 영향력, 혹은 화제성이라는 개념을 잡아 왔다. CJ E&M은 매주 지상파 3사와 CJ E&M의 주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의 뉴스량, 시청자의 직접 검색량, 블로그나 SNS에서의 소셜버즈량을 조사하고 각 항목을 통합 지수화하여 CPI(Content Power Index)로 각 프로그램의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KBS와 MBC도 마찬가지로 코코파이(KBS)와 TV 화제성지수(MBC)라는 이름으로 매주 지상파 3사, CJ E&M, 종편 4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넷 반응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내부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가 조사한 온라인 반응 항목들이 CPI와 같은 하나의 통합지수로 산출하면서 업계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각 사가 발표하는 랭킹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각 사는 각각의 화제성 지수를 자사 프로그램 홍보에 활용함에 따라 자사 프로그램 중심으로 발표하는 경향이 높다. 결국 화제성 지수가 로우데이터 형태로 오픈되지 않기 때문에, TV 시청률처럼 업계 누구나가 쉽게 활용하기엔 다소 폐쇄적이며, 발표한 랭킹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체감 시청률 혹은 화제성 지수?
다행히도 올해 1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하여 발표하는 방송콘텐츠 가치 정보 분석 시스템(RACOI)에서 주요 TV 프로그램의 화제성 지표를 누구나 로우데이터로 조회할 수 있게 되었다. RACOI(www. Racoi.or.kr)는 온라인에서 시청자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주 단위로 각 프로그램의 미디어 버즈와 시청자 버즈를 조사하고 있다. 즉, 방송국 스스로 만든 미디어 측면의 화제성(버즈)은 뉴스 기사 수, 동영상 수라는 항목으로, 시청자가 직접 만들어낸 시청자 측면의 화제성(버즈)은 댓글 수, 게시글 수, 동영상 조회 수라는 항목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MBC [돈꽃]과 tvN [슬감]의 온라인 화제성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RACOI를 접속해 보았다. RACOI에서 종합 반응(18년 1월) 분석 결과, 미디어 버즈와 시청자 버즈를 기반으로 한 화제성 지수는 [슬감]이 [돈꽃]을 압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방/재방의 시청률이 낮았던 [슬감]은 TV를 통해 시청한 총시청자 수에서는 70%에 머물렀지만 인터넷 버즈의 5가지 항목에서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6.8배까지 더 많은 화제성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화제성 지수가 [슬감]의 높은 패키지 단가와 100% 광고 판매율을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시청률을 보완할 수 있는 화제성 지수
하지만 아직 화제성 지수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화제성 지수는 시청률 조사와 달리 인구센서스에 근거한 패널 조사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필요한 타깃들의 온라인 반응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더 적극적인 10, 20대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화제성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 화제성(버즈) 항목에서는 자사 프로그램의 PR 활동에 적극적인 방송국
프로그램, 예를 들면 뉴스 기사를 많이 올리거나, 동영상 클립을 많이 올리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더 높은 수치로 조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화제성 지수는 시청률이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정성적인 부분을 보완하여 각 프로그램에 대해 광고주가 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제안하고, 시청률과의 추이 분석, 상관분석을 바탕으로 사전에 시청률 예측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이것이 화제성 지수를 시청률을 보완하는 지수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완벽한 숫자는 없다. 단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여 각자가 잘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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