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신은 전지전능하신데 인간들은 오직 뉴스를 통해서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으니...”라는 구절이 있다. 성경 요한복음 1장은 “태초에 말씀(word)이 있었노라” 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말씀이 천지창조의 새 소식을 전하는 ‘빅 뉴스’라고 한다면, 인간 세상은 뉴스와 함께 탄생하고 오늘날까지 기나긴 역사를 이루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식을 전하는 뉴스는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운명적 소통 코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21세기의 인류는 과다한 채널과 플랫폼으로 넘쳐흐르는 뉴스의 홍수를 경험하며 휩쓸리고 떠내려가는 신세가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일간지 163개(발행부수 인증지),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 52개, 중소규모 인터넷신문 6,300여개가 있고, 기자직에는 통틀어 6만여 명이 종사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경제일간지를 제외한 종합일간지와 방송사의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언론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다면 언론 시장의 구조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뉴스의 건강한 유통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진단하고, 미디어간 업종간의 경쟁으로 언론 환경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언론 시장, 종이를 버리고 새 콘텐츠를
종이신문은 뉴스 미디어로서 기능을 소진했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 산업의 특성상 광고매출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광고매출이 급감하고 언론사 경영이 위태로운데 종이신문을 끌어안고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마치 옛날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등장한 시대에 펜글씨로 뉴스를 필사해 판매하는 일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온라인/모바일, SNS 기반으로 특화해 가는 것이 시급하다.
미디어가 바뀌면 메시지 형식도 달라져야 한다. 종이신문 기반의 전통적인 기사 형식을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에 적합한 포맷의 기사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맥루언의 경구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뉴미디어에는 콘텐츠도 새 포맷으로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일간지 163개(발행부수 인증지),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 52개, 중소규모 인터넷신문 6,300여개가 있고, 기자직에는 통틀어 6만여 명이 종사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경제일간지를 제외한 종합일간지와 방송사의 매출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언론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다면 언론 시장의 구조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뉴스의 건강한 유통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진단하고, 미디어간 업종간의 경쟁으로 언론 환경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언론 시장, 종이를 버리고 새 콘텐츠를
종이신문은 뉴스 미디어로서 기능을 소진했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 산업의 특성상 광고매출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광고매출이 급감하고 언론사 경영이 위태로운데 종이신문을 끌어안고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마치 옛날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등장한 시대에 펜글씨로 뉴스를 필사해 판매하는 일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온라인/모바일, SNS 기반으로 특화해 가는 것이 시급하다.
미디어가 바뀌면 메시지 형식도 달라져야 한다. 종이신문 기반의 전통적인 기사 형식을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에 적합한 포맷의 기사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맥루언의 경구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뉴미디어에는 콘텐츠도 새 포맷으로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기자들은 여전히 육하원칙의 리드로 시작하는 역피라 미드형 기사를 쓰도록 교육받는다. 이 고전적인 기사체는 20세기 초반 미국 저널리즘을 답습한 것으로,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뉴스를 ‘보는(≠읽는)’ 미디어 속성이나 요즘 독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다. 독자에게 재미있고 새로운 뉴스 소비 경험을 줄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0자 뉴스, 사진뉴스, 카드뉴스, 데이터뉴스 같은 시도를 해도 좋을 것이다. 루시 큉(Lucy Küng) 교수의 말처럼 ‘신뢰하는 조언자가 짧게 써 주는 메모 같은 뉴스’를 소비자들은 원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 이슈에 따라서는 내용이 길고 깊이 있는 분석기사도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미첼 스티븐스(Mitchell Stephens) 교수는 저널리즘이 해석과 분석, 관점을 제공하는 고품질 언론(quality journalism)이 되어야 장래에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의 플랫폼들이 매우 다양해진 만큼 각각의 이용자 특성과 미디어 속성에 맞춘 뉴스 공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뉴스 유통, 포털과는 상생으로
국내 뉴스 유통의 포털사이트 의존에 대한 논란은 오래 되었다. 언론사가 너무 많아 독자들의 뉴스 소비 편의를 돕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일목요연하게 언론사를 배열하도록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언론사는 뉴스 클릭이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지만, 뉴스 소비가 포털사이트에만 머물다가 끝나기 때문에 언론사가 어렵게 생산한 뉴스를 포털사이트만 재미를 보게 해주는 꼴이 되었다.
뉴스 이용에서 PC트래픽은 점점 감소하고 모바일 트래픽이 증가하는 추세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모바일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중심을 차지한다. 거대하게 성장한 포털사이트는 예상치 못하게 언론 기능을 가진 플랫폼으로서 새롭게 사회적 책임감을 떠안게 된 것이니, 언론사와 상시적 협력 체계를 갖춰 공정성 있는 편집, 배열, 노출을 위해 상생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처럼,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프로그램, 플랫폼을 통해 언론사들이 유료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인공지능 기술로 댓글을 자동 필터링 하는 프로그램 등을 국내 포털사이트들도 추진해 본다면 언론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자란 누구인가? 역사의 기록자
언론의 꽃은 기자다. 미디어 환경이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실하게 완수하는 엄숙한 사명을 지닌 전문직임은 변함없다. 국민이 진실을 정확하게 알도록 왜곡, 누락, 편파 없이 취재, 보도하는 일은 철칙이다. 누구나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는 SNS시대일수록 기자는 사회 이슈에 대한 분석과 해석, 관점과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독자를 오롯이 진실 앞으로 인도하고, 사회의 중심에 서되, 그 물결에는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오늘 보도한 뉴스는 내일이면 역사의 기록으로 남으니 기자의 사명은 고귀하다. 아무리 오래된 기사라도 단번에 검색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기사를 써야 할 것이다. 기자로서의 양심에 철저하게 정직하되 그 외에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언론인으로서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무늬만 기자일 뿐 갖가지 SNS에 포스팅을 올리는 수많은 이용자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6만여 명의 대한민국 기자들은 언론의 참꽃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ijlee@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