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소비자의 상품 구매만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쓰이는 언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광고에서 사용된 프레이즈나 어투 등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같은 광고언어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언제나 긍정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그것이 비속어나 외국어 또는 문법에 맞지도 않는 문장 사용을 조장해 이른바 ‘바른 말 고운 말’을 해친다는 비판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현행법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주된 논의 대상은 방송광고 분야다.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이라는 추상적 기준
현행법상 방송광고에 사용되는 언어를 규율하는 법은 방송법과 그 하부 법령인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이다. 먼저 해당 규정 내용을 살펴보자.
제21조 (언어)
① 방송광고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한글 맞춤법 및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 방송광고는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방송광고는 상품명, 상품표어, 기업명, 기업표어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단, 외국어 방송 채널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외국인 어투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두 번째 유형인 ‘비속어의 사용’과 관련해서 위 규정 제1항과 제2항의 내용을 함께 보면, 방송광고에서 표준어 사용이 원칙이기는 하나 비속어나 은어 사용이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등의 사용만이 금지된다고 해석된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 중계유선방송 사업자 또는 전광판방송사업자가 위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다음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동법 제100조 제1항).
그와 같은 제재조치를 받았음에도 당해 제재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4회 이상 동일한 항목의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동법 제100조 제3항, 동시행령 제66조의2).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처분을 내리기 전에 미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처분 또는 제재조치명령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해당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동법 제100조 제5항, 6항).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처분이나 제재조치명령은 이른바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최종적으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길도 열려 있다고 볼 것이다.
타당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
현행법은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라든지 ‘지나친 외국어의 사용’이라는 표현에서 보이듯, 현실에서 그 법을 적용하는 데는 다소 애매하고 추상적인 부분이 있어 실무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하에서는 그동안 있었던 방송광고심의 사례 중 ‘광고언어’가 문제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한다.
?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에 “사람 더럽게 많은 데서, 폰으로 인터넷이 그렇게 빨리 되겠어”라는 멘트를 방송한 경우: 사람이 매우 많은 곳임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적 표현으로 인정될 여지도 있으나 해당 언어의 어감을 고려할 때 향후 방송사에서 보다 순화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 제시함(2011. 11. 9. 심의)
?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상품명, 기업명, 기업표어 등이 아닌‘Luxury’ ‘S-Class’의 외국어를 사용한 경우: 불필요한 외국어의 사용으로 보아 권고 조치함(2009. 11. 12. 심의)
? 스포츠 용품 광고에 ‘괜찮은 놈’이라는 멘트를 반복 사용한 경우:‘놈’이라는 용어는 애칭 또는 비속어의 의미로 사용되나 해당 광고에서는 애칭의 표현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지적할 수준은 아니라고 봄(2006. 1. 19. 심의)
위의 사례에서 내려진 결론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 같은 입장 차이는 과연 국가 기관이 사기업 주체의 광고행위에 대해 ‘바른 언어생활’이라는 추상적이고도 상대적인 기준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광고주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과 광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에 관한 재판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례에서 보이듯 많은 경우가 이른바 비제재조치에 해당하는 권고나 의견 제시 수준의 조치를 받는 것에 그친 이유도 있고, 방송광고심의주체도 위와 같은 잠재적 논란을 의식해 그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데서도 연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ndecency Rule의 표현의 자유 침해 판단 여부는 아직
미국의 경우 인디선시 룰(Indecency Rule)의 규제를 받게 되는 데, 방송 중의 ‘저속한 표현(Indecency)’이 금지되고 있다. 실례로 서 가수 셰어(Cher)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장에서 욕설을 한 것이 그대로 방영되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해당 방송사에 벌금 처분을 내렸는데, 방송사 측에서는 이것이 방송사업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미국법상 광고와 방송은 동일한 인디선시 룰의 적용을 받고 있고, 방송사업자가 해당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FCC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그 판단 이유는 FCC가 벌금이라는 불익 처분을 내리기 전에 방송사에 대한 사전고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인디서시룰 자체가 방송사업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냐는 핵심적 문제에 대해서는 판결을 유보했던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광고물도 사상, 지식, 정보 등을 불특정다수인에게 전파하는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됨은 물론 표현의 자유에도 속한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02.12.18. 선고 2000헌마764 결정). 하지만 광고물에 부여된 표현의 자유라는 것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공공복리나 질서 유지 등 공익적 타당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률로 써 제한될 수 있는 것이므로(헌법 제37조), 그런 한도에서는 광고언어에 대한 법률 차원의 규제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광고 제작자 입장에서는 현행 광고언어 규제 법령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아울러 광고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D
[AD ISSUE] 광고언어 규제, 표현의 자유 vs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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